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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미 Dec 18. 2023

8000km를 달리고 느낀 점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약 4년간 8000km를 달렸다.



1.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숨 쉬는 건 중요하지만 집착하지 않는다. 호흡할 때마다 신경 쓰고 집착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달리다 보니 달리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달리지 못한 날에 조급하지도 않고 달린 날에 뿌듯하지도 않다. 달리기는 내 일상에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하다고 집착할수록 멀어진다. 누군가를 스토킹 하면 상대방은 질색한다.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면 다른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조화롭게 사는 것뿐이다. 
   


2. 시작과 끝을 보지 않는다. 

마음먹지 않는다. 다짐도 안 한다. 배고프면 냉장고를 열고 밥을 차리듯이 달리는 장소에 간다. 시작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밥을 먹을 때 티브이를 보면 밥맛이 없다.  마찬가지로 달리는 도중에 집중한다. 달리는 맛을 느낀다. 어플이 10km를 다 달렸다고 얘기하면 숟가락을 내려놓듯이 끝낸다. 밥 먹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듯이 더 이상 뿌듯함은 없다. 포만감만 있을 뿐이다. 



3. 성취감은 빨리 버린다. 

대회나, 1000km씩 기록이 쌓였을 때, 혹은 좋은 기록이 나왔을 때, 잠깐 기쁘다. (이번 풀코스는 좀 길게 기뻤다.) 어차피 수많은 날들 중 찰나임을 뼈저리게 안다. 첫 풀코스를 뛰고 며칠 뒤에 절뚝거리며 달리기를 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다. 성취감은 신기루다. 사막의 오아시스 신기루를 발견하면 기쁘겠지만 손에 잡히는 건 없다. 내 손에 잡히는 건 매듭을 만드는 운동화 끈이다. 성취감에 취하지 않는다. 맨 정신으로 달릴 뿐이다. 


+

당연히 처음부터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달리기 습관에 집착하고, 마음먹는데 에너지를 쏟고, 혼자 뿌듯해하면서 달렸었다. 이런 시간도 분명 필요하다. 그것들을 질리게 하다 보니 이런 느낌을 갖게 된 것 같다. 난 이 느낌이 그 어떤 메달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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