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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장군이는 다른 개들에 비해서 훈련소에 오래 있지 않았소. 한 달 정도 있다가 퇴소를 했지. 훈련소에서 연락이 왔더군. 더 훈련시켜야 할 개가 아니라고 말이오. 그래서 데리고 왔지. 훈련소의 말 그대로였소. 우리 장군이는.” 주인은 장군이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개의 머리라는 것은 주인이 쓰다듬기 좋게 그렇게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마동은 주인과 장군이 가까이 있었다. 장군이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이 보였다.
“이 녀석 보게. 대부분 낯선 이들이 가까이 오면 아주 크게 짖어 대는데 당신은 좀 다르군요. 당신을 처음 보자마자 잘 따르는 것 같소. 이럴 때 주인은 질투를 느끼지. 이례적이야.” 주인은 잭 니콜슨 같은 표정으로 장군이의 상체를 안아줬다.
“장군이가 낯선 사람에게는 크게 짖는군요.”
“그럼요. 이렇게 큰 개들은 대부분 그러합니다. 주인을 지켜야 한다고 훈련을 받은 개들은 사명감 같은 것이 몸에 가득 차 있나 보오. 아주 당연한 것이지. 장군이가 이곳으로 온 낯선 이에게 방어적이 아닌 자세는 처음 보는 듯 하오. 당신도 개를 좋아하시오? 집에 개를 키우고 있소?”
“아니요. 키우지 않습니다. 굉장히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못해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마동은 장군이의 눈을 보며 주인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내일 이 시간쯤에 한 번 더 오시오. 장군이를 산책시킬 건데 같이 가면 재미있을 것이오.”
이렇게 큰 개들은 산책시키기 힘들다. 앞서 두 마리의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끌려가는 주인에게서도 그 모습을 봤지만 장군이가 힘 있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면 아마 주인은 휘청휘청하며 딸려 갈 것이다. 그와 동시에 마동은 자신을 불러들인 의식의 주인을 찾아보았다.
나를 부른 의식을 지는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그 사람도 나처럼 변이를 일으키고 있기에 나를 알아본 것일까.
마동을 이곳으로 부른 의식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레이트데인 장군이와 장군이 주인밖에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내일 별일이 없다면 이곳으로 조깅을 하러 올 겁니다. 들리겠습니다.”
-반드시 내일 오도록 하다-
진공관을 흐르는 듯 기이하고 이질적인 의식이 다시 한번 들렸다. 장군이의 주인과 이야기하는 동안 자의식으로 마동에게 의식을 전했고 곧 사라졌다. 문체도 깨지고 소리도 완전하게 사람이 내는 소리와는 달랐다. 이질적인 의식의 소리는 또렷하게 마동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이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동에게 다가온 이질적인 의식의 소리는 시작도 끝도 없었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빈 공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전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동은 장군이의 주인에게 내일 조깅을 하면서 이곳에 들리겠다고 다시 한번 확인을 시켜준 다음 그곳을 벗어났다. 마동은 카페를 벗어나 해변의 조깅코스로 다시 올라왔다. 카페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마동의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장군이가 마동을 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꼬리는 살아서 따로 움직이는 도마뱀 같았다. 장군이는 묘한 눈빛으로 마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동은 고개를 뒤로 돌린 채 장군이의 눈빛을 응시했다. 한참을 그 눈빛을 쳐다보았다. 동물 같지 않는 눈빛.
장군이와 1분 정도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니 가슴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일렁이던 어떤 작은 마음이 느껴졌다. 그 마음은 마동의 것이 아니다. 곧이어 자주 꾸던 꿈속의 그곳이 나타나더니 손을 잡고 병원을 거닐던 어린 시절 마동의 모습도 희미하게 나타났다.
이 작고 미미한 마음은 도대체 누구의 것일까.
마동은 작은 마음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동의 마음속에 누군가의 그리움이 숨어 있었다. 분명 마동이 지니고 있는, 마동의 그리움과는 성질이 다른 것이었다. 마동은 자신에게 자문했다.
나에게 그리움이라는 것이 생존해 있었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