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성에 대하여.
난 요리가 싫다.
특히 한식에는 더욱 취약하다.
혼자 먹게 되는 날들이면 스무디를 갈아먹던지, 샐러드 , 과일 , 빵 , 고구마, 떡 같은 것들로 연명을 한다. 이런 엄마의 본모습을 모르는 아이들은 부엌에서 삼시 세 끼를 해내는 엄마가 요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심지어 우리 큰애는 '엄마는 요리를 잘해!'라고 이야기해주니 얼굴이 붉어질 따름이다. 뒤에 남편이 고개를 절레절레했던걸 비밀이고. (흥-)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제비 새끼처럼 입을 벌리며 먹고 싶은 게 있다며 조잘거리는 아이들에게 배달음식을 하염없이 넣어줄 수는 없었다. 어설프던 칼질은 어느새 자연스러워졌고 ,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것들은 이제 가족의 입맛을 저격하기 시작했다.
7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시 시작한 6살 1호는 한 번도 가기 싫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너무 재밌다며 2주간의 여름방학기간에도 나갔었고 심지어 토요일엔 눈물이 글썽거렸다. 어린이집 가야 하는데 왜 못 가는 거냐고. 그렇게 7,8,9월 3개월이 꽉 채워져 갈 무렵 1호가 지독한 감기에 걸렸는데, 그즈음 해서 입이 -3- 이렇게 툴툴 나와서는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종종 하기 시작했다. 뭐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하는 투정이라고 그냥 넘기기엔 궁금해졌다. 그렇게 재밌던 어린이집이 왜 가기 싫은 날이 있는 걸까. 어른들이 회사 가기 싫은 것과는 좀 다른 결인 것 같은데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좋다고 조잘거리던 아이인데 왜 그러는 걸까.
밤에 자기 전에 스몰토크를 많이 하는 편이라 아이를 살살 꼬셔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하는 말인즉슨
"책도 더 보고 싶고 색칠도 더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게 속상해. 누워서 이불 만지고 싶고 손 빨고 싶은데 그건 못해서 싫어"
아하 , 드디어 부딪쳤다! 아이의 욕구와 어린이집의 규칙이 드디어!! 드디어!!! 부딪쳤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아이가 이 과정을 어떻게 넘길지 너무 궁금했다. 정말이지 아이는 어떻게 이 작은 시련의 순간을 넘어갈까.
며칠이 지나고 , 아침을 먹고 있을 때였다.
"시온아 말해줄 게 있어. 실은 이건 지이이인짜 비밀인데 , 엄마는 요리를 별로 안 좋아해."
ㅇ_ㅇ??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 아이의 표정이 재밌어서 한참을 구경했다.
"엄마는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에 꾹 참고 노력하는 중이야. 요리하는 걸 좋아하려고. 엄마 밥을 먹고 너희가 튼튼해졌으면 좋겠거든"
옆에 있던 남편이 거들었다.
"사실 아빠는 출근하는 거 싫어! 그런데 꾹 참고 일하면 월급이 들어오고 그걸로 너희들 맛있는 것도 사줄 수 있고 해서 출근하는 거야 "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들이 늘어간다는 걸 아이는 알까? 6살이 된 아이, 이제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이 차차 생겨가는 시기이다. 그걸 '이해'하고 인내하길 바라지만, 나도 잘 못하는 걸 아이에게 요구할 수는 없지. 아직 몸이 아프고 피곤하다며 응석을 부린다면 일주일 정도는 집에서 함께 굴러다니며 요양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의 작고 작았던 아이는 한걸음을 먼저 떼었다.
"엄마! 나도 어린이집 가는 게 싫어.
그렇지만 친구들과 노는 게 좋으니까
참고 갈 거야!"
언제 커버렸을까.
짙은 우울증을 치료해가며 아이들에게 바라는 건 단지 외유내강한 아이들이 되는 것. '행복한'사람이 되는 것보다 마음이 단단한 아이가 되었음 했다. 요즘 유행하는 '자존감'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상황에서든 단단한 마음은 아이에게 날개를 펼쳐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니 너의 걸음을 응원한다.
나의 아가들아.
덧,
최근 느낀 거지만 말재간이 정말 많이 늘었다. 덕분에 웃긴 에피소드들이 갱신된다.
1.
2.
6살 아들 : 엄마가 일찍 자자고 해서 공부 못했잖아! 나 공부 좋아해! 공부를 더 했어야 한다고!
엄마 : 음? 공부 좋아했어? 무슨 공부를 더 하려고 했는데?"
6살 아들 : 색칠공부!!!
그래 , 엄마는 언제나 널 응원한다. ㅋㅋㅋㅋ 부디 그 마음 변치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