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 샌드위치와 단호박 수프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난 생선 몸통이 싫단다. 생선은 머리 아니겠니?”
그래, 아니다!
아니고 말고.
나는 짜장면이 좋고 , 나는 생선의 몸통이 좋다. 우리 집의 규칙은 뭐든 n등분하는 것이다. 혹 딸기가 8개가 있음 아빠 2개 엄마 2개 아들 2개 딸 2개 이렇게 나눈다. 그러고 나서 아이에게 약간의 생색을 내며 “이건 엄마 건데! 너 하나 줄게"라고 이야기하며 건네준다. 그게 그건가?ㅋㅋㅋ
뭐 여하튼 맛있고 예쁜걸 아이들이 먼저 먹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싫기도 했고 , 나중에나 돼서야 아이들이 본인들 먼저 잇속을 챙기려고 하면 섭섭해하는 일이 생기는 것도 싫고. 그래서 그냥 처음부터 엄마의 몫은 엄마가 챙겨보겠다는 심보..?
이것과 비슷한 기적의 논리로 아이들이 남긴 음식은 먹지 않기로 했다.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 위가 음쓰통은 아니니까 절대로 아이들이 남긴 건 먹지 않기로 다짐을 했다. 난 소중하니까.
그러나 약간 애매한 날이 있다.
달걀을 8개를 삶았다. 각자 2개씩 나누고 통밀빵과 사과 , 토마토 주스를 아침을 먹었다.
배가 부른 지 아이들이 애매하게 달걀을 남겼다. 내가 먹어도 약간 새콤했던 청사과도 몇 개가 남았다. 애매하다 애매해. 하아. 달걀을 대충 으깨고 , 마침 한살림에서 사 온 마요네즈가 있어 대충 뿌려서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남은 청사과를 가위로 작게 잘라서 넣었다. 그리곤 일단 냉장고에 넣어놨다.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올 것처럼 잔뜩 흐렸다.
1호는 어린이집 등원을 했고 2호와는 자전거 라이딩을 가려고 했다. 날이 이렇게 흐리다가 1시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으니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준비를 해서 1층에 도착을 하는 순간....
????? 폭우가 내렸다. 지금은 10신데..
아이와 비 구경을 조금 하다가 집으로 올라왔다. 폭우가 쏟아지니 몸이 으슬거렸다. 단호박스프를 만들자. 아침에 아이들에게 단호박을 쪄줬는데 생각보다 덜 달았는지 또 애매하게 남은 단호박이 날 쓸쓸히 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 남긴 건 안 먹기로 했는데.. 유통기한이 간당 거리는 콩국물을 넣고 꿀과 소금을 넣고 갈았다. 사실 생크림, 우유 , 치즈 이런 것들을 넣으면 더 맛있어지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생리통 , 아이들을 아토피의 이유로 유제품은 거의 먹이지 않는다.
냉동실에 또 애매하게 남은 식빵 2장이 있어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웠다. 한 장은 2호에게 주었고 남은 한 장은 절반을 잘라 단호박 수프에 크루통으로 넣었고, 또 나머지 절반은 며칠 전 대충 으깨 놓은 달걀을 넣고 에그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단호박죽은 뜨듯하고 담백하게 맛있었고 , 에그 샌드위치는 모두가 다 아는 그 맛있지만 청사과를 넣은 것이 아삭 거리며 맛을 더 올려줬다.라고 쓰면 뭐하나 어쨌든 짬 처리한 건데. 에라 모르겠다. 다 이렇게 사는 거 아니겠는가
한 끼 맛있게 먹었음 됐지 뭐.
하늘이 뚫어진 것처럼 비가 오더니 또 날이 개었다. 아침에는 눈치게임에 실패했지만 , 2호가 낮잠에서 일어나면 다시 라이딩을 다녀와야겠다. 도서관에 책 반납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여름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