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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14. 과잉부가가치시대

- 과잉부가가치추종자

by kwonstalk권스톡

Talk14. 과잉 부가가치 시대 - 과잉부가가치추종자


. 생활필수품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린이날이나 생일이 되면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뭘 선물해 주면 좋아할까? 어떤 것을 사주면 유익할까를 생각하며.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미리 상상해 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선물을 고민할 때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곤 했다. 나는 어떤 선물 받았을까?, 어떤 걸 받았을 때 기뻐했던가?

학용품, 신발, 계절에 따른 새 옷 등을 받고 한껏 들떴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선물은 더 이상 마음 설레는 선물이 아니다. 학용품, 신발, 옷 등의 생활용품은 이미 부족함이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심지어 기본적인 학용품이 수업시간에 지급이 된다. 학교 앞 문구점들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이다. 형이 쓰던 부러지고, 예쁜 색깔은 남아 있지도 않은 크레파스를 물려받고, 형이 입던 옷을 입던 어린 시절에는 아무도 쓰지 않은 새 학용품 뚜껑을 여는 것(지금 쓰이는 말로 번역하면 언박싱)은 큰 기쁨이었고, 오직 나를 위해 준비된 새 옷과 새 신발은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 물건이었지만 이런 생활필수품들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기쁨 주지 못한다.


. 과잉 부가가치의 시대

인류는 소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필요를 위해 생산을 했다. 생존을 위해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키우고, 옷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생존을 위해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소비를 부추긴다. 이렇게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부가가치의 생산이라고 말한다.

어느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말했지만. 세상 만물은 인간이 용도를 부여할 때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Pixabay image by NajiHabib

소비시대를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단계는 생활필수품 소비 단계이다, 생존을 위해, 기본적인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단계이다.


2단계는 문화적 혁신 단계이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이 생산되고, 그로 인해 인류의 삶이 바꾸어지는 것이다. 증기기관의 발명, 전기의 발명, 스마트폰의 탄생 등이 이런 문화혁명의 기폭제라고 볼 수 있다.


3단계는 과잉생산시대이다, 소비에 따른 혁신은 희미해지고, 무의식적인 더,더,더 (MORE, MORE, MORE) 소비 단계이다. 어쩌면 소비의 중독 단계라고 할 있다. 배가 불러도 맛있으니까 먹는다. 이 단계에 접어든 문화는 결국 파멸의 단계로 이어지게 된다. 영양 과다로 서서히 몸이 병들어 가듯이 과잉 부가가치로 환경과 문화는 병들어 간다.


나는 이 단계를 과잉 부가가치 시대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세상은 이미 차고 넘쳐서 부족하지 않은데도 교묘하게 계속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야 새로운 소비심리를 부추기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함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의 창출은 곧 부의 창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역사는 좋은 사례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소개했을 때 인류는 새로운 문물의 출현에 열광했다. 그때가 21세기 밀레니엄 시대의 첫 10년을 지날 때쯤이지, 6천 년을 이어온 오프라인 소통이 온라인과 SNS를 통한 소통으로 전환되는 문화 혁신에 결정적 기폭제가 된 것이다.


1단계에서 전화기는 원격 소통을 의한 중요한 도구였다. 문화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품으로 떠 올랐다. 아이폰이 세상에 선보이기 직전까지, 우리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의사소통수단의 고유 역할을 수행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이미 모든 사람의 손에 휴대전화가 들려져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세상을 뒤엎을 만큼의 소비를 창출할 수 없었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소통도구라는 시장에 스마트 폰 출시라는 2단계를 선물했다. 일대일 소통수단인 휴대전화가 전 세계 네트워크에 상시 접속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은 하나의 네트워크 노드가 되었기 때문에 , 때마침 확산하기 시작한 SNS 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소비 혁신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이후 아이폰에 혁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스티브잡스가 있었어도 혁신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상상할 수 있는 혁신은 이제 더 이상 소통수단의 변화에 있지 않다.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을 넘어서고 14번의 버전업을 하면서 소비 상황은 과잉 부가가치를 강요하는 3단계로 진입했다. 나는 갤럭시 노트2 0을 쓰고 있지만 굳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써야 할 명분이 없다, 조금 더 빠르고, 화면이 크고, 사진이 잘 찍히는 것이 실제 삶의 혁신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 혁신이 없음에도 매년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하나의 과잉 부가가치생산일 뿐이다.



. 환경문제 – 과잉 부가가치 사조에 맞서기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소비와 분별없이 생산해 내는 부가가치가 인류에게 유익한 일인가? 아니면 불필요한 폐기물의 지속적 양산으로 인류 파멸의 부메랑을 맞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끝없이 넓다고 생각했던 바다에 폐기물이 쌓여 섬이 만들어지고, 바다 동물의 뱃속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폐기물이 나오고, 철마다 숨쉬기가 힘든 미세먼지들이 세상을 뒤엎는 상황들을 보면서 우리는 많은 반성을 했고, 조금씩 환경오염을 지연시켜서 지구의 미래를 연장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어.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과잉 부가가치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글을 대하는 이들이 통제력을 잃은 과잉 부가가치 시대사조에 제동을 거는 일에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Pixabay image by meineresterampe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던지, 과잉 부가가치에 사조에 제동을 걸고 맞서는 입장에서 일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제품을 기획하는 일을 하게 된다면, 호기심을 자극하고, 유행에 편승해서 궁극적으로 폐기물이 되어 버릴 제품 개발하는 것을 멈추고, 이 시대 차고 넘치는 물품들이 새 용도로 재생산되는 제품을 기획하고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나처럼 엔지니어의 일을 하고 있다면, 물질 지향적, 기술 지향적 제품보다는 인간 지향적, 자연 친화적 제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 개발을 유도하는 일을 실행하는 것이다.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의 생명을 좀 더 긴 시간 유지를 위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부여받은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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