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도 스몰, 돈도 스몰
2019년, 결혼식 준비할 때도 스몰웨딩이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말만 '스몰'이었지, 비용은 '스몰'이 아니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스몰 웨딩은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준비과정에서 돈만 가져다준다면 그건 규모만 스몰일 뿐이다. 오히려 스몰웨딩이 일반 웨딩홀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다.
뒤돌아놓고 생각해 보니 나는 진짜 문자 그대로의 '스몰' 웨딩을 했다.
하객도 스몰, 가격 또한 스몰로.
결혼을 약속하고 나서 결혼식 준비를 위해 돈을 빌리려는 생각자체를 해본 적도 없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상황에 맞게 준비를 해보기로 했다.
비록 준비 과정에서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리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처럼 돈잔치 하면 더 편하지 않을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본 적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힘든 과정을 통해 얻는 만족감과 추억은 더욱 값진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최종적으로는 개인적인 만족을 넘어서 가족, 그리고 내 배우자와의 만족,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도 이런 결혼도 좋구나라는 후일담을 들어보니, 모든 것이 헛되지 않았고, 더불어 의미 있는 순간을 더 많이 가져다준다.
예식장 웨딩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성격상 틀에 짜인 것을 싫어하고, 찍어내듯 하는 결혼식은 내가 썩 내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결혼식이 공장식 결혼이 아니었다는 것이 지금까지도 너무 만족스럽다. 공장식 스타일의 결혼은 대규모 결혼이어서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개성이나 참여감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스몰 웨딩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축복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크게 얻은 수확으로는
결혼식을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준비하는 이 과정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나 혼자 밤을 새 가면서 알아보고, 의견조율을 하고, 사람을 만나서 협상하고, 상대의 배려에 감사해하고...
결혼식 준비라는 상황이 없었더라면 몰랐을 나의 모습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또한, 결혼생활에서 얻은 수확으로는
남편이랑 사이가 굉장히 좋다는 점이다.
주변에서도 항상 사이가 좋다면서 칭찬을 한다는 점이다.
과시하지 않고, 분수에 맞게 준비를 하다 보니 밀려드는 카드값 같은 것이 없었다.
시작을 빚이 없는 상태로 하다 보니까 결혼식 이야기도 웃으면서 그때 참 힘들었었지 하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결혼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저렴하게 협상하고 결정지었다,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 - 이 모든 공유가 어쩌면 남편에게 알게 모르게 금전적으로 신뢰를 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단 몇 달 고생하고 힘들어도 그것이 금전적 신뢰를 주는 행동이었다는 것이 그때는 몰랐었는데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