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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새 Sep 26. 2022

6. 자...잠깐만...요????

"안녕히 가세요~ 잘가 안녕~"


반 아이들이 모두 가고 반으로 들어온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제서야 내 모골이 궁금해진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아침에 한 화장은 이미 땀으로 다 지워져있었고 블라우스에는 아이들의 눈물과 콧물이 묻어 희끗해져있었다. 머리카락은 이리 저리 삐죽삐죽 튀어나와있었다. 거울 속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아침에 나 뭐한거지??'


란 생각이 머리 속을 채웠다.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화장. 블라우스. 슬랙스는 입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충격적인 몰골을 보고 반에 앉으려고 하는 순간


"선생님 이리 와볼래요?"


파트너 선생님이 문을 열고 나를 부르셨다. 나는 대충 머리를 매만지고 반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교사실로 가 파트너 선생님 곁에 앉았다.


"선생님 오늘 많이 힘들었죠?"


파트너 선생님의 물음에  '네 죽는줄 알았어요. 귀가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다니까요?'라고 답하고 싶었으나 처음부터 또라이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저 웃으며 "아니에요"라고 대답했다.


"아마 집가면 온 몸이 다 아플거에요. 일단 내가 반 일과를 어떻게 운영하는지랑 선생님이 해야할 일들 알려줄게요~"


"네"


"일단 오전당직이 있어요. 풀당직 있는 날은 오전 7시30분에 와서 7시30분에 가면돼요.오전 당직만 있는 날은 오전 7시 30분에 와서 6시에 가면되고요.  오전 오후 당직은 2명씩 같이 하니까 선생님들 하는 거 보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배우면 될거에요. 풀당직으로 초과근무한건 다음날 조기퇴근하면 돼요. 선생님 행정업무는 경조사니까 선생님들 생일 맞춰서 3만원이랑 선생님들에게 돈 걷으면 되고 케이크는 보조선생님께 사다달라고 하면돼요. 그런데 안적어도 돼요? "


갑자기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냥 멍하니 듣고 있는데 파트너 선생님이 적지 않아요? 라는 말에 정신이 퍼뜩들었다. 나는 잠시만요~라고 파트너 선생님에게 말씀 드린 후 반으로 가 다이어리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펴고 앉아 적을 준비를 했다. 그제야 파트너 선생님은 말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저기 어항에 매일 물주고 밥주고 여기 어항 관리 하는 분 번호니까 이번호로 이끼 많이 끼면 전화하면 되요. 선생님이 초임이라 일단은 행정 업무가 많지는 않아요. 그다음 우리반에 9시에 아이들 당직실에서 데려와서 보육하면 되는데 밥은 11시 30분에 먹어요. 그리고 아이들 자기 전에 양치하고 기저귀갈고 잠옷으로 갈아입힌 후에 낮잠 이불 깔고 12시30분에 잘거에요. 3시까지 3시에 일어나서 오후 간식먹으면 되고요. "


'자.....자...잠깐만요...'


엄청난 정보에 손은 미친듯이 그 말을 따라 적고 있었으나, 머리는 이미 포화 상태였다. 제발...그만 잠깐만요..라는 말이 입앞에서 수없이 맴돌았지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점심은 오늘 내가 배치한거처럼 책상 배치해서 먹으면 돼요. 아이들 음식 배식할때 위험하니까 배식 담당 선생님이 배식하면 다른 선생님이 책읽어주거나 하면 될거 같아요~"


"아!! 네네!!"


"그리고 키즈노트랑 보육일지 그리고 달마다 애들 관찰일지 적어야되고 달이 끝나면 주평. 월평 적어서 프린트 한 후에 원장님 결제 올리면 돼요. 그리고 키즈노트 알림장은 매일 나가는데 사진은 5장이에요. 참참 수업 계획도 짜야하는데 그건 2주에 한번씩 짜서 알림장에 나갈거에요~ 수업주 선생님은 키즈노트 안쓰고 키즈 노트 쓰는 선생님은 수업안하는거로 하는게 어때요?"


사실 그때 난 그게 뭔 말인지 몰랐다. 사실 이해를 완전히 못했다는 말이 맞는 표현이었다. 그냥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오늘은 피곤할테니 여기까지만 하고 집에 가요~"


"네네~"


나는 수맣은 글자가 쓰여진 다이어리를 한번 훑은 후 다이어리를 덮고 가방을 챙기러 반으로 향했다. 파트너 선생님이 말씀하신 행정업무, 반업무 등등으로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머리 속은 계속해서 '잠깐만'을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잠깐만 할 수 없었다. 왜냐면 당장 내일부터 파트너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들이 나의 현실이 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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