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이야기 11 Russia, S.T Petersburg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최고의 명물이자 세계 3대 박물관인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있다. 공주처럼 화려하고 도도한 그 모습은 별명 그대로 ‘겨울궁전’이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곳은 그 규모와 작품의 수가 너무 많아서 하루 만에 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크더라도 하루 만에 볼 수 없는 박물관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박물관을 둘러보기를 10분이 좀 지났을까, 그들의 말은 손톱 때만큼의 과장도 없는 사실이었음을 깨달았다. 휘황찬란한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내부는 밖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미로처럼 복잡했다. 또한 어디부터 셔터를 누르며 사진을 찍어야 할지 감당이 안 될 만큼 모든 구석구석에 아름다움이 묻어 있었다. 분명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고 인간의 손에서 탄생되는 것들인데, 어찌 나도 같은 인간임에도 괴리감이 느껴졌다. 실로 인간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을 정도로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느꼈던 경외괌 모든 작품들을 섭렵하겠다는 호기로운 마음은 아무런 문화적·역사적 배경지식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금방 흥미를 잃고 지쳐버렸다. 곧이어 박물관을 나서기로 했지만 출구조차 쉽사리 찾을 수 없었고 나는 그렇게 한동안 '미아'가 되었다.
분명 조금 전에 본 것 같은 긴가민가함,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것이 같은 작품인지 다른 작품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과연 나는 같은 작품을 몇 번이나 본 것일까. 가는 길마다 보이는 초록 슈트의 안내원들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미아로 비치기 싫어 그들이 보일 때면 손을 턱에 대고 감상하는 척을 했다.
하지만 보고 또 보고 아무리 곱씹어도 보아도 더 이상의 큰 감명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무엇을 그리 열중하면서 보는 것일까,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곳에 오면 이건 꼭 봐야 한다길래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꼭'이라는 특별함을 찾지 못했다.
숙소에 돌아와 열어본 사진첩에는 멋진 작품들로 빽빽히 가득찼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봤고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
며칠이 지나도 모를 것이고
아마 평생을 그렇게 모를 것이다.
내가 무엇을 봤고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
<국제적인 미술장터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12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에 팔린 '바나나' >
페로탕을 창립한 갤러리스트 에마뉘엘 페로탕은 미 CNN방송에 이 작품에 대해 "세계 무역을 상징하고, 이중적인 의미(double entendre)를 가지며, 고전적인 유머 장치"라고 평한 바 있다.
- 연합 뉴스 발췌
과연 예술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이해가 안 되는 게 예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일지도.
하하하....
낭만 없는 여행 에세이 담고 있습니다.
글/ 사진_ Instagram@jongmin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