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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맘 Mar 30. 2024

달달하던?

초전박살 바나나맛 우유

여느 때처럼 회사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면서 짬을 내어 휴대폰을 꺼내어 내 강아지 사진에 빠져서 혼자 히히 거린다.


매일 찍어대는 사진과 동영상에 저장공간이 모자란다고 따로 저장공간을 구입한지가 오래다. 2년이 다된 지금 여전히 사랑스러운 나의 테리.


무심코 펫캠으로 집안을 들여다보았다.

이 녀석.. 오늘 엄마가 그리웠나 봐.

이른 아침...테리의 산책길에 제법 공기가 쌀쌀해서 걸쳤다가 벗어 놓은 겉옷

뒤적뒤적하고 있다.

출근할 때 입을 거라 소파에 걸쳐 두었는데 찬바람 쐴일없이 차에 올라타는 바람에 가끔씩 잊고서 출근할 때가 많다.


그런 날은 퇴근했을 때 거실 바닥에 내 옷이 패대기질 당해 널브러져 있곤 했다. 오늘 그날인지 테리는 열심히 엄마 냄새가 맡고 있군하며 흐흐거리고 있다가 순간 아차!!!! 너무 놀라서 버턴을 눌러 테리를 불렀다.

"테리 안돼!

안돼 테리!!"

이 녀석은 갑자기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엄마 목소리 카메라 쪽으로 흘깃 고개를 돌리더니

흥!!뿡!!! 하고 다시 주둥이로 내 옷을 뒤적뒤적거리고 있다.(가끔 공수표를 날리긴 했지. 저 동그란 렌즈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절대 집에 없다는 것을 익혔던 녀석이니..)

주둥이와 앞발 옷을 뒤집었다가 접기를 반복...그러다가 주둥이로 물고서는 앞발로 뭔가를 찾듯 집중적으로 한곳을 쿡쿡 찌르기도 하고....러는지 는 안다.


!! 이일을 어쩌나...

산책 끝나고 들어오면서 아침 출근길에 먹을 거라고 바깥 냉장고에 있던 바나나우유를 겉옷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것을 깜빡한 것이다.

이 녀석은 분명 바나나 우유냄새를 맡은 것은 아닐 것이다. 엄마 냄새를 맡겠다고 옷을 끌어내려 킁킁거리다 보주둥이의 촉감 또는 발바닥에 닿는 느낌으로 직사각으로 만들어진 종이팩의 살짝 몰캉거리는 느낌을 받았으리라.


지난번에 색깔과 맛만 다르지만 다 먹고 난 사과 주스 팩을 몇 번 뜯어본 경험이 있는지라 금 알아차렸을 것이다. 빨대 구멍사이로 살짝 느꼈던 달달한 그 맛을...


급하게 아들에게 전화하니 집에서 멀리 나와 있단다.

그렇다고 다 끝나가는 점심시간에  왕복 1시간 걸리는 집에 다녀올 수도 없는 일이다


순간적으로...

이 녀석이 바나 우유를 다 마신다면 큰일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 강아지는 사람과 다르게 마시지는 못할 거라는... 빨대를 꽂을 수도 없을 거라는... 입으로 발기발기 찢어봤자 옷과 카펫에 스며들 테고 스며든 거 핥핥 대는 게 다일텐데...

그 생각까지 하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AI로 테리 사진을 요렇게 만들어준 영만이형 고맙습니당!!

 퇴근하니 반갑게 맞아주는 이 녀석과 짝폴짝 뒤며 장난을 치다가 퍼뜩 낮의 생각이 나서 거실바닥에 제멋대로 널브러진 옷을 뒤졌다. 그러니 주머니 부근에 살짝 꿉꿉한 느낌이 들기에 거실 카펫 바닥도 손바닥으로 와다다다 더듬거리니 이 녀석이 냉큼 쪽문을 후다닥 빠져나간다. 쪽문을 두고 뒷마당 데크에 앉아서 내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다.

남편이 저녀석이 왜 저러지??

그러길래 낮에 저 녀석이 바나나 우유를 습격했다고...

그래서 내가 흔적을 찾느라 바닥을 더듬거리니 냅다 도망간 거라고...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도 눈치채고 도망간 거 봐하면서 깔깔거렸다.

엄마가 혼낼까봐 달아나서 훔쳐 보는중

나나 우유 팩은 갈기갈기 찢어져 소파 테이블 아래 처참하게 흩어져 있고 다행이 카펫에는 스며들지 않았다. 옷에만 꿉꿉함이.베여 있었는데 그것을 핥핥 거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나...


이제 곧 2살이 되어서 그런지 꾀만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나와 가족들에웃음을 안겨주는 반려견...

넌 나의 훌륭한 반려견이지만 나도 너의 든든한 반려인이 되어 줄 거야.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자


생일 되면 닭가슴살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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