式 (법 식), 의식이 끝나면 중요한 건 그 이후
입학'식'을 하면 그 이후에는 학교 '생활'이다.
졸업'식'을 하면 그 이후에는 졸업 이후의 '생활'이다.
입사'식'을 하면 그 이후에는 회사 '생활'이다.
결혼'식'을 하면 그 이후에는 결혼 '생활'이다.
한자를 찾아보았더니 공통적으로 式(법 식)이라는 한자가 들어간다.
의식은 의식일 뿐이고,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생활이다. 그것이 진짜 삶이다.
결혼식과 결혼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결혼식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이벤트이지, 결혼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는 사회제도이다.
그래서 프러포즈할 때 "나랑 결혼하자."이지 "나랑 결혼식 하자"는 아니지 않은가.
결혼 생활은 결혼식이 끝난 이후에 이어지는 수많은 날들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진짜 생활인 셈이다.
스몰 웨딩을 마치고, 신혼여행도 알뜰하지만 알차게 다녀왔다.
그리고 결혼생활을 4년 정도 돌이켜 보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자면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다.
"정말 사이가 좋군요."
"보기에도 사이가 좋아 보입니다."
"어쩜 둘이 저렇게 사이가 좋을까."
였다.
우리가 사이좋은 관계가 된 요소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소통: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소통이 잘 된다는 것이다. 서로의 의견을 잘 전달하고, 상대방의 의견도 경청하고, 절대로 비난하거나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적 관점: 결혼 후의 생활에 있어서 서로가 생각하는 경제적인 관점이 정말 중요하다. 다행히도 우리 둘은 이 부분은 의견이 일치한다. 물론 사랑만으로도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만,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므로. 경제적 관점이 동일하고 숨기지 않고 터놓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조금씩 안정적으로 되고 있는 것이 느껴질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다 보면 의견 차이, 문제,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서로 맞는 것이 중요하다. 유연성을 가지고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거나 적절한 타협을 찾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 기저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건강: 결혼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둘 다 건강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결혼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각자의 방식대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동일한 가치관, 그리고 공동의 목표와 꿈: 어찌 보면 우리는 가치관이 동일하다. 그리고 그 가치관을 토대로 둘만의 목표나 꿈을 가지고 있으며, 세부적으로 잘게 쪼개어서 그것을 향해 같이 노력하고 있다.
존경: 이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서로를 존중하고 리스펙트 하는 것은 모든 관계에서 기본적인 요소이며, 특히 나의 배우자와의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결혼식은 단지 시작일 뿐, 내 결혼식은 결혼하는 당사자 둘 말고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먼저 인지하고 그 이후의 생활을 더 잘 살아보려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나는 정말 다행이었다. 이런 것을 먼저 알았으니, 화려하고 거창한 결혼식에 대해서 딱히 미련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