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재밌다.
부슬비가 내렸다.
일기 예보에 강수량이 많지 않았다.
일단은 지금보다 비가 더 거세질 리 없다고 한다.
그래서 러닝화를 신고 나간다.
달리다 보니 비가 그친다.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멀쩡한 날씨에 갑자기 소나기가 세차게 내려
달리는 도중에 그만두기도 했다.
그래도 나온 걸 후회하지는 않았다.
후회되는 것은
너무 더울까 봐, 비가 더 올까 봐, 추울까 봐
나가지 않았는데 사실 뛸 수 있는
날씨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다.
이런 외부적 조건들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
예측할 수도 없다.
내가 어느 정도의 더위를 얼마만큼 느끼는지
어느 정도 비가 와야 뛸 수 있는지
얼마나 추워야 견딜만한지는 알 수 있다.
이걸 제대로 알려면 자꾸 나가봐야 안다.
미리 짐작하는 것들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여러 차례 달리다 보니 여러 환경에서
어떻게 달릴 수 있는지 좀 더 세분화해서
알 수 있게 됐다.
단순히 비가 온다, 안 온다로 뭉뚱그려서
달릴지 말지 정하지 않는다.
강수량과 온도를 본다.
'아, 이만하면 지금은 달릴만하군'
하면서 나가본다.
너무 더워서 힘들면 천천히 뛰면 되고,
달리는 중에 비가 거세지면 중간에 그만 뛰면 되고,
추우면 옷을 껴입고 장갑을 끼고 나가면 된다.
다른 도전들도 마찬가지다.
항상 좋은 환경에서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일을 진행하려고 한다면
창 밖만 바라보면서 맑은 날씨를 기다리듯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맑은 날에만 달린다면
달리기에 대해 조금밖에 알지 못할 것이다.
달리는 중에 비가 그치는 경험은 정말 기분이 좋다.
뭔가가 나의 달리기를 돕는 것 같다.
속력이 붙고 에너지가 넘친다.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재밌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