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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서 살아가는 삶

 어쩌면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직업환경의학과에 관심이 많았다.

 내 학창 시절 장래희망은 천문학자였다. 그래서 대학 전공도 천문학과였다. 지구 환경을 벗어난 지구 외 환경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들을 탐구하는데 흥미가 있었다. 다만, 학부 과정 동안 공부를 했으나 부족한 걸 느꼈다. 좀 더 실용적이고 직접적으로 인간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의학 전공으로의 진학이었다.

 의학도 시절에는 방학을 이용해 미국 NASAOCHMO(The office of the Chief Health and Medical Officer)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흔히 생각하는 NASA는 우주에 로켓을 쏘고 우주인을 보내는 일만 할 것 같지만 실제 NASA는 대규모 연구 집단으로 의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OCHMO의 역할은 우주 비행 및 인간의 안전에 대한 연구 그리고 우주 비행사와 승무원의 보호에 대한 연구와 정책 수립을 주로 하는 곳이었다. 실제 OCHMODirector (연구소장)은 미국에서 예방의학과 직업의학을 전공한 의사였다. 짧은 견학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알 순 없었지만 우주의 극한 환경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안정적인 지구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자외선은 오존층을 통과하지 못하지만 오존층 밖은 우주선(Cosmic Ray)의 천국이다. 우주인들이 우주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연구 데이터들은 미래에 오존층이 사라져서 지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양한 NASA의 우주비행사나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직업의학적 접근을 보면서 많은 흥미를 느꼈다.

 그런 경험들은 전공을 직업환경의학과로 선택하게 만들었고 학부 전공과 무관하지 않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서 살게 되었다.

 현재는 우주만큼 유해요소가 많은 공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관찰하고 검진하며 아픈 사람이 있는지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이는 마치 멀리 있는 초신성을 우주 망원경으로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우주의 많은 유해인자만큼은 아니지만 공통되는 여러 유해인자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고 실제 그 유해인자로 인해 직업병 판정을 받게 된 사람들도 있다. 어렴풋이 관심 있었던 직업환경이라는 분야에서 의사로서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더 좋은 점이라면 의학이라는 학문이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나는 어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 살게 될까?


 아직은 없지만 NASA처럼 우리나라에도 우주의학을 연구하는 연구 센터나 병원이 생긴다면 천문학과 직업환경의학을 모두 공부한 내가 가도 좋을 것 같다.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다만, 나는 현재 직접 출장을 다니며 여러 근로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들의 건강을 위해 상담하는 일이 좋다. 그들 중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은 직접 불러서 치료까지 하고 있으니 그들의 질병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한다는 점에서 매우 보람차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가끔은 그들의 눈물을 볼 때도 있다. 근로 현장에서 힘들었던 일이나 인간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필요하다면 상담으로 그들의 마음을 어우러 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사람에게는 약만큼이나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해 줄 수 있는 의사는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은 이런 의사로 살아가려고 한다. 가끔은 귀찮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끌고 가는 게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이것이 결국은 사회에 좋은 영향이 끼치리라 믿는다. 그 영향을 보기엔 아직 내가 종사한 기간이 길지 않아 부족한 것으로 믿고 앞으로도 더 노력해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어떤 의사인지도 모르지만 삶의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나로부터 알려질 수 있다면 참 뿌듯할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사회가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회의 약자들의 공간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어두운 곳의 작은 등불이 되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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