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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8. 결혼

골인인가? 시작인가?

by kwonstalk권스톡

. 함께 있고 싶어요

연인들은 어떻게 결혼으로 골인을 하게 되는 걸까? 썸을 타던 사이가 어느 순간 연인이 되고 서로를 기다리고 그리워하게 된다. 그리고 또 어느 순간 데이트를 하고 서로를 배웅해주는 시간이 오면 헤어지는 시간이 싫어진다. 가끔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해본다. ‘우린 왜 결혼을 했을까?’

결혼25년 쯤 무렵


결혼 27년 차 산 부부가 이런 대화를 한다는 게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소소한 일상 중에 우리가 함께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시작점이 어디였는지 돌이켜 보기를 멈추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 결혼 생활을 잘 이어오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번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서로 헤어지기 싫어서였어’


나의 직장은 서울밖에 있었다. 우리는 저녁 9시가 넘어야 데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고, 다음날 출근을 생각하며 항상 짧고 아쉬운 데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 많은 교회 커플로, 교회 안에서 비밀연애를 했던 우리는 일요일 하루 종일 교회에 있어야 했기에,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무심한 듯, 하루 종일 각자의 역할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평일 저녁 데이트 끝에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저마다 결혼을 하게 된 동기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부류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략결혼을 하기도 하고, 생활을 궁핍을 벗어나기 위해 삶의 방편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결혼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유와 방법이 어떤 경우에 있던지 결혼이라는 것은 문명사회가 만들어낸 매우 강력한 사회적 합의이고, 한 인생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실존하는 울타리 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맺어졌던지 결혼의 관계 속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오로지 두 사람의 관계가 가장 핵심적 요소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결혼의 실제

연애는 카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결혼은 차를 마시고 찻잔을 설거지하기 위해 이야기를 중단해야 하는 현실이다. 불행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는 경우는 없다. 어떤 이유와 목적이 됐든, 현재 보다 좋은 상황을 위해 결혼을 택한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같지 않다. 어떤 경우는 기대하지도 않은 많은 것들을 찾고, 누리고, 그 안에서 서로 성장하지만, 어떤 경우는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로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결별에 이르기도 한다. 결혼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함께 밥을 먹으면 뒷정리가 남고, 치장된 모습이 아니라 민낯으로 대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연출된 내면이 아닌 나 스스로 보기에도 만족스럽지 않은 나의 내면을 나보다 먼저 봐 버리는 상대와 함께하게 되는 것이 결혼의 실제야.


man-2557408_1920.jpg Pixabay- Ryan McGuire • Ithaca/NYa



. 시작점

졸업이 학교생활의 끝인 동시에 새로운 배움의 시작인 것처럼 결혼은 연애의 끝이지만 또 따른 연애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는 새로운 룰이 적용되어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 제일 먼저 치러야 하는 관문이 수강신청이다. 고등학교 때 모든 수업 일정을 학교가 결정해주던 룰에서 내가 공부할 과목을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같은 수업료를 내고 같은 학교를 다녀도, 어떤 과목을 어떤 교수에게 수강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캐리어를 만들어 가게 된다.


결혼도 이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신혼여행까지도 결국은 결혼식의 한 과정이다),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일상이 시작된다.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외계인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저마다의 룰을 기준으로 살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는 꽤 흥미진진하다.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집과 밥 먹기 전 물을 마시는 집에서 자란 서로 다른 습관의 이질감이 좋은 예이다. 밥을 먹는데 물도 안 준다고 짜증내고, 필요하면 네가 갔다 먹어라. 밥 먹기 전 물 마시면 소화에 안 좋은 것도 모르냐, 무식하다.라고 쏘아붙이는 상황을 그려보자. 이런 사소한 일들부터 우리가 익숙하게 봐 왔던 막장 드라마의 수많은 에피소드가 단순히 웃음거리가 내 안전영역인 가정 안의 분쟁 거리가 되고.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결혼 전 부모님들의 이런 전투를 진저리 치게 경험한 경우 결혼에 대한 장밋빛 환상보다는 회색빛 우울함의 이미지를 갖게 된다. 그래서 결혼을 두려워한다. 반면에 닭살 돋는 사랑 관계의 부모를 보고 자란 사람은 자신도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기대를 가지고 결혼생활을 부푼 꿈을 시작한다.


장마철 찬 시베리아 기단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만나는 점에서 장마전선이 형성되듯이 만들어지는 신혼가정의 장마전선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나머지 인생을 결정하게 된다. 쏟아지는 폭우와 천둥번개, 간간이 보이는 맑은 하늘과 우중충한 하늘, 이 장마가 그치고 찬란한 무지개가 뜨는 날은 언제 올까?



Paxabay 공개 이미지


. 멈추지 않고 성장하기

나는 행복한가? 나의 결혼 생활은 만족스러운가? 우리 결혼 생활은 긍정적인가?

가끔 한가로운 시간, 삶에 여유가 생길 때 아내와 이런 질문을 나눈다. 우리의 모습에 자신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결혼 생활에 대해 서로에게 피드백을 들어보는 시간이다. 물론 듣고 싶은 답이 정해져 있는 답정질문 이긴 하지만, 반 억지라도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게 된다.


결혼 생활에는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넘어서는 아주 특별한 부분이 있다. 육체적 교감이다. 이성간 인간관계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개입된 육체적 교감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 안 된다. 서로에 대한 끌림, 매력에서 이성 관계는 시작되고 이 끌림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외모나 몇 가지 특징으로 매력을 느끼게 되지만, 인간의 감정과 감각은 쉽게 무디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도 내 배우자가 되면 외모에 의한 끌림은 점차 희미해져 가게 된다. 결혼 후 서로에게서 새로움을 찾아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Pixabay- StockSnap


이미 만들어져 버린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움은 한계가 있다, 한 꺼풀 한 꺼풀 천천히 베일을 벗더라도 지금의 내가 고정되어 있다면 더 이상의 매력을 발산하기는 어렵다. 서로가 변해가는 것과 그 변화를 응원해 주고 지원해 주는 관계가 꼭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역자 관계. 그런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최선의 결혼 생활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제안

요즘은 결혼하면서 이런저런 합의를 만들기를 좋아한다. 생활비는 어떻게 하고, 소득의 관리는 어떻게 하고, 생활 각 요소에 대해서 책임을 규정짓고, 육아를 할 때 어떻게 하자는 등등의 계약을 맺는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결혼 관계가 중단(이혼)되는 것이 낯설지 않은 현실이 만든 결과이겠지만, 최소한 결혼을 시작하면서 결혼을 중단할 때를 고민하는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확신을 가지고 살기에도 만만치 않은데 미리 결혼을 종료할 경우를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결혼은 이해득실의 관계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사업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플랜 B를 세우기보다 플랜 A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플랜 A를 위한 제안

하나, 서로에게 집착하지 않기

"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의존관계가 아니라 "네가 옆에 더 잘할 수 있어"의 상호협력관계를 만들자.


둘, 자라 가기를 멈추지 않기 (계속 업데이트되는 배우자)

와우! 너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이건 좀 멋진데, 이런 감탄사가 문득 떠오르는 사람으로 자라 가자


셋, 상대의 성적 판타지를 위한 변신

이성이 만나, 부부로 산다는 것은 육체적 교감이 대전제이다.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유희를 누리기를 소홀히 하지 말자.

people-2589818_1920.jpg Pixabay- StockSn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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