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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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살 땐, 집을 나서서 어디든 달려 나가도 항상 끝이 있는 게 좋았다. 길치인 내가 사정없이 길을 잃고 헤매고 또 잃어버려도 모든 길의 끝은 바다에 다다랐다. 인간들의 공평한 끝을 보는 것처럼. 어둡고 퍼런 바다가 그곳에 있으니 안심하고 길을 잃어도 되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땐, 항상 끝을 떠올려본다. 퍼런 바다가 떠오르면 은근히 깡이 생긴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모든 인생의 끝은 같은데 지금 뭐든 해보자 싶은 용기도 생긴다.
반쯤 이 세상은 저세상이다라는 생각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