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짙은. 잘 지내자 우리
어느 일요일 아침, 유독 화창한 날에 흰 차 한 대가 카페로 들어선다. 민아가 제일 좋아하는 뷰가 좋은 카페,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해가 쨍한 날엔 물결이 햇살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다. 그녀가 늘 앉는 3층 창가 자리는 오늘도 비어있다. 창밖의 한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리고 조용한 카페 안과 책 한 권.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점심때쯤이 되면 사람들이 몰려오겠지만, 그전까지의 고요한 그 시간들이 참 좋다. 날씨가 아주 안 좋은 날만 빼면, 너무 몸이 안 좋은 날만 빼면, 늘 그 시간, 그녀는, 그곳에 있다.
카페는 서울 근교라, 카페까지 운전해서 가는 길도 좋아한다. 처음에 서툴렀던 운전이, 그곳을 오고 가며 이젠 꽤나 늘었고, 카페에 들어가기 위한 좁은 길도, 이젠 척척 다른 차를 피해 가며, 비켜가며 지나갈 수 있었다. 민아는 특히 운전하며 노래 듣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 곡에 꽂히면 운전하는 시간 내내 그 노래만 무한 반복하기도 했다. 처음엔 남들이 혼자 차 안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우습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도 가끔은 열창을 하며 터널을 달리기도 했다.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참, 우습다, 하고 그녀는 생각한다.
오늘 그녀가 읽을 책은 그림이 중간중간 그려진 에세이다. 하루하루의 일상에 힘을 주는 문구들, 따뜻한 메시지들, 그리고 귀여운 그림들. 문장은 참 신기하다, 다 아는 당연한 이야기들인데도 읽는다는 행위만으로 어떤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같은 문구도, 어제 읽은 느낌과 오늘 읽은 느낌이 다르고, 3년 전과 지금이 다르다. 그래서 그녀는 같은 책을 읽고, 또 읽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 읽는 책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삶은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한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 생겼을 때, 행복도 느끼지만 그만큼 괴로움을 느끼는 것에 대한 힘듦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는, 점점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힘들고 슬픈 감정이 찾아올 거면, 그냥 행복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저, 보통이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슬슬 카페에 사람들이 가득해지고 주변이 시끌해지자, 그녀는 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빈 컵을 반납하고, 카페 밖을 나서는데, 카페로 들어오는 흰 차가 보인다, 어딘가 익숙한 번호판. 빠르게 주차를 하고 누군가가 내리는데, 그 사람이다. 너무 당황해서 민아는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해버렸다, “어, 안녕...” 그냥 얼른 지나갈걸, 왜 인사를 했을까, 왜 그랬을까 내가, 그렇게 얼빠지고 바보 같은 얼굴로. 그도 역시 당황해서는 인사를 한다, “잘, 지냈어...? 가는 거야? 민아야, 커피 한잔하고 갈래...?” 그제야 그녀는 정신이 든다, “아, 아니... 빨리 가봐야 해서. 오늘은 가야 해. 미안해. 갈게.” 서둘러 차에 타고,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운전해서 가는 내내 후회를 한다. 그냥 아까 커피 마시고 올걸, 그래도 얼굴 봐서 좋긴 하네, 아니 잘 지내는지 너무 궁금한데... 왜 그렇게 바보같이 인사를 먼저 하곤 도망치듯 나온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또 물어, 자꾸만 길을 잘못 들었다. 그 멀지 않은 길을 몇 번이나 돌고 돌더니, 결국 휴게소로 들어섰다.
차를 세우곤, 우리 그 언젠가 휴게소에서 함께 보냈던 그날이 생각나서 엉엉 울어버렸다. 미안해, 고마워, 그렇지만 그 말로 너무나도 충분치 않아서. 난 여전히 이별할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우는 것밖엔 할 수가 없어서.
BGM. 짙은 < 잘 지내자 우리 >
마음을 다 보여줬던 너와는 다르게
지난 사랑에 겁을 잔뜩 먹은 나는
뒷걸음질만 쳤다
너는 다가오려 했지만
분명 언젠가 떠나갈 것이라 생각해
도망치기만 했다
같이 구름 걸터앉은 나무 바라보며
잔디밭에 누워 한쪽 귀로만 듣던 달콤한 노래들이
쓰디쓴 아픔이 되어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아
분명 언젠가 다시 스칠 날 있겠지만
모른 척 지나가겠지
최선을 다한 넌 받아들이겠지만
서툴렀던 나는 아직도 기적을 꿈꾼다
눈 마주치며 그땐 미안했었다고
용서해 달라고 얘기하는 날
그때까지 잘 지내자 우리
지금 생각해 보면 그까짓 두려움
내가 바보 같았지 하며
솔직해질 자신 있으니
돌아오기만 하면 좋겠다
분명 언젠가 다시 스칠 날 있겠지만
모른 척 지나가겠지
최선을 다한 넌 받아들이겠지만
서툴렀던 나는 아직도 기적을 꿈꾼다
눈 마주치며 그땐 미안했었다고
용서해 달라고 얘기하는 날
그때까지 잘 지내자 우리, 우리
눈 마주치며 그땐 미안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날
그때까지
잘 지내자
우리
https://youtu.be/FpeKRO1ouiA?si=rGPBpnBJXqtHNhs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