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관광 22개 장면 중 네 번째] 평양관광 만족도 지속 우상향?
궁금했다. 북한 관광을 다녀온 사람들은 얼마나 만족할까? 원래 가져보지 못한 것일수록 더 갖고 싶다고 하던가? 한국인은 가질 수 없기에 더욱 궁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 장면’에서 봤듯이 ‘의외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북한 관광을 실제 다녀온 사람들은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에이 괜히 갔네.’라고 후회할까.
사실 관광 만족도 조사를 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궁금증일 터. 우리나라는, 또 대다수의 나라는 매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등을 통해 만족도를 체크한다. 만족도는 외래객을 유치하는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정보와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허나 북한이 외래객을 대상으로 만족도조사를 실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진 못했다. 내부적으로 은밀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조사 결과를 대외 공개할리도 만무하다. 만일 조사를 실시한다면 비밀리에 한다고 해도 외부 세계가 모를 리는 없을 거다.
우리나라가 실시하는 방식을 북한이 차용한다면 이렇게 실시할 게다. 우선 연간 조사 규모를 결정하고 만 15세 이상의 전년도 전체 방북 관광객 규모를 모집단으로 해서 조사를 실시할 표본의 국적 및 성, 연령, 조사장소별 규모를 월 단위로 할당한다. 매달 25일과 26일 외래객이 북한을 방문한 후 출국하는 장소, 예를 들어 평양순안국제공항, 라진선봉지구 출입국 세관, 신의주 및 만포 기차역에서 면접원이 임의로 관광객을 선정해서 태블릿 PC를 이용한 문답식 또는 자기기입식의 방법으로 조사를 실시한다,
2023년도에 우리나라가 실시한 조사 표본은 16,196명이었다. 전체 모집단 9,687,350명의 약 0.17%에 해당한다. 북한의 경우 2019년 조사 모집단 규모가 1백만명이라 가정한다면 조사 표본은 1,700명 정도로 잡으면 무난하다. 이 가운데 중국 국적은 90% 정도에 달할 것이기에 중국 국적자 표본 규모는 1,530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할 게다.
순안공항에서 면접원이 30대 중국인 남성에게 태블릿 PC를 건네며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10분이면 됩니다!”라고 얘기하며 조사를 권유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조사를 마치면 소정의 사은품, 예를 들어 평양 옥류관 건물 모양이 새겨진 텀블러를 줄 지도 모르겠다.
잠시 싱거운 상상을 해보니 실제 만족도가 더욱 궁금해진다. 그래서 간접적으로라도 만족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이러한 방법이 있다.
중국의 여행포털 사이트 가운데 씨트립(C-Trip, 携程)이 있다. 세계 3대 온라인 여행포털인데 회원수만 3.5억명에 달한다. 이들 회원들이 국내는 물론 전세계 여행을 다녀온 뒤 관광지 만족도와 후기 등을 올리면서 정보를 교환하는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오늘(7월 28일) 검색해보니 현재 등재돼 있는 평점은 20,009,839개이고 여행기도 776,347개에 달한다.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진 자료도 1,172,120,361장이다. 순간 숫자를 잘 못 셌나 싶었다. 1억장도 많은데 0이 하나 더 붙은 11억장이라서 말이다. 2020년 2월 시점에 등재돼 있는 사진은 4.8억장이었다. 4년 만에 6.9억장이 늘어났다.
이런 데이터들은 소중한 기초자료가 되곤 한다. 중국 개별관광객의 부산관광 인식을 분석하기 위해 씨트립 사이트에 등재된 부산 여행 후기 댓글을 활용한 연구도 있고 중국 여행문화 변화를 살펴보고자 씨트립 여행커뮤니티를 분석 자료로 활용한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세계 어디나 가고 있는 중국인들인데 북한 다녀오고 나서도 평점을 남기지 않았을까? 있다! 북한 관광지 만족도 평점이 있다! 평점 개수도 유의미한 통계 처리가 가능할 정도로 충분하다, 이하의 내용은 필자가 2020년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발췌하여 작성했다.
