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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수봉 Jul 02. 2022

식사수발일기 08. 토마토주스와 감자구이

맛있고 건강하고 여름간식을 찾아서.


여름이다. 장대비가 내리고 열대야가 시작되었으며 불쾌지수가 올라갔다. 한차례 우울의 깊고 깊은 심연을 마주하고 나니 이제는 무엇보다 나를 조금 더 아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https://brunch.co.kr/@minqhd/17


곧 우울증 치료 100일을 맞이하는 나는 안 그래도 지치는 여름에 삼시 세 끼와 간식을 차려내기에는 무리일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는 최대한 시간과 노력이 덜 들어가지만 맛있는 친구들을 찾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엄마는 편하지만 아이들의 건강에는 이롭지만 몹시 맛있는 그런 친구들 말이다.

(아 , 듣기만 해도 어렵다 어려워 ㅋㅋ)


이따금씩 조금 더 해서 먹을까라는 생각이 스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뉴질랜드 캠핑족을 생각한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맥주 한 잔 하며 노을을 즐기던 그들. 간소한 식사 뒤에 남겨진 홀가분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가벼웠던 시간들까지.
그러고는 헬렌 니어링의 말을 속으로 되뇐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하게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 데 쓰자. 자연과 대화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들을 만나는 데 쓰자.”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리의 식탁을 조금 더 공백으로 채울 필요가 있다. 밥과 국, 메인 요리와 밑반찬이 다 있어야만 제대로 된 한 끼의 식사라는 개념이 사라지자 시간, 돈, 에너지 모두를 절약해주는 단순한 식생활이 만들어졌다. 일반식은 하루에 한 끼 정도. 그 외에는 주로 자연 식물식(과일식), 구운 구황작물, 간단하게 만든 빵에 커피를 곁들여 먹는다. 모든 이에게 정답인 식단은 아니지만 내게는 무척 만족스럽다.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 / 이혜림> 발췌


요즘의 아침은 과일과 견과류 조금 통밀빵을 내어준다. 통밀빵이 없으면 감자나 고구마 등의 구황작물을 내어준다. 아침에도 덥고 습한 날이 이어지고 있어 냉동해둔 바나나와 두유에 꿀을 섞어 갈아주었다. 느린 오전을 보내고 싶어 유튜브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오전에 들을만한 클래식을 틀었다. 국과 밥을 차려내고 밥을 먹어라 말아라 씨름하는 에너지를 줄이니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잔뜩 읽어줄 수 있어 나름 괜찮은 아침이 이어졌다.

치우는 자의 부지런함보다 어지르는 자가 더 부지런하기 때문에 집은 늘 엉망이라는 변명을 해봅니다.


탐스럽고 말갛게 익은 빨간 토마토와 여름감자를 한 박스 샀다. 여름의 것들은 크게 양념을 하지 않아도 맛있기 때문에 자연이 만들어준 선물에 숟가락만 올려도 되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스파게티를 해줄까 , 토달토달 (토마토 달걀 볶음)을 해줄까 , 아니면 토마토 수프를 끓일까 많이도 망설였다. 그러나 불 앞에 설 자신이 없어서 믹서기에 윙-돌려서 간식으로 내어주는 날들이 이어졌다. 맛있었다. 갈아먹는 것만으로도 드린 노력에 비해 충분히 맛있었으나 믹서기를 닦고 있자니 틈 사이를 닦고 말리는 그 과정마저 소모적이고 귀찮아서 그 노력으로 강판에 토마토를 갈았다. 예전에 어느 글에선가 본 적이 있었다. 강판으로 토마토를 갈면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해주신 토마토 주스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진한 태양의 맛이었다.

꿀을 조금 더 넣어주니 아이 둘이서 참새 입을 하고는 따라다닌다.

“엄마 더 줘! 엄마 더 줘!”



감자로는 할 수 있는 게 참 많다. 단연 그중 최고는 잘 닦은 감자를 새끼손가락만 하게 잘라서 허브솔트와 올리브 오일로 버물여주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굽는 것이다. 180도에 15분. 딱 그 시간이면 충분하다. (우리 집은). 더욱 촉촉하게 먹고 싶다면 살짝 찜기에 쪄서 에프나 오븐에 구워준다는데.. 그거까진 차마 못하겠다. 케첩을 찍어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다.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어느새 빈 접시를 마주할 수 있다.


혹시 먹다 남은 건 저녁 반찬으로 슬쩍 다시 껴준다. 아니면 아이들 재우고 나서 시원한 맥주 한잔하며 안주로 먹어도 손색이 없다.


당분간 , 아이들 간식은 걱정 없겠다.



아!

여름간식으로 제일 편한것 중 하나는 (남편이 껍질을 다 까놓은) 초당옥수수를 찜기에 15분쪄먹는건데 정말 맛있고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지만 바닥에 널부러진 옥수수알갱이를 볼 때마다 시험에 들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나의 상태가 좋을 때 ! 즉 , 청소하면서 화를 내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 내어준다.


그저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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