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139.
어젯밤에 봤던 그 개였다. 눈빛이 달랐던 그 거대한 대형견.
아마도 카페의 주인이 기르는 개인 모양이다. 아주 초대형견이다. 두 발로 벌떡 일어선다면 성인남자의 키도 훌쩍 넘을 것이다. 분명 훈련을 제대로 받았고 주인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고 집을 잘 지킬 것이다. 이렇게 큰 초대형 견은 목적에 의해서 길들여지고 키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운동을 매일 시켜줘야 하고 인간이 먹는 음식을 먹이지 않아야 한다. 이 그레이트데인은 주인과의 교감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것을 마동은 알 수 있었다. 덩치가 엄청났지만 미끈한 모습에 움직임은 날렵했다. 몸을 살짝 트는 모습에서도 훈련을 받지 않은 개와 확연한 차이가 나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앞다리는 땅을 디디고 있었고 뒷다리는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처럼 뒤로 죽 뻗고 있었다. 턱은 상향 15도 정도 들고 있었다.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처럼 보였다. 온몸이 어두운 색으로 검은빛이 좋았고 반질거리는 털은 달빛을 받아 더욱 신비스러운 광채였다.
지구의 모든 소리를 들으려는 듯 귀는 하늘로 쫑긋 올라가 있고 꼬리는 C자형으로 끝은 하늘너머의 종족과 교신이라도 하듯 한 지점을 향해 있었다. 털의 매혹적인 검은 빛깔은 눈 밑으로 해서 입까지 이어졌다. 움푹 들어간 눈은 또렷했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눈동자를 띠고 있었다. 개의 몸은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듯 강하게 보였지만 눈빛은 그리움이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레이트데인의 눈동자에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을 들여다보는 착각이 자꾸 들어서 마동은 가슴이 뛰었다. 그레이트데인의 눈동자에서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는 달리 일종의 편안함이 서려 있었다. 오래된 낡은 혼란이 마동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만약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많은 걸 물어보고 싶었다.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그 그레이트데인 곁으로 가서 개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개는 가만히 마동에게 반질한 머리를 내주었다. 마동은 초대형 그레이트데인을 처음 보았다.
이렇게 큰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구나. 마동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카페의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런 큰 개를 키우려면 집 마당이 넓거나 옥상이라도 커야 한다. 한국 땅에서는 좀체 키우기가 힘든 개였다. 뒷문으로 카페의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왔다. 남자는 마동과 그레이트데인의 모습을 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덩치는 있지만 몸은 마르고 스포츠형의 짧은 머리모양을 하고 검은 반팔 티셔츠와 검은 여름데님바지를 입었다.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세련되어 보였다.
“장군이는 주인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거 같소.”
주인도 그레이트데인을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초대형견의 이름은 장군이었다. 장군이가 주인을 보자 아주 반갑게 짖어대고 두 앞발을 들어 주인의 가슴에 올렸다. 컹 컹 거리는 소리는 해안가를 산책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소리를 들어보시오. 이렇게 큰데 말이어. 초원 같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묶여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주인은 진정으로 장군이가 답답해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적어도 마동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마동은 주인의 의식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제가 이렇게 큰 개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장군이는 지금 불만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주인을 아주 좋아하고 말이죠.” 마동은 계속 말을 이었다. “개들의 의식은 주인을 향한 사랑이 전부입니다. 아주 기이한 생물체 같습니다. 주인의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완전체의 애정 어린 모순덩어리가 있다면 개가 아닐까 합니다. 개는 죽기 전까지 주인에게 하던 행동이나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의식을 하고 죽음에 이르게 되니까요. 개들은 사랑으로만 똘똘 뭉쳐 있어서 아주 행복한 동물이지만 동시에 가장 불쌍한 동물이 틀림없습니다.”
마동의 말을 듣고 장군이의 주인은 보드랍고 짧은 털을 가진 장군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미소를 지었다. 코 옆으로 주름이 깊게 파였다. 주름은 곧 얼굴 전체로 피어올랐다. 기분 좋은 주름이었다.
“개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군요. 개의 내면에 대해서 말이오. 내가 괜스레 기분이 좋구먼. 사실 장군이도 훈련소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었소. 개를 훈련시킨다는 것이 인간이 편리하고자, 인간이 좀 더 개에 다가가는 방식이잖소. 개는 어쩌면 훈련 같은 것이 필요 없는지 모르지. 하지만 인간은 개를 훈련시켜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개에게 일임하고 있소. 인간이 가지 못하는 달에 개가 최초로 날아갔지만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지. 위배 적이오. 인간이란 그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