북한 지역의 관광목적지는 평양, 개성, 원산, 나진, 금강산관광지구, 회령으로 분류돼 있다. 각 목적지는 관광지(必游, ‘MUST VISIT’), 쇼핑(必逛, ‘MUST SHOPPING’), 식당(必吃, ‘MUST EAT’) 등의 관광자원으로 세부 항목을 나눠 놓고 있다. 허나 모든 지역의 데이터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외래객의 북한 관광은 사실상 평양 관광과 등치되므로 평양지역 관광자원에 대한 평가와 후기만 유의미한 수준으로 축적돼 있다. 관광지 33곳, 식당 8곳, 쇼핑장소 1곳 등 총 42곳의 콘텐츠와 이를 평가한 1,394개의 평점이 그 유의미한 데이터다.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평양 지역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아래 그래프와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해서 우상향하고 있다. 매년 유의미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도만 전년 대비 0.28점 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2010~2012년 0.08점, 2013년 0.39점, 2014년 0.06점, 2016년 0.44점, 2017년 0.01점, 2018년 0.40점, 2019년 0.12점 상승했다. 전 기간 만족도 평균은 4.30이고 평가개수는 164개이다.
솔직히 의외였다. 북한 관광 만족도가 이렇게 증가하고 있다고? 나 또한 ‘에이 북한관광 솔직히, 체제선전용 콘텐츠가 워낙 많아서, 그리고 제약요소가 많아서 막상 가면 조금은 허전하고 아쉬울 거 같은데...’라고 지레짐작하곤 했다.
물론 이럴 순 있겠다. 많은 사람이 찾지 못하는, 찾지 않는 지역을 여행하고 있다는 희귀성에서 오는 느낌은 있을 것 같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워낙 제한적이고 북한 스스로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보니 북한 사회를 직접 들어가 보는 신기함과 호기심 또한 있을 법하다. 중국인들로서는 아울러 중국의 과거를 바라보고 있다는 향수도 있을 것이고 소위 홍색관광, 사회주의적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관광이란 점에서도 흥미를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평점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한다는 건 무언가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이렇게 설명해 보면 어떨까. 북한이 관광상품에 활용하는 관광자원 콘텐츠가 과거 천편일률적인 체제선전 관광자원에서 흥미와 재미를 더할 수 있는 관광자원, 북한사회체험을 할 수 있는 관광자원 중심으로 늘어나다 보니 관광매력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실제 북한의 외래관광자원의 성격은 김정은 정권이 등장한 2010년대에 다변화, 다원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쇼핑 및 식도락 관광자원과 위락 관광자원이 늘어나고 그 활용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예를 들자면 평양교예극장을 2011년 개건한 데 이어 최고급 복합상업시설 가운데 하나인 해당화관, 해맞이식당, 무지개유람선, 만수교청량음료점, 경흥관 맥주집, 광복지구 상업중심 등을 건설 또는 리모델링했다. 개선청년공원, 중앙동물원, 미림승마구락부, 메아리사격관, 문수물놀이장, 만경대물놀이장 등도 조성 또는 개건했다. 그러면서 체험 요소도 많이 가미되고 있다. 미림구락부에서는 승마체험, 경비행기 관광 및 헬기관광이 가능하다. 평양시내 자전거 체험도 새로 도입됐고 평양국제마라톤대회에 외국인도 2014년부터 참가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또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남북 연계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호시절이 온다면 북한 관광 담당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해 주면 어떨까. “북한 특성상 체제선전 관광콘텐츠를 없앨 수 없겠지만 호기심을 느낄 정도로만 상품일정에 포함시켜 주세요. 진심으로 체제선전하기 위한 용도로는 넣지 마시고 외국인 입장에서 ‘와 이런 사회도 있구나’ 정도의 체험적인 요소로만 넣어주시고, 대신 북한 인민들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like a local’용 콘텐츠를 많이 넣으면 좋겠어요. 이게 요즘 글로벌 관광 트렌드랍니다. SNS용 포토스팟 많이 개발해 주시고, 북한 특색의 위락적인 요소 가미해 주시고요.”
자자 상상은 그만하고 다시 북한 관광 만족도가 왜 그러한지 한 가지만 더 추가해 본다면 그 근저에는 북한 당국의 관광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자리한다. 관광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당국의 의지와 정책적인 뒷받침이 없고서는 전반적인 관광인프라 개선과 관광자원 확충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광콘텐츠 관련 현지지도다. 북한의 특성상 최고 영도자의 현지지도를 보면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드러난다. 김정은 위원장은 소위 3대 관광개발지구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삼지연, 양덕온천지구 등을 빈번히 방문했다. 2018~2019년 2년 동안에만 원산갈마지구 3회, 삼지연지구 6회, 양덕온천지구 7회 방문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동일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년간 김 위원장의 공개행보 활동 건수는 총 182건인데 그 가운데 21건이 관광 관련이다. 정치·군사·외교 부문 현지지도가 압도적인 북한 사회에서 이는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 수치다.
