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는 신입원아 적응 기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당연히 나도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니 신입원아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보통 신입원아 적응은 한 달 정도 이루어지는데 아이들의 적응 정도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반은 영아반이었기에 한 달 간의 신입원아 적응기간이 있었지만 신입원아라고 해봐야 4명이 전부인데다가 어머님들이 다 맞벌이였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하길 원하셨다. 그래서 2주 만에 모든 아이들이 낮잠을 자고 가기 시작했다 .
이 적응기간의 가장 큰 문제는 신입원아 적응기간에 신입 아이들만 먼저 가서 재원 애들이 엄청 진짜 엄청 우는데 2주정도 지나서 재원생 아이들이 이제 포기하고 울음을 그칠때쯤 신입 아이들이 늦게 가면서 울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울음은 보통 전염되기 때문에 아이들 모두가 울고 울고 또 울었다. 특히 세이,세연이 쌍둥이가 심했다. 쌍둥이들은 안아주면 안아준다고 울고 안 안아주면 안 안아준다고 울고 양말을 벗겨서 울고 안벗겨서 울고 원하는 장난감을 눈 앞에 대령하지 않아 울고 정말 계속 울었다.
물론 쌍둥이만 운건 아니었다 . 다른 아이들도 합주로 울었다.
"엄마~~~"
하고 우는 아이들의 울음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엄마라고 하면서 울고 싶었다. 진짜로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11시30분에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아이들이 쉼없이 돌아가면서 울어서 안아주고 달래주고 다시 내려놓고 또울면 또 안아주고 달래주고를 반복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밥을 좋아해서 그나마 점심 시간에만 울음이 줄었는데 그마저도 완전히 울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서진이라는 다문화 아이는 엄마가 3살까지 모유와 분유를 먹인 탓에 밥을 씹지 못해 밥 시간만 되면 울었다. 방법이 없어서 밥 한숟가락 먹이고 가방에 싸온 우유를 먹이는 방법으로 달랬다.
이렇게 밥까지 먹이면 잠시 놀다가 낮잠을 재웠다. 우리반 아이들은 낮잠조차도 사람 손을 안타면 못자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자는거 같아서 토닥임을 멈추거나 쓰다듬는 것을 멈추면 용케 알고 바로 깨버렸다. 어쩔수 없이 파트너 선생님과 나는 아이들이 완전히 잠드는 2시까지 토닥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나마 바로 자면 다행이었다. 졸린다 못자서 잠투정을 하느라 울고 떼부리는 경우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아이들은 안재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일단 아이들이 울면 잠을 안잔다는 것을 학습한다는 문제가 있었고 아이들의 발달상 낮잠을 안자면 단위 시간당 에너지 소모량이 큰 아이들의 체력이 떨어져 아프거나 컨디션이 떨어져 더 자주 울었다. 게다가 보조 인력이 없어서 아이가 낮잠을 안잔다고 데리고 나갈 경우 남아 있는 선생님의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 그나마 한 명만 안자면 그렇게 할 템데 우리반은 10명 중 8명이 그래서 데리고 나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깨있는 동안은 엄마를 찾으면서 울고 자기전엔 잠투정으로 울고 울음이 끊이질 않았다.
나는 속으로 만 1세 모든 애들이 이렇게 예민하고 매일 우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우리 반 아이들이 많이 울고 예민한 것이었다. 그정도가 어느정도 였냐면 보통 어린이집에사 만 0세는 선생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데 우리반 애들이 만 0세 일때는 아무도 그 반에 가지도 그 반이 애들을 귀여워하지 않았다고 했다. 워낙 예민해 누가 들어왔다만 하면 미친듯이 울어재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존 선생님들이 우리반 담임을 맡고 싶지 않아 했다. 그덕에 초임인 내가 그 반의 담임이 되었다.
여튼 그렇게 애들을 2시에 겨우 재우면 2시부터 아이들의 개별 알림장을 적고 일지를 적어야했다. 어린이집 낮잠 시간이 기니까 편하겠지? 라고 생각한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사실 아이들 먹일 때 밥을 먹을 수 없어서 따로 밥을 먹을 수 있게 조리사님이 배려해주셨는데 그걸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2주 동안 점심을 한 번도 먹지 않았다.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너무 스트레스여서 배가 고프지도 않고 먹고 싶은 생각도 안들었다.
그렇게 일지와 알림장을 쓰면 2시50분이었다. 그럼 일찍 잠에 든 아이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다시 일을 시작해야했다.
간식을 세팅하고 간식을 먹이고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잠옷을 옷으로 갈아입히고 양말을 신기고 물통을 아이들 가방에 넣어주어야 했다.
그렇게 일을 끝내면 4시! 반 청소를 해야했기에 청소 담당이 아닌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통합보육실에 있었다. 3시부터 아이들이 하나씩 가기 시작하는데 우리반 애들은 6시에 가는 아이들이 4명이었기에 5시 30분까지 아이들을 돌봐야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5시 30분에 당직 선생님에게 인계하고 나서 잠시 쉬고 반 마무리하면 6시 퇴근 시간이었다. 뭐 한것도 없는데 퇴근시간이었고 행정업무, 관찰 , 수업 준비 등등은 아침에 일찍와서 하거나 주말에 몰아서 해야 했다.
그렇게 점심도 못먹고 힘들게 일하고 나면 다리와 몸이 너무 무거웠다. 집에 도착하면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이 씻고 자고만 싶었다. 그래서 저녁도 안먹고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 기절한 듯 잠을 자고 일어나면 이미 아침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반복 반복 반복 되었다. 그렇게 3주가 지나자 7kg이 빠져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 있었어?"
라고 물었다. 그렇게 7kg을 잃고 나서야 어린이집의 하루에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