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취직하게 된 어린이집은 만0부터 만 5세 유아반까지 있는 꽤 규모있는 곳이었다. 유아교육학과를 나온터라 내심 유아반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취업 확정 후 처음 원장님을 봬러 갔다.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혹시나 늦을까 미리 어린이집에 30분 일찍 도착해있었다. 주변 카페에 앉아 어린이집을 바라보며 내가 준비해온 예상 답변들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반복했다 . 그때 갑자기 바깥에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카페에서 컵을 정리하고 카페 밖을 나섰다.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는데 많은 양의 눈이 퍼붓고 있었다. 기껏 단장한 옷과 머리 얼굴이 무색하게 나는 눈에 쫄딱 젖고 말았다. 무언가 속상하긴 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원의 초인종을 눌렀다.
"저 ###라고 합니다.원장님 봬러 왔습니다"
"아! ###선생님 이세요? 들어오세요~"
내 이름 뒤에 붙은 선생님이라는 말이 생경하게 들어왔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문이 열린 틈으로 따뜻한 기운과 함께 기분 좋은 냄새가 퍼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발을 한번 더 털어내고 난 후에 원에 들어갔다. 수많은 작은 신발들 사이로 내 신발이 너무도 거대해보였다. 꼭 내가 거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원 안으로 발을 들였다.
"###선생님 원장실은 이쪽이에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원장실로 갔다. 원장실의 문을 열자 원장님이 웃으며 나를 맞아주셨다.
뒤에 날 안내해주신 선생님은 문을 닫고 나가셨고 난 원장님 맞은편에 앉았다.
"###선생님 함께 일하게 되서 기뻐요. 자기소개서 다시 한번 읽어봤는데 유아교육학과 나왔더라고요? 어린이집 오기 쉽지 않았을텐데 왜 어린이집으로 왔어요?"
원장님의 말에 머리가 멍했다. 분명 내 예상 질문에 있던 것이었는데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잠시 생각 후 겨우 입을 뗄 수 있었다.
"어릴때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어린이집에 많이 다녔고 그러다보니 어린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가 직접 몸으로 겪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은 거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끝마치자 원장님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스쳤다.
"이번에 선생님이 맡을 반이 궁금하죠?"
흡족한 미소 후 원장님이 꺼낸 말이었다. 속으로는
"네네네네네네!!!!"
를 외쳤지만 겉으로는 그냥 사람 좋게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선생님이 맡은 반은.... 만1세에요~"
원장님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순간 내 뇌가 정지된 느낌을 받았다. 만1세라니...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아기들이라 당황했다. 겨우겨우 당황한 얼굴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웃고 있었다. 그러자 원장님이 무슨 말과 함께 나를 원장실 밖으로 이끌셨다. 약간은 멍한 상태로 원장님을 따라 도착한 곳은 만 0세 제일 아기 반이었다.
"이제 선생님 반 애들이 될 애들이에요."
원장님이 이야기 하자 그 작은 아이들의 눈이 동시에 나를 향해 꽂혔다. 아직 뒤뚱 뒤뚱 걷는 저 애들은 맡아야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띵하고 아팠다.
"어머! 이제 우리반 애들 담임 선생님이 될 분이구나! 안녕하세요~ 우리 애들 잘 부탁해요!! 기저귀 엄청 갈아야할거에요~ 여기 응가쟁이들이 많아서 "
현재 아이들의 담임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이야기하셨다. 그 순간 내 머릿 속에 꽂힌 단어는 '기저귀'였다.
'기저귀를 갈라니.....'
머리가 안개 속에 싸인 듯 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