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이 되면서 다른 과에 다니는 친구들의 고민은 깊었다. 수많은 취업 준비와 엄청난 취업난이 친구들을 짖눌렀다. 매일 힘든 하루를 보내는 친구들을 만났을때 내가 주로 하는 일은 '한탄을 들어주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수많은 취업 준비와 엄청난 취업난으로 고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아교육학과가 워낙 특수성이 짙은 과라 다른 쪽으로 취업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나, 적어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취업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 이유는 참 슬프게도 이 일이 너무 힘들고 원장님들이 연차가 쌓인 호봉 높은 선생님들을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취직 후 버티는 것이 어렵지 사실상 취업은 그리 어려운 과가 아니었다 .
취업난과 취업준비가 아니라 나는 여러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 나에게는 4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1. 임용고시를 준비해서 국공립 유치원 교사가 된다.
2. 직장어린이집에 취직한다.
3. 대학원에 간다.
4. 국공립 어린이집에 간다.
부모님이 원하시는 방향은 1번이었다. 하지만 재수 실패로 끝없는 좌절을 겪은 나는 고시를 준비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2.3.4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고 고민에 빠졌었다.
그때 한줄기 빛처럼 이미 직장 어린이집에 취업한 선배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실 3가지 선택지 중 가장 연봉이 높은 곳이라 가장 마음이 기울어 있던 터라 선배와의 만남이 설레기까지 했다.
"돈은 많이 주는데...제 시간에 퇴근을 못해..."
나의 설렘이 산산이 무너졌다. 역시 돈을 많이 주면 그만큼 부려먹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 틀린것이 없다는 것만 증명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던 나는 연봉을 깔끔히 포기했다. 그리고 정시 퇴근이 가능한 국공립 어린이집에 원서를 넣었다.
(이때는 국공립 어린이집도 어린이집마다 다 퇴근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 ^^;;)
4년제 유아교육학과를 나왔다는 사실 하나로 국공립 어린이집에 어렵지 않게 난 합격했다. 합격했다는 문자를 보며 나는 다짐했었다.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