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관광 22개 장면 중 세 번째]
북한에 관광을 가는 사람은 어느 정도나 될까? ‘북한 관광’을 떠올리면 개인마다 처음에 드는 생각이 모두 다르겠지만 그 규모 또한 궁금했다. 도대체 몇 명이나 가는 걸까? 하고 말이다. 북한이라는 소위 ‘폐쇄적이고 은둔의’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나 되는 걸까?
사실 이 궁금증을 해결해줄 번듯한 통계 수치는 없다. 북한 내각의 출입국 담당부서나 국가관광총국은 당연히 갖고 있겠다. 하다못해 북한 관광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당국 또한 응당 있겠지. 공개적으로 발표를 안 하고 있을 따름이지만.
물론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중국이 2013년까지는 자국민이 북한에 어느 정도 관광을 가는지 발표했다. 그 수치로 대략적인 북한 인바운드 관광객 수를 추정할 수 있었고. 공개하던 수치 가운데 최고치는 2012년이었다. 23만7천명의 중국인이 북한을 찾았다. 중국 관광객이 90%를 차지한다고 추정했을 때 북한 전체 외래객수는 26만3천명 정도 되겠다. 북한이 보통 자국을 찾는 외래 관광객이 10만명 내외라 그러고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이전에 보면 북한 관광에 나서는 외국인이 10만명 정도라 평가하곤 했는데 그보다는 많은 셈이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각국마다 통계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나라는 자국의 관광객수를 발표할 때 순전히 관광 목적의 입국객을 산입하는 나라가 있고 어떤 나라는 방문객수를 모두 관광객수로 집계하고 발표하는 나라가 있다. 그 기준이 중국과 북한은 통상 다르다.
중국은 방문객수를 관광객으로 발표하기에 해외에 나가는 자국민의 수치도 그 나라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 그 나라를 찾는 관광객이라고 간주하고 발표한다. 반면 북한은 이전 발표 수치를 따져보면 관광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람들만 엄밀히 관광객수로 집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맞고 틀리다의 문제는 아니다. 통계 해석을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그래서 각국 관광객수 취합정리자료를 발표할 때 아예 그 기준을 밝혀 놓고 있다. UNWTO는 매년 Yearbook of Tourism Statistics Data를 발간하는데 거기에 수록해 놓은 각국 관광객수가 방문객수 기준(V)인지, 여행자수 기준(T)인지 각주로 밝혀 놓고 있다. 우리나라가 방문객수 기준이고 익숙하게 알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방문객수 기준인지라 V 기준이 당연한 거 아냐? 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실제 그 통계자료를 보고 신선했던 기억이 있다. 의외로 많은 국가들이 T 기준으로 집계하고 있어서 말이다. UNWTO 2014년도 발표자료를 보면 아시아권 국가 가운데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이 T를 기준으로 관광객수가 수록돼 있다.
다시 2012년 북한 외래객수로 돌아가 보자. 중국인이 23만7천명이었고 전체가 26만3천명이라고 추정했을 때 이 정도 관광객을 유치하는 나라들은 어떤 나라들인지도 궁금했다. UNWTO의 그 Yearbook 자료를 기준으로 찾아보니 10만명에서 100만명의 외래객을 유치한 국가들은 이러했다. 도미니카(T) 7만9천명, 감비아(T) 15만7천명, 폴리네시아(T) 16만9천명, 마다가스카르(T) 25만6천명, 파라과이(T) 57만9천명, 잠비아(T) 85만9천명, 파키스탄(T) 96만6천명. 아무래도 관광 인프라 등의 수용태세가 넉넉하지는 않은 국가들일 듯싶다. 아시아권 국가 가운데 북한보다 적은 외래객수를 유치한 나라는 부탄(T)이었다. 4만4천명. 아 참고로 2012년 그 해 우리나라의 외래객수는 1,114만명이다.
역시 많지는 않구나 싶다. 당연한 수치다. 외래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나. 우선 가장 기본적인, 교통망이 부족하다. 항공노선은 중국과 러시아에서만 가능하고 그나마 가능한 정기노선은 베이징, 선양, 블라디보스토크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공급좌석이 많지는 않다. 국제열차 노선은 또다른 이용 가능한 교통망이다.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국제열차가 단둥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간다. 열차노선은 중국 연변에서 북한 함경북도로 들어가는 루트도 있다. 칠보산관광열차가 운행된다. 이외 중국 훈춘에서 북한 라진선봉지구로 이어지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출입국 루트가 있다. 교통망이 다양하지도 않고, 공급규모가 충분하다고 할 수도 없다.