물론 본 글에서 활용한 데이터의 한계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수치의 엄정함을 믿기보다는 전반적인 추세 파악 정도로만 이해해야 한다. 정치한 설계 디자인 과정을 거친 명료한 설문 데이터가 아니고 민간 기업이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또한 설문 대상자들의 명확한 인구통계학적 자료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료의 편향성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 특정 연령층이 과포집되거나 특정 지역 거주자가 다수를 차지하여 대표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만족이라는 개념 자체도 생각해 봐야 한다. 소비자의 만족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있으나 Oliver의 기대-불일치 모형으로 설명해 보자면 소비자는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때 예상되는 결과 및 성과에 대한 사전 기대를 갖고 있다. 이 기대를 근거로 재화와 서비스 사용 결과를 평가한다. 서비스 결과가 고객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좋다면 기대와 성과 간 긍정적 불일치가 발생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그 반대라면 불만족을 느끼리라. 관광 만족도도 동일한 차원에서 설명가능하다. 관광을 떠나기 전 갖고 있던 기대보다 관광을 마친 느낌이 좋다면 만족을 느끼게 되고 이하라면 실망을 느낄 것이다.
북한 관광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면 북한 관광에 대한 사전 기대가 낮았기에 만족도가 높을 사전 토대가 이미 조성돼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만족도가 지속 우상향한다면, 북한 관광 인프라와 상품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서는, 사전 기대가 지속 우하향했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물론 이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하긴 어렵겠다.
아무튼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파악 가능한 사회인구 통계 특성 가운데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방북 중국인의 남녀 비율이 방한 중국인의 남녀비율과 완벽하게 반대라는 점이다. 본 데이터의 응답자 성별 비율을 방북 중국 관광객 성별 비율이라고 가정한다면 방북 중국 관광객 가운데 남성은 58.5%, 여성은 41.5%를 차지한다.
반면 2015~2019년 방한 중국 관광객의 남성 비중은 38.7%이고 여성 비중은 61,3%이다. 2018년 방한 중국관광객 비중은 더욱 상반된다. 남성은 41.1%이고 여성은 58.9%이다. 정확히 반대다. 북한 관광의 소구력과 남한 관광의 소구력이 성별로 나뉜다고 결론내리면 과한 해석일까. 차후 남북 관광상품을 잘 혼합하면 남녀 모두에게 소구력이 있는 관광코스가 나올 수 있으려나?!
씨트립 데이터를 활용해서 추가적으로 분석한 내용으로는 평양지역 관광자원별 중국관광객 만족도도 있다. 중국인들은 42개 평양 관광 콘텐츠 가운데 어떤 것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줬을까. 상위 10위까지 콘텐츠는 대동문, 평양친선관(식당), 옥류관, 별무리 찻집, 만수대창작사(쇼핑), 뉴 디플로(식당),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모란봉풍경구, 락원(식당), 평양지하철 등이었다. 다만 대동문과 평양친선관(식당), 별무리 찻집은 평가개수가 5~6개에 불과하고, 특히 대동문 평가자들은 지역적으로 모두 중국 동북3성 거주자여서 지역적 대표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옥류관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관광콘텐츠 성격을 감안하면 이렇게 볼 수 있겠다. 식당 관광자원이 많이 포진해 있다는 것은 역시 북한 관광에서는 미식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하철이나 모란봉, 학생 교육 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관광객들은 평양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엿보고 싶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외에 잘 드러나 있지 않은 북한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북한 관광에 대한 주요 동력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체제선전 관광자원, 그러니까 주체사상탑, 개선문, 평양군사박물관, 김일성광장, 김일성생가, 만수대대기념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건당기념탑, 미국푸에블로호전시관, 천리마동상 등은 11위부터 하순위까지 폭넓게 포진해 있다. 북한이 내세우는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이기에 인상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끌리는 관광콘텐츠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서 생각한 ‘조언’ 그대로 다시 한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 보세요! 체제선전 관광콘텐츠는 적당히 넣어야 해요, 대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like a local’용 콘텐츠 중요합니다! 미식 콘텐츠는 더욱 많이 개발하면 좋아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