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바나나맛우유가 쓰나미를 만나다.

by 권오택

바나나맛우유가 언론으로부터 억울한 큰
피해를 받았다.

그것은 당 함량 논란이었다.

2006년경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Issue가 잠잠해졌지만

당시로는 엄청난 영향을 가져왔다.

바나나맛우유 매출이 20%가 줄었고,

회복에도 거의 1년이 걸렸다.

바나나맛우유에는 과당이 들어가서

우유보다 달다.

그래서 당뇨환자가 먹으면

당연히 유해하다.

그럼에도 바나나맛우유가 갖고 있는

식품으로서의 강점을 생각하면

한 부분의 단점으로

그 제품의 가치가

호도되면 안되는 것이다.

바나나맛우유에는

우유가 많이 들어 있다.

즉, 우유가 200ml이상 들어 있다.

보통 당 함량을 표시하는 Brix에는

고형분의 함량도 영향을 주고,

자체의 유당도 포함되기 때문에

당시 Main 시간대 주요 방송들의 뉴스로

제공된 당 함량의 비교에는

억울한 것이 많았다.

바나나맛우유에는

우유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초기인 1970년 대에는

우유 맛이나 냄새에 적응을

잘 못 하는 사람에게

우유 접근을 쉽게 하게 하였고,

우유가 어느 정도 보편화 되었을 때는

우유불내증

(우유 먹으면 소화가 달 안되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우유를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우유를 먹으면 불편해하는 지인들에게

바나나맛우유를 많이 권하곤 한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당 함량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우유라고 생각했던 그리고 친숙한

바나나맛우유에

당 함량(당시는 각 설탕 개수로 표시)이

많다고 하니 실망감이 크게 올라갔었다.

마치

먹으면 안되는 음식같이 여기기도 하고.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나 억울해”: 하고

자신을 변호하다 보면

Issue를 부각시키거나 사태를

길게 끌고 갈 수 있다.

언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기사화하는 issue에 대해서

가장 좋은 전략은 “무 대응이 상책”이다.

해명하고자 아무리

제품의 우수성을 얘기한다고 하여도,

언론은 오히려

“당 함량” issue를 잘 됐구나 하고

확대하며

마녀사냥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나나맛우유와 같이

회사에서의 매출이 큰 제품의 경우에는,

줄어든 매출 때문에

영업에서는 어려움이 커지고,

담당 임원의 경우는 자신이 잘릴 판이니

회사의 내일 보다는

당장 자신의 일을 생각지 않을 수는 없다.

어떻든 전략적으로는

Issue가 잠잠해질 때까지

“무 대응”을 원칙으로 하였고,

바나나맛우유의 매출이

회복 조짐을 보일 때 TV CF를

On air 하기로 하고 준비하였다.

그런데 회복될 때까지의 기간이

너무 오래 갔다.

그 기간이 10개월이나 걸린 것이었다.

영업에서는

이 10개월 동안 매출 목표를 못했고,

당연히 구실은 바나나맛우유가 되었다.

길어야 6개월 정도일 거라고 생각 했으나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영업에서는

실적에 대한 자구책으로

바나나맛우유에 대해 Sale이나

증정 판매 등을 하겠다는

요구가 엄청 세 졌다.

그렇지 않아도 영업에서는

바나나맛우유에 대한

가격 정책을 못하게 하는 것이

눈에 가시였는데

이 기회에 그 원칙을

아예 제거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나 그 원칙을 지켜 나갔다.

영업 요청대로 Sale을 한다고 하여도

판매 회복은 커녕

Brand Loyalty만 떨어뜨리게 된다.

Brand Loyalty와 Sale은 묘하게도

소비자들에게 상호 심리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빅브랜드 제품들의

sale을 선호한다.

그래서 매출이 늘어날 수 있지만

Sale은 마약과도 같아서

처음에는 10%면 효과 있던 것이

15%, 20% 등

그 Sale폭이 점점 올라가야

매출 효과를 얻게 된다.

반면 Sale의 크기가 커질수록

소비자들의 Brand Loyalty는 떨어진다.

그 이유는

Sale이 만연화 되면

첫째 원할 때 필요에 의해서

사는 것이 아니고

Sale할 때 사는 제품이 되어버리고,

둘째 소비자들의 필요가 아니라

Sale 때만 사다 보면

음용 횟수, Brand와 접촉하는 횟수가

떨어지면서

Brand에 대한 우호성이 떨어진다.

그 뿐만 아니라 Sale이 빈번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제품의 가격에 대한 원천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회사의 원래 margin이 높으니

그렇게 파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고,

회사와 제품에 대한 신뢰감이 줄어들고

아울러 구매 빈도도 더 떨어진다.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것처럼

제품의 margin이 많아서

Sale을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는 보통은 수익 계획 내에서

Sale이나 마케팅,

영업정책 등을 실행하는데

Sale을 많이 하다 보면

결국에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익이 줄다 보니,

광고나 Brand Loyalty를 높이는

기본적 마케팅 활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소비자의 Mind set에서

Brand가 점차 사라지는데.

이럴 때 악 순환(vicious cycle)에

종종 들어가게 된다.

즉, Loyalty는 떨어졌는데도

수익을 내려고 가격 인상을 하고.

가격 인상 때문에

소비는 더욱 줄어들게 되며,

그것을 극복하고자

Sale은 더 심하게 되며

Sale 폭은 커도 매출은 더 떨어져

수익은 더 악화되는

딜레마에 들어가는 것이다.

셋째, 공정상

다른 유제품보다 유통 기한이 짧아,

혹여나 유통기한이 지나

남은 제품을 버리게 되는 경험을

소비자들이 하게 되면

구매량이 점점 줄어들기도 하고

심지어 구매 횟수도 줄이게 된다..


어떻든 쥐 죽은 듯이 무대응으로, 그리고

영업에는 Sale을 못하게 하면서

버틴 10개월이

나에게는 지옥과 같은 기간이었다.

심지어 영업수장이 임원회의 석상에서

Sale을 못하게 하는 마케팅실장인

나에게 막말과 욕까지 하였는데,

정말이지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당연히 많이 들었다.

그리고 사장 Level의 Top 경영진도

논리면에서는

마케팅의 주장에 수긍했으나,

영업의 끊임없는 요구와

회사 매출의 감소 영향으로

영업의 Sale 요구에 맞춰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은근히 수차례 비추었다.

그럼에도 그 때의 결과가

뻔할 것을 알고 있기에

나 편하자고 수긍할 수도 없었고,

원칙대로 갈 뿐이었다.

그렇게 안 했으면

아마도 지금의 바나나맛우유는 없으며,

빙그레도 지금과 달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리라.

회복 후 바나나맛우유에서 오는 수익이

빙그레 수익의 1/3 까지도 되었는데,

지금도 상당한 수익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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