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 이야기 22 Korea, Seoul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
- 윤상의 '한 걸음 더' 중에서
꼭 무언가 하지 않아도 된다.
꼭 무엇이 될 필요도 없다.
다만 앞으로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나는 누구보다 나를 응원할 것이다.
내 인생의 요술 램프 지니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니까.
바쁘게 흘러가는 서울, 이곳의 속도는 언제나 빠르다. 그래서 어느 작은 도시 군산이라는 곳과 너무도 다른 속도에 매번 서울에 올 때마다 낯설기만 하다.
역시 고속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그들은 저마다 바쁘게 길을 가고 있다. 그 속도에 적응이 안 되어 벌써부터 지치지만 곧 속도에 적응한 나는 무덤덤한 사람들의 무리로 들어가 나도 무미건조한 표정과 함께 길을 가고 있다. 수많은 이들의 바쁜 발걸음 속에서 낯섦이 머물만한 여유는 없었다.
취업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올라탔다. 빼곡한 지하철 안에는 다들 무언가 하나씩 하고 있다. 딱히 할 게 없는 나는 시선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멀뚱멀뚱 출입문만 바라보다가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지하철 안에서 잠깐 켜본 인스타그램에서는 내가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친구들이 ‘취뽀’, 일명 취업 뽀개기에 성공했는지 연수원에서 찍은 사진들이 종종 보인다. 그리고 이미 좋은 곳에 취직해 벌써 사회의 발을 내딘 친구들은 서울만큼이나 바쁘게 제 길을 가고 있다.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축하해 주어야 맞지만, 마음은 짙은 한 숨과 함께 조바심으로 가득 차고 내 모습은 초라해지기만 한다. 어차피 그래봤자 내 인생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속물로 변해버린 것일까. 분명 나는 멈추지 않았지만 옆에서 빠르게 달려가는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괜히 멈춰있는 것만 느낌만 든다. 허전한 마음의 침묵이 이어지고 다시 커져오는 걱정들은 적적한 마음을 휘몰아쳤다.
그리고 마침 내가 탄 지하철은 딱 퇴근 시간에 걸려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로 발 디딜 곳 없는 지옥철의 풍경이다. 고개 들어 바라본 풍경 속에서 사름들은 서로가 부대끼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그 속에서 바라본 사람들의 표정은 썩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지옥철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는 서울 사람들의 모습은 그 누군가에게는 동경하고 이루고 싶은 하나의 목표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내게는 그들의 일상 속 스트레스조차 부럽기만 했다. 나는 과연 언제쯤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주머니 속 엉킨 이어폰을 귀에 껴고, 멍하니 앉아 노래 한곡을 재생했다.
내 귀에 흐르는 노래
'한 걸음 더'
숨 가쁘게 흘러가는 여기 도시의 소음 속에서
빛을 잃어가는 모든 것 놓치긴 아쉬워
잠깐 동안 멈춰 서서 머리 위 하늘을 봐
우리 지친 마음 조금은 쉴 수 있게 할 거야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
이 세상도 사람들 얘기처럼
복잡하지 만은 않아
세상은 정말 열심히 흘러간다. 그리고 나만 멈춰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가끔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나만 제자리 걸음일까봐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천천히 걷더라도 멈춰 있지 않는다면, 나도 언젠가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아니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내 앞에 놓인 인생이라는 트랙을 가늠할 수 없지만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더 멀리 더 오래 달려야 할지도 몰라
그러니 뛰다가 지치면
천천히 걷는 것처럼
고된 인생에 잠시 지칠 때면,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걸어보는 거야.
천천히 가는 것은 멈춰 있는 게 아니니까
To. 나에게
낭만 없는 여행 에세이 담고 있습니다.
글/ 사진_ Instagram@jongmin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