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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ylvia Oct 24. 2021

여행자로 살아보는 주재원의 삶


"나 한국에 가기 싫어."


친구들과 하루 종일 뛰어다닌 탓에 앞머리가 흠뻑 젖은 채 집에 돌아온 첫째가 말합니다.

3년 전,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매일 울던 바로 그 아이입니다.


아이의 투정이 이제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다는 걸 증명하는 듯해서 내심 기쁩니다.

노느라 지쳐 잠든 아이들을 보며 베트남에서의 지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갑니다.


베트남에 오기전 우리의 일상... 자고 있을 때가 가장 예뻤던 시절



롯데 센터에서 바라본 하노이 전경... 많이 낯설고 두려웠던 해외살이 시작



80년대로 돌아간듯한 베트남에서의 일상



누구보다도 학교 생활이 행복한 딸... 엄마지만 부러운 너의 유년시절



한인 생활권을 벗어나 이사온 새집에서 자전거를 배운 아이들



그림과 강의... 좋아하는 두 가지가 합쳐진 새로운 삶



사람들은 일상을 지겨워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막상 새로운 곳에 가면 걱정이 많아지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아는 것도, 아는 사람도 없었던 낯선 이국땅에서 일상과 여행, 이 양립되는 두 영역의 중간 어디쯤에 있었습니다. 돌아갈 시간이 정해진 장기 여행객으로 일상의 지루함과 여행의 불편함이 아닌, 일상의 편안함과 여행의 짜릿함을 누렸습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이제 주재원 와이프로서의 즐거웠던 여행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가려 합니다.

낯설었던 베트남에서 훌쩍 자란 아이들이 기특하고, 가족이 함께여서 행복했고, 새로운 나를 만나 반가웠습니다.


지금은 태어나고 40여년을 살았던 한국이 오히려 낯설고 그곳에서의 삶이 걱정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머물던 때로는 일상처럼. .. 때로는 여행처럼...  잘 지낼 수 있다는 걸요.

게다가 베트남에서 만나고 확인한 '나'와 평범한 인생의 진리를 가득 담고 돌아가기에 그렇게 두렵지는 않습니다.


아... 철저한 분리수거는 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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