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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6. The Art of Loving

짝을 찾는 여행

by kwonstalk권스톡

Talk6. The Art of Loving - 짝을 찾는 여행


내 짝은 어디에 있나요?

나는 뭐든 새로운 배움을 할 때 몸으로 보다는 이론부터 먼저 시작한다. 누군가 내 책장에 있는 책을 보고 한 말이다. “야, 너는 정체가 뭐냐?” 내 책장에는 낚시 입문, 바둑 입문, 볼링 입문, 골프 입문 등 온갖 취미 생활 입문서부터 SQL, 파이썬, JAVA 등 프로그래밍 입문서, 프리미어, 포토샵, 포토크리에이터 등 미디어 관련 매뉴얼, 서양 음악사, 미술사까지 온갖 분야의 입문서들이 섞여 있다. 아마 독자들 중에 나와 비슷한 유형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유형의 특징은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두루두루 아는 건 많아서 참견은 잘하는데 실제로는 뭐하나 제대로 잘하는 게 없는 거다.


예스 24 책 소개 이미지

내 기억에 의하면 내 사랑의 출발도 책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대학 시절, 책 좀 본다는 아이들의 필독서였던 에릭 프럼의 “사랑의 기술 - The Art of Loving"이 내 사랑의 시작점이다. 그 책의 도입부에서 "이처럼 자기 자신의 교환 가치의 한계를 고려하면서 서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최상의 대상을 찾아냈다고 느낄 때만 사랑에 빠질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스로 책정한 자기 가치를 가지고 살 수 있을 만한 -이건 좀 너무 세속적인 표현이니까 좀 그럴듯하게 포장하면 - 흥정을 시도해 볼 만한 상대를 찾는 과정이 사랑의 탐색 과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게 20살쯤이니까 이후 나의 연애사는 내 값어치에 맞는 상대를 찾는 여정이 됐다. 결국 사랑을 찾는 과정도 자신의 자존감과 아주 큰 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세상의 반은 남자 / 세상의 반은 여자


왜 내 짝은 없을까? 청춘들을 상대로 연애특강을 하다 보면 단골로 나오는 질문들이 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있을까요?"

“운명적인 배우자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

“전 만나는 사람마다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요, 아직 천생배필을 못 만났기 때문일까요?"

"운명적인 짝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스스로 선택하는 걸까요?”

“결혼에 대한 확신은 어떻게 생기나요?”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상대를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고민이다. 그리고 세 가지 질문이 섞여 있다.

첫째, 상대가 운명의 내 짝(어른들이 말하는 천생연분, 배필) 인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둘째, 운명의 배우자는 오는 걸까? 찾아가는 걸까?

셋째, 쓸만한 상대(남자, 여자)가 없다.



사랑이란? - 운명을 만들어 보자

천생연분, 운명적인 사랑이란 뭘까?

"미팅이나 소개팅 자리에서, 아니면 길을 가다 우연히 눈이 번쩍 뜨이고, 귓가에 종소리가 울리는 이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설정이다. 이런 행운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많은 문학작품이 이야기하고, 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는 건 살면서 한두 번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행운을 얻는 건 아니다. 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느낌(Feel)이 없어”라는 말은 성적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의 완곡한 표현이다. 한눈에 반하는 운명적 만남 = 섹스어필 의 관계가 있다. 그런데 이 섹스어필이라는 감정의 유효 기간이 길지 않다는 건 이미 여러 연구 결과에서 언급되고 있다.

비록 유효기간이 짧은 감정에 불과하지만, 운명적 만남이라는 확신은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연애도 삶이기에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위기, 갈등의 시간을 겪게 된다. 그때 이 운명이라는 믿음은 큰 힘을 발휘한다. 어려움이 와도 운명적 만남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같이 극복해야 한다는 마음을 먼저 가지게 된다. 반면에 확신이 없는 연애에서 위기가 찾아오면 관계를 쉽게 포기하거나, 청산할 핑곗거리로 운명을 찾게 된다. 사람들이 사주와 궁합을 보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독자의 사랑이 한눈에 불꽃이 튀는 운명적 만남의 행운을 얻지 못했다면, 그리고 상대방이 계속 주저하고 있다면, 우연을 가장한 의도된 이벤트를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상대방이 자주 가는 곳에 얼쩡거리다 우연히 만나는 거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공부해서 우연한 공감대를 만들기도 하면서 하나하나 함께할 것들을 쌓아가다 보면 서로 닮아 가는 모습을 찾게 되고 그게 하나의 운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성적 매력을 발견하는 행운이 올 수도 있다.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려요?

운명적인 만남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자.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나에 의해 같이 만들어져 가는 상호 작용이다.

'로고테라피'라는 심리 치료로 유명한 빅터 프랭클 박사는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이야기한다. - 매일매일 죽음을 직면하는 수용소 안에서 인간 존엄을 유지하는 사람과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같이 혼재한다. 어떤 사람은 바로 앞에 죽음 앞에서도 한 모금 주어진 물로 얼굴을 단장한다. 어떤 사람들은 살아 있음에도 삶을 인정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죽음의수용소에서.JPG 에스 24 책 소개 이미지


사설이 좀 길었지만, 운명의 내 짝(어른들이 말하는 천생연분, 배필) 인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너의 자존감을 가지고 너에게 걸맞은 짝인지를 스스로 판단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쓸만한 남자? - 나는 쓸만한 여자?

에릭 프롬의 글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와 같이 자기 자신의 교환 가치의 한계를 고려하면서 서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최상의 대상을 찾아냈다고 느낄 때만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에릭 프롬의 저술 의도와 다르게 한국말 제목은 “The Art of Loving” 의 "ART"를 “기술”이라고 번역해서 사랑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됐다. 에릭의 사랑을 만들어 가는 예술의 과정을 테크닉 정도의 낮은 수준으로 내려놨다. 에릭은 사랑이라는 게 자연현상과 같이 존재 자체로 완성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서로의 상호 작용으로 정성껏 빚어가야 할 예술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쓸만한 남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나는 쓸만한 여자가 되고 있는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형을 그려보자, 그리고 나는 그 이상형을 향해 계속 자라 가고 있는지. 그리고 나의 성장은 없이 상대방의 가치가 상승하기를 바라는 이중의 잣대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자.

나는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는 사랑을 꿈꾸면서, 상대방은 나의 사랑 욕구를 채워줄 흑기사로 생각한다든지. 나는 왕같이 군림하는 존재가 되기 꿈을 꾸면서 상대방에게는 나를 보좌하는 절대적 헌신을 기대한다든지 하는 이중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면 그 출발부터가 삐걱거림을 잠재하고 있는 만남이 되는 것이다.


KakaoTalk_20220727_235620758_01.jpg Photo by Nathan McBrige / Upsplash



탐험을 멈추지 말자

구두를 하나 사기 위해서도 종일 쇼핑을 하고, 노트북을 하나 사기 위해 며칠을 인터넷 검색하고, 여행을 한번 가기 위해 1년을 준비하는데. 평생을 같이할 동반자를 찾는데 하늘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면 그건 좀 아니다. 맛집을 찾기 위해 새로운 곳을 탐색하고, 리뷰를 꼼꼼히 읽어 보듯이, 상대방의 삶의 결과물(그의 주변 사람, 일의 성과, 문제를 대하는 자세 등등)을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또 만남의 영역을 넓혀 가면서 짝 찾기의 모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

짝을 찾는 여정에 대한 제안

열심히 발품을 팔 것. 발품을 판 만큼 아이템 획득의 찬스는 많아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KakaoTalk_20220727_235620758.jpg Photo by Ameer Basher / Up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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