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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Apr 16. 2024

명상을 많이 하면 착해지나?

호흡을 집중하며 사람을 저격하고 있는 스나이퍼

명상을 시작하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국명상학회 수련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코로나라는 대유행이 우리의 거리를 가로막아 ZOOM이라는 화상 모임을 통해서 진행되었다. 


© cwmonty, 출처 Unsplash


100명이 넘는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거리 두기를 실천 한 채 하나의 화면에서 만났다. 


처음 참석하는 수련회이면서, 줌으로 하는 첫 모임이라, 어색하기도 하면서 낯설었다. 


이미 여러 번 참석하고 임원 선생님들은 서로 인사를 반갑게 나누고 있었고, 한 편으로는 잔잔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 십 명의 사람들은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명상을 기다리고 있었고, 검은 화면 위에 이름만 적힌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설렘반 호기심반으로 내 얼굴이 나오는 화면과 다른 사람들을 훑어보는 사이, 명상학회 집중수련회가 시작되었다. 회장님의 개회식 선언 후 사람들의 박수 소리, 손 짓과 함께 사람들의 환영하는 몸 짓 화면 가득 퍼졌다. 


함께하지만 함께 하지 않는 명상의 경험은 신기했다.  


나는 내 방 안에서 홀로 명상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명상이 끝나고 각자의 소감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연결이 되고 있었고, 각자 느낀 바를 공유하고 질문하며 혼자만의 경험이 모두의 경험으로 바뀌게 되었다. 



 단 한 분이 마이크를 켜기 전까지.  나의 명상 집중 수련회는 완벽했다. 


 




 명상 지도 선생님의 지도 아래 호흡, 정좌 명상을 시행한 후 지도 선생님은 화두를 던지셨다. 


"명상을 하고 난 뒤에 여러분들은 어떻게 일상생활에서 명상을 실천해 나가시겠습니까?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마음 챙김을 놓치지 않으시겠습니까?"

 

(몇 년 전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맥락이었다고 생각된다.) 


 모두가 일상새활에서 마음 챙김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지도 선생님은 그 의견들에 첨언을 덧붙이며 조율하고 있었다.  


그때 


한 중년 여성분이 지도 선생님의 말을 끊으며 불쑥 들어왔다. 내 아이패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말소리에서 여러 소리들이 겹쳐지며 소음으로 바뀌었다. 


그때 여성분이 했던 말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몇 마디 말들은 기억에 남는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죠.." 


"허... 참..." 


 지도 선생님의 설명 도중에 들어오는 그녀의 추임새 같은 말들이 자꾸 겹쳐서 들어왔고, 말소리는 자꾸 소음처럼 들렸다. 


몇 번 더 그녀의 말이 이어지자,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약간씩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색화면 너머의 사람들은 하나둘씩 방을 떠나고 있었다. 

 

 나중에 다른 분을 통해서 듣게 된 건 그분은 자기가 명상을 한 지 5년이 넘었으며, 자기가 힘든 시기 명상을 통해 구원받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명상을 통해 구원을 받은 그녀에게 응원을 해줄 일인 것은 맞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명상을 많이 하는 것과 타인을 배려하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그 여성분의 마음을 생각해 보자면 본인이 명상을 꽤 오랜 시간 했으니, 본인이 느낀 바를 나누고 싶었고, 본인의 생각을 주장하고 싶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 공간에 있는 몇 십 명에 대한 배려와 공감은 부족했다고 생각이 든다. 

 

명상을 많이 하면 착해지고 배려심이 많아질 수 있는 것인가? 







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개인적으로 사족을 덧붙이자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언행을 조심하여 상냥하게 대하는 것은 상대방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마음이므로 이것이 바로 배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 챙김 명상의 호흡, 바디스캔, 정좌 명상 등 요소들을 해나가다 보면 타인 보다 나에게 중심이 맞춰진다.


  내가 괴로운 것은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방황하기 때문이며, 마음 챙김 훈련을 통해 이 순간으로 내 마음을 가져옴으로써 나는 여기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내 마음과 생각에 초점을 맞추게 됨으로써 타인의 생각을 덜하게 만든다. 나의 호흡, 나의 마음, 나의 감정을 돌이켜 봄으로써 나의 괴로움은 덜어지지만 타인의 생각을 덜하게 된다. 


