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2

54

by 교관


54.


정권이 여러 번 바뀌고 경기가 어려워지고 경제부흥을 일으켰던 세대들은 회사에서 대부분 퇴직을 하여 자영업이라는 새로운 업종에 뛰어들었지만 경영부진과 사기 등에 휘말려 살길이 막막한 시대에 들어왔다. 그들은 단가를 맞추고 생활을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섭취하면 위험한 화학물질로 음식의 첨가물을 만들었고 정부는 적정량이라는 애매한 기준치를 두어 허가를 해주었다. 첨가물은 식당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적당한 양이라는 것을 지키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결국 그들도 다른 곳에서 그들처럼 화학첨가물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 했다. 돌고 돌았다. 단가를 낮추고 그에 맞게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그들은 대륙의 외곽 지역이나 동남아 나라의 해안근교의 오래되고 질 나쁜 식재료를 사들여서 식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들은 그렇게 돌고 도는 음식을 팔고 사 먹었다.


그 사람들의 2세가 자라서 똑같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음식을 먹어가며 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아토피를 안고 태어나거나 환경에 의해서 아토피가 극심하게 몸에 퍼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화면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가렵지만 긁지 못한다. 아이에겐 고통스러운 일이다. 긁지 못해 울어버린다. 그 통계는 매년 늘어가는 추세다. 아토피 바이러스는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인체의 빈틈을 파고들어 유전자로 하여금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인체에 내려 보낸다.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바이러스는 점점 불어나기 시작한다. 아토피라는 새로운 변이체는 시간과 더불어 세력을 확장시키고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더니 생활이라고 하는 부분을 파괴해버리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번진 아토피는 피부의 껍질을 하얗게 변색시키고 허물을 만들어내서 시종일관 가려웠고 피부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타올랐다. 여름에 일광욕을 잘못한 사람들의 피부처럼 허물이 제멋대로 벗겨졌다.


아토피가 심한 학생들은 사람들을 회피했고 시선이 무서워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다. 아토피는 각각의 인체에서 서로 다르게 변형질로 자라서 아토피의 확실한 치료법이나 약의 개발이 어려웠다. 유전형질로 물려받은 열성인자들이 떠안고 가야 하는 운명이었다. 유전자는 인간을 이동매체로 하여 끝없이 이어져 가면서 그 크기와 강도를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소피가 늘 하던 말이 떠올랐다.


다큐멘터리는 정부가 국민들의 균형을 맞추는 일에 소홀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라며 마무리를 지었다. 뉴스전문채널에서 야심 차게 준비해서 정부에게 타격을 가하는 방송을 제작했지만 시청률은 저조했다. 사람들은 아토피를 몸에 지니고 있지만 피자집으로 향했다. 다큐멘터리의 진행을 맡았던 유명 배우는 이후로 비중 있는 역에서 점점 멀어지더니 끝내는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아토피처럼 감기바이러스도 마찬가지였다. 면역체계가 약한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냉방병의 노출도 심했다. 이 병원에는 대로변의 병원들처럼 환자가 너무 많지 않아서 마동은 안심했다. 캐시카운터로 가니 간호사가 정말 한 명만 있었다. 그런데 간호사의 복장이 평소 병원에서 보던 그런 간호사 복장과는 많이 달랐다. 오버스럽다고 해야 할까. 간호사는 분홍색의 원피스 복장을 하고 있었고 단추가 많이 달려 있었다. 간호사복은 그녀의 육체에 타이트하게 들러붙어서 섬세하고 야릇한 기분을 자아내게 했다. 요즘은 간호사들이 하지 않는 간호모도 하고 있었다. 마치 제5 원소에서 비행선의 승무원을 떠올리게 했다.


“저희 병원은 처음이시죠?”


간호사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경쾌한 파장이 병원과는 어울리지 않게 들렸다. 간호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훈련받지 않은, 세심함은 좀 덜하지만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미소였다. 마주 대하면 안심이 안 되는 미소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어디선가 교육기간 중에 대부분 훈련을 받는다. 본인의 얼굴을 가리고 상대방에서 세심함을 전달하려고 하는 미소를 트레이닝을 받고 나서 짓는 미소를 지닌 사람들에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분홍간호사복장의 간호사가 지닌 미소는 업무에 극심하게 시달리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미소라고 마동은 생각했다.


[계속]

keyword
이전 25화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