관광인프라, 수용태세가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북한 외래객수에 비해 부족하다고 할 순 없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관광객수를 유치하려면 호텔 등 숙박시설과 차량 등의 확충도 필요하리라. 2018년 북한 관광이 호황기였을 때 평양 숙박시설이 부족할 정도였다는 소식이 중국 여행업계 등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기초적인 사항, 관광 안전에 대한 의구심 또한 외래객 입장에서 없다고 하면 이상하다. 해외여행을 나설 때 불안감이 있으면 선뜻 그 나라 관광을 선택하지는 못한다. 물론 단체관광 형태로만 운영되는 북한 관광이기에 여행사 등을 통한 통제와 안전보장이 담보되긴 하지만 불안함은 여전히 남아있으리라. 물론 이러한 불안감을 관광홍보 포인트로 얘기하는 여행사들도 있다.
관광지로서의 메리트, 관광콘텐츠로서의 가치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관광상품을 살펴보면 2000년대 상품과 2020년대 상품의 큰 줄거리는 대동소이하다. 정치선전이나 자연관광 콘텐츠가 말이다. 물론 2010년대 이후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포함하려는 노력을 북한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수물놀이장이나 마식령스키장, 미림승마구락부, 자전거 체험, 평양국제라마톤 등 새로운 매력포인트를 내세우려 한다. 하지만 충분하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북한 관광 ‘성토’하자는 게 아니라 그렇다는 것이다. 그랬던 북한이다. 그런데 2018년 이후 외신 등을 통해, 그리고 중국 여행업계 등을 통해 흥미로운 소식들이 들려왔다. 북핵문제 등으로 북중간 경색국면을 벗어나면서 2018년과 2019년 북한의 외래관광이 역사상 최고의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만 2가지 소식이긴 한데 각각의 수치에서 큰 차이가 있다. 여기서 추정과 상상의 영역을 섞어 얘기해 보려 한다.
우선 2019년 5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중국국가여유국을 인용해서 보도한 기사다. 이 기사에서 2018년 북한을 찾은 중국관광객수는 120만명이다. 120만명, 이전 북한 외래관광객수를 따질 때 항상 십만 단위에서 머물렀는데 백만 단위로 넘어섰다. 단위가 달라진 것이다.
호황의 정도 또한 놀랍다. 북한에 들어가는 기차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란다. 이러한 기사 내용은 중국 여행업계를 통해서도 전해 들었다. 단둥 출발 평양행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일단 신의주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고 신의주에서 북한 국내 기차를 타고 이동할 정도란다.
다만 같은 해 북한 외래객수 규모에 대해 다른 기사도 중국 신화사 통신을 통해 나왔다. 2019년 7월 북한 국가관광총국 홍보국장 인터뷰를 통해 나온 수치다. 이 인터뷰에 따르면 2018년 북한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20만명이란다. 중국인은 90%라 하고.
같은 해 수치인데 너무 차이가 크다. 120만명과 20만명. 해석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각국의 외래관광객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RFA 방송의 기사 출처는 중국이다. 신화사 방송의 출처는 북한이고. 중국과 북한의 관광객수 통계 기준을 고려한다면 RFA 자료는 목적을 불문하고 평양뿐만 아니라 접경지역 등 북한 전역을 방문한 중국인 수치로 판단해야 한다. 반면 신화사 통신 자료는 관광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한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수치를 의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관광은 평양관광과 접경관광으로 나눠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만 어느 수치더라도 북한관광이 초호황을 맞이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방한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던 시점이 1978년이었고 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100만명, 200만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힘이 있다. 일종의 퀀텀점프가 이뤄진,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100만명을 넘어선 2018년 북한 관광도 이렇게 퀀텀점프를 맞이했던 것일까.
2019년에도 이러한 호황이 이어졌고 역대 최고치 흐름은 이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2019년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을 국빈 방문했다. 앞 글에서 살펴본 대로 2010년대 북한 관광의 터닝포인트는 2009년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북중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북한을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 2019년 시 주석의 방북은 관광측면에서도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선언일 수 있었다. 실제 시 주석은 방북을 하루 앞둔 2019년 6월 19일 북한 로동신문에의 기고문을 통해 교류와 협조를 확대할 분야로 교육, 문화, 체육, 관광, 청년, 지방, 인민생활을 꼽기도 했다.
허나 세상만사 사람 뜻대로 될 수는 없는 바. 코로나라는 것이 창궐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북한은 코로나 시기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욱 철저히 봉쇄했고, 말 그대로 외부세계와의 완벽한 단절을 선택했다. 방역조치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엄격했다. 만에 하나 입국자가 있으면 격리는 30일이었다. 접촉자들은 40일간 격리해야 했다. 생명체가 아닌 물자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물자들은 “격폐된 장소에서 10일 동안 자연상태로 방치”하면서 검사와 소독을 진행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로 들어선 지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2년 정도 되어간다. 어느 나라나 코로나 이전 2019년 수준으로 외래객 유치 규모를 되돌리기 위해 아등바등 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러시아에만 제한적으로 관광을 재개했을 뿐이다. 북한의 2019년 ‘영광’은 언제 되돌아올지 아직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