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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바냐 May 20. 2017

고무동력기

분명 아빠는 그날 회사에 지각을 했겠지.


그해 4월은 화창한 날씨가 연이었고,

학교에선 '과학의 달' 행사가 줄이었다.

과학 글짓기, 과학 포스터 그리기, 과학 발명품 만들기 등 매일 매일

쏟아지는 여러 행사 중에서

하루는 고무동력기를 만들어오는 것이 숙제였다.


이건 저녁에 아빠가 오시면 같이 만들어야겠다.


방과 후, 용돈을 받아 문방구에서 재료를 사두고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과 놀았다.

저녁무렵

엄마가 데리러 와서야 집으로 돌아왔고,

아빠가 퇴근하기도 전에 나는 잠들어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책가방을 챙기다가 간밤에 못한 숙제 생각에 더럭 겁이나서

가방을 싸다 말고 훌쩍훌쩍 울고야 말았다.

마루에서 울고 있는 나를 본 아빠는

하던 출근 준비를 멈추고

기지 바지에 반팔 러닝 차림으로

방바닥에 재료를 쏟아놓고 고무동력기 조립을 시작하였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빠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어 아빠의 손만 쳐다보았다.

마음이 급한 아빠의 엉덩이는 시계를 확인하느라

수시로 들썩거렸고,

조립 설명서를 숙지하지 못한 손은

마음과 달리 자꾸 주춤거렸다.

 

아빠의 조립이 끝났을 때, 비로소 눈물이 멈추었고

시간은 훌쩍 지나있었다.


아빠는 셔츠를 팔에 꿰면서 집을 나섰고,

나는 접착제가 덜 마른 고무동력기를 들고 학교로 달려갔다.


마침내 운동장에서 고무동력기를 날리기 위해

아이들과 한 줄로 나란히 섰다.


내가 띄운 고무동력기는 1~2초를 날다가

운동장 바닥으로 고꾸라졌지만,

그날 아침,

회사에 지각하셨을 아빠가 날린 고무동력기는

지금도 가끔 내 주변을 날아다닌다.


특히 내가 출근시간에 쫓겨 발걸음이 바빠지면

고무동력기는 나를 25여 년 전으로 데려다준다.


아빠, 당신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지금도 날 수 있는 고무동력기를 만들었나 봅니다.

최선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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