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주말 아침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면
따뜻하고 폭신한 이불 안에서 최대한 뒹굴거리다가 천천히 일어나고 싶은 이 시간
가족들 먹을 아침을 간단하게 차려놓고 집을 나섰습니다.
꽃시장을 가려고요.
서울에서 소매로 꽃을 파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제가 애용하는 곳은 '남대문 꽃시장'입니다.
집과 가깝기도 하고 양재 꽃시장처럼 대규모도 아니라
이른 시간에 가면 여유롭게 구경하며 맘에 드는 꽃을 구입할 수 있어서
눈이 떠지기만 하면 오는 곳입니다.
아! 물론 주차하고 올라가는 길에 저를 유혹하는
꽈배기, 호떡, 미숫가루, 아이스커피도 제 발걸음을 재촉하는 아주 큰 이유 중 하나지만요.
인근 지하 주차장에 차를 놓고 지상으로 나왔다가
남대문으로 들어가 대도상가로 갑니다.
여러 개의 건물이 이어져 있는 이 대형 상가에서 꽃 도매상가가 있는 3층으로 올라갑니다.
저번 달에 왔을 때와 달리 입구에서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작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려고 엄청 돌아다녔던 고속버스터미널 상가가 생각납니다.
거기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트리가 없었다면 하나 샀을지도 모릅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조화와 화분을 파는 가게들을 지나 생화가 보입니다.
한 5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크기가 천천히 꽃들을 감상합니다. 꽃시장에 자주 오다 보면 일 년 내내 보이는 꽃과 계절을 알리는 꽃의 차이를 알게 됩니다.
가격은 생명이 길지 않은 여름보다는 조금 올라있습니다. 그래도 소매 꽃 가게 가격보다 반에 반도 안 하기에 좀 더 나만의 취향에 초점을 맞춥니다.
겨울이 다가오는 시점이라 파스텔 톤의 꽃보다는
묵직한 느낌에 더 끌렸습니다. 이름을 들었지만 기억할 수 없는... 꽃인지 나무인지 모를 한 다발과
일 년 내내 저렴하지만 생명력이 엄청 길어 가성비가 좋은 소국 중 와인색으로 구입했습니다.
한 팔로 안기에 버거운 꽃 두 다발의 가격은 총 만 구천원.
이 만원이 안됩니다.
소소한 다른 쇼핑도 좀 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사온 꽃을 정리해서 화병에 꽂아 가장 어울릴만한 곳에 둡니다.
화병을 여기 뒀다 저기 뒀다...
이쪽으로 좀 돌리고 저쪽으로 좀 돌리고...
이런 시간이 일주일 동안 고생한 저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