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174.
최원해도 이 상쾌함을 맡아보면 코스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을 것이다. 마동을 따라오면서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침엽수에서 뿜어내는 기분 좋은 피톤치드가 인체에 아주 유익하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 거리며 힘을 다해 마동의 뒤를 따라붙었다. 그의 목덜미에서 흘러내린 땀 때문에 티셔츠의 네크라인 부분은 환자가 입을 다물지 못해 입에서 흘러내린 침이 축축하게 환자복을 물들인 것 같은 도형을 만들어냈다.
“원하는 걸 얻는데 시간이 단축될 겁니다, 최부장님께서도. 이런 길을 매일 달린다면 말이에요”라고 마동은 말했다. 마동은 전혀 숨이 차지 않았다. 경사가 조금 더 심해졌고 몸을 앞으로 구부려야 했다. 최원해는 빨리 걸어 올라가는 것도 벅차 보였다.
“내가 자네와 많은 대화를(헉헉) 나눠보지는 못했지만 자네는 가만 보면(헉헉) 사람들과는 다르게 말을 하는 경향이 있네(헉헉). 그거 자네는 알고 있나?”
최원해는 숨이 차서 입에서 겨우 말이 나왔다. 중간에 헉헉 거리는 소리가 성애 중에 내뱉는 욕망에 가득 찬 소리처럼 들렸다. 최원해의 목소리는 입에서 겨우 나왔다. 주전자의 뚜껑을 통해서 증기가 겨우 빠져나오듯이.
“거북하신가요. 듣기에?”
“아니, 그건 아니네만(헉헉). 평소의 자네는 언어습관에 좀 묘한 구석이(헉헉) 있는 거 같아서 말이지. 지금 자네에게(헉헉) 거북한 것은 말이네(헉헉). 이렇게 산길을(헉헉) 뛰어 올라가면서(헉헉) 전혀 숨차 오르는 기미가(헉헉) 없이 말을 한다는 거네(헉헉). 그런 자네가 조금(헉헉) 거북하네만.”
최원해는 그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마동은 전혀 숨이 차오르는 것 같지 않고 최원해에 비해 땀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에게는 이상하게 받아들여졌다. 마동은 그렇다고 일부러 숨이 차오르는 척 하기는 싫었다.
“중요합니다. 꾸준하게 하는 것이, 분명 최부장님도 이 코스를 일주일에 삼, 사일만 달리면 곧 이렇게 경사가 심한 곳도 다리 근육이 땅긴다던가, 숨이 차오르는 증상이 서서히 사라질 겁니다.”
“이봐, 마치(헉헉) 헬스클럽 트레이너처럼 말을 하는군(헉헉). 자네(헉헉).”
“여기 코스는 겨울에는 저녁이 되면 들어오지 못합니다. 오를 수 있을 때 열심히 오르는 겁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오케이(헉헉)."
마동은 최원해를 이끌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여러 번 나왔다. 그 코스를 지나면 풀숲의 산길이 나오고 평지 같은 부분의 산행코스가 나온다. 그곳에서는 천천히 달리면 된다.
“자네가 살고 있는 동네의 산에도(헉헉) 운동을 하게끔(헉헉) 잘해 놨구만.”
“부장님, 몸에 무리가 옵니다, 말을 너무 하시면 안 됩니다. 운동을 할 수 있게 해 놓은 곳은 부장님이 살고 있는 동네에도 잘해놨을 겁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주민들을 위해서 근린생활시설을 잘 갖추어 놨어요.”
“근린생활시설? 하하하. 아이고(헉헉). 자네 참 재미있구만(헉헉). 도대체 그건 언제 적 말인가. 아이구, 기침이.”
최원해는 숨이 차오르는 가운데 기침을 콜록콜록했다.
“부장님 말을 많이 하시면……”
이제 산길은 평지로 이어졌고 가로등은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이 없었음에도 달빛과 빛을 받은 여름밤의 공기 덕에 시야각이 넓었다. 마동의 눈에는 어두운 산속의 풀벌레까지 띄었다. 저 먼 곳에서 마른번개가 치는 것을 마동과 최원해가 동시에 쳐다보았다. 마동은 고개를 돌려 최원해의 눈과 마주쳤다. 그는 끓어오르는 숨을 참아가며 마동을 향해 손을 저으며 자신은 괜찮다고 했다. 최원해에게 마른번개는 문화권 밖의 이야기처럼.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이다. 눈앞에서 같이 봤지만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최원해는 숨이 넘어가면서도 마동에게 계속 말을 했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최원해 부장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뭐랄까(헉헉). 대학시절의 동아리는 말이지(헉헉) 그 목적을 이루려고 집단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헉헉) 그 나이 때엔 이성에 관심이(헉헉) 더 가기 마련이잖나. 주말에 집합해서(헉헉) 정해진 산으로 등산을 하게 되면(헉헉) 여학생들에게 지기 싫은 건 물론이고(헉헉) 다른 남자학생들에 비해서(헉헉) 튼튼하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때가 대학교 때란 말이지(헉헉).”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