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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12. 친구

Give and Take

by kwonstalk권스톡

Talk12. 친구 - Give and Take


다 같은 친구?

친구 하면 번쩍 떠오르는 얼굴이 있나? 우리는 살면서 몇 명의 친구가 필요할까?

친구의 얼굴을 떠올려 봤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한 명의 얼굴, 그 뒤를 이어 2~3명의 이름이 떠오르고, 그다음에 아내의 얼굴도 떠오른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어 가지만 친구라 할 수 있는 존재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몇 년 전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어떤 친구가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아들은 주저 없이 자신에게는 3종류의 친구가 있다고 대답을 했다. 첫 번째 -아는 친구, 두 번째-노는 친구, 세 번째-친한 친구로 구분을 한다는 것이다. 친구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지만 이렇게 직관적이고 확실한 친구의 정의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3종류의 친구가 있다.


1. 아는 친구-무리, 말 그대로 서로 알고 있고, 어느 정도의 교감도 있는 관계이다. 학교에서 한 반에 40명 정도가 있다면 10여 명이 아는 친구다. 특별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관계여서 쉽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상황 변화에 따라 쉽게 잊히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문득 사진을 보다 보면, 추억 속에 떠오르는 아련히 떠오르는 친구들이다. 즐거웠던 기억과 약간은 서운했던 감정들이 섞여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가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던 한 무리의 친구들. 다시 만난다면 그 시절의 추억에 한참을 수다를 떨게 되는 친구들. 이런 친구들이 있어 우리의 일상은 풍부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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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는 친구-베프, 인생의 단계마다 그 시간을 함께 했던 친구가 있다, 흔히 말하는 베프(베스트프랜드)들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의 기억을 가득 채우며 살아가는 친구. 어떤 경우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또 가장 많은 갈등을 만들어내는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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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친한 친구-인생 친구, 특별한 이유와 목적이 없어도 그냥 만나게 되고, 또 한동안 아무 연락이 없다 문득 다시 만나도 계속 같이 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친구이다. 이해관계를 떠나 속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일 때 비로소 친한 친구라 할 수 있다. 인생 친구라는 별칭을 붙이는 이유는 이런 친구들은 인생 여정길에 길동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내도 친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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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나면, 구속받는 것을 피하고 싶어 그 누군가를 떠나게 된다.

외로움은 함께 있어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홀로 설 때 사라지는 것이다. “

어디선가 읽은 글인데 많은 공감이 가는 표현이다. 우리는 친구가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는 자살문제를 이야기할 때 누구든 한 명만 그 곁에 있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들 말하기도 한다. 근데 정말 그럴까 싶은 생각이 하게 된다. 정말 한 사람의 친구가 있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을까?

사실 너무 많은 친구에 대한 기대가 우리를 좌절하게 하는 건 아닐까? 어떻게 네가 나에게 그럴 수 있어?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데.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거야?

우리가 말하는 함께 노는 친구, 베프에게 받는 상처는 대부분 지나친 기대감과 짝사랑의 결과물이다. 나는 그를 베프라고 생각했지만 상대에게 나는 그냥 아는 친구뿐일 수도 있다. 나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준비한 생일선물이지만, 상대방은 베프는 나의 생일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친구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환상이 인생 친구를 만들어 가고, 누군가의 인생 친구가 되어 주는 데 장애물이 되는 건 아닐까?


인생 친구

나는 두 가지 관점의 인생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나를 이끌어 주는 친구, 흔히 말하는 인생 멘토이다. 이 친구는 한계를 넘어서는 친구이다. 같은 나이가 아니어도 상관없고 같은 지역에 살고 있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는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되고 쌍방이 아닌 일방적인 우정이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는 나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다. 만남을 동해, 글을 통해, 각종 매체를 통해 나를 성장시켜주는 사람. 그런 친구이다.

만약 가능만 하다면 이런 친구와 쌍방의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시도를 해보자. 소위 말하는 덕질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보내고 공감해 주고 나의 생각들, 나의 자라 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다. 단 스토킹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어떤 방법을 동원하던지 나의 인생 멘토 친구에게 나를 알리고 쌍방의 관계가 형상되는 기회가 생기도록 노력하면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성장하게 된다.

나는 '퇴사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글쓰기에 입문을 했다. 첫 수업 날 우리는 모두 ”작가”라는 호칭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이렇게 내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었다. 나보다 젊은 사람이었고, 단 몇 번을 강사와 수강생의 관계로 만난 사이였지만 그 강사를 나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의가 끝나고 정말 작은 선물이었지만 SNS 선물하기로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강사의 게시물에 반반응을 남겼다. 그 강사와 뭔가 연결의 끈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 후 글쓰기에 대한 상황을 SNS에 올릴 때 강사의 격려와 코멘트를 통해 멈추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출간까지 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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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친구는 말이 필요 없는 친구이다,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그냥 친구이다. 이 친구는 나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친구이다. 그 세세함이라는 것이 시시콜콜 나의 모든 생활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은 오히려 앞에 이야기했던 베프(같이 노는 친구)가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다. 인생 친구는 그런 것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것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나의 약점을 알고 있고 그렇지만 그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점을 커버해 줄 수 있는 친구이다. 사실 그런 친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유명한 ”브루투스 너마저 “를 외치며 죽어가던 셰익스피어 희곡의 주인공 쥴리어스 시이저 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우리의 약점을 드러내도 좋을 친구를 만났다는 건 인생에서 큰 행운이다.


이런 친구는 그냥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긴 시간과 많은 갈등과 삶의 공유를 통해서 가능할 일이다. 그래서 그런 친구가 되고픈 사람을 만났다면 먼저 다가서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가 내게 다가오기 전에 먼저 그의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다. 이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Give & Take 가 아닌 Give & Nothing의 마음 자세이다. 나는 그에게 나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고, 그것을 돌려받을 것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마음. 진실한 우정이란 이런 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친구에 대한 제안

하나, 인생 멘토를 만들어, 멋진 멘토를 만났다면 그 관계가 비록 짝사랑 일지라도 그 사랑에 대해 너의 멘토가 인지할 수 있도록 작은 연결의 끈을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그러면 일대일 밀착 멘토링의 행운을 얻을 수 있을 거야

, 너의 속을 보여줘도 될 만한 사람을 만났다면 그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야.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 봐. 그가 다가오기 전에 네가 먼저 그의 인생 친구가 되어 주는 거야. 시간이 많이 지나면 어느새 그는 너에게 인생 친구가 돼 있을 거야.

셋. 친한 친구(베프)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지 말자. 외로움은 함께함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홀로 설 때 사라지는 것이니까. Give & Take를 기대하지 말고 Give & Nothing, But I’m OK. 그럼 베프가 어느새 인생 친구가 되어 있을 수도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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