저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자면 극단적으로 


마음 챙김을 하는 사이코패스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승려 마티유 리카르가 지적했듯이, "차분하고 안정된 마음을 유지하며 마음 챙김을 하는 저격수, 마음 챙김을 하는 사이코패스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을 배려하는 저격수와 남을 배려하는 사이코패스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을 하는 동시에 배려하는 군대의 훈련방식은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243p


[출처] 마음 챙김의 배신, 로널드 퍼서 지음, 서민아 옮김 작성자 시골책방생각을담는집 




 마음챙김을 해서 내 마음이 편해졌지만,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행복으로 가는 길에 멀어지는 것이다. 다른 책을 통해서 살펴보자.



실제로 좋은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85년간 진행된 하버드 연구 전체를 인생에 대한 단 하나의 원칙으로 요약해 보자. 다른 다양한 연구에서 나온 유사한 결과를 뒷받침되는 하나의 인생 투자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좋은 관계는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준다. 끝

과학은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따뜻한 관계발전을 택하라고 알려준다. 

[출처]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탐구보고서, 로버트 월딩거, 마크슐츠 지음, 박선령 옮김 37p



명상을 하는 이유도 괴로움을 벗어나 내가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명상을 통해서 내 괴로움은 벗어날 수 있지만, 타인을 배려하지 않게 된다면, 반쪽짜리가 된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면 아예 명상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 louishansel, 출처 Unsplash


존카밧진이 만든  MBSR과 장현갑 선생님이 한국으로 들여온 K-MBSR의 결정적 차이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자비명상이라고 생각한다. 


자비명상은 대상에게 자비(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를 비춰주는 명상이다.


이 대상은 처음에 자기 자신 스스로에서 시작을 해, 부모님, 가장 가까운 사람, 친구, 지인, 모르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에서 시작해 전인류로 퍼져나간다. 


마음 챙김에서는 특정 정서를 판단하지 말고 알아차리라고 하는데, 자비명상은 사랑하는 자비의 마음을 함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자비의 마음을 함유하게 함으로써 위에서 언급했던 내면으로 홀로 빠져들게 만들게 되는 것에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나의 괴로움을 덜어내기 위해서 시행했던 호흡명상, 바디스캔 명상으로 마음이 편해졌지만, 주변 지인들과 관계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을 깨닫고  자비명상을 시행함으로써 그들을 대한 내 마음이 바뀌었고, 내 마음이 바뀌면서 행동이 바뀌자 그들이 나를 대하는 행동도 바뀌게 되었다.


첫 번째  부모님과 지인 친구들의 관계가 원만해졌다.


부모님에 자비명상을 시행했을 때 알 수없이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나를 태어나게 해 주고 그분들이 주신 사랑을 생각하니 하염없이 감사한 마음만 생길 뿐이다. 마음에 그치지 않고, 부모님께 자주 인사를 드리고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하자. 부모님은 더 행복해하신다. 나는 행복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행복하다. 나와 결혼을 선택해 준 여자친구, 그리 좋은 성격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 함께 있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두 번째 환자들을 보고 나서 마음이 평안하다.  


예전에는 특정 힘든 환자들을 보고 나면 내 마음이 많이 불편했었다. 그들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나에게 왜 왔지?라는 생각이 들며 그런 환자들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못된 마음을 먹기도 했다. 당연히 나의 이런 감정이 표정에 드러났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그들도 그 나름대로 이유가 다 있을 터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자. 말이든 치료든 뭐든 말이다.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환자들을 보고 나서도 스트레스가 덜하다. 스트레스가 덜하니 마음이 좀 더 평안해지고 환자들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세 번째 집중수련회 때 깨달음을 준 중년여성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분도 나쁜 의도는 아니었으며, 자기가 깨달은 바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그런 말을 했을 터였다. 그분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평온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국 사회는 자살률 1위라는 오명과 함께 우울증이 급증하고 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다들 마음이 힘들다고 한다.  마음이 응급한 상황일 때는 의료진의 상담과 더불어서 자신을 살리는 스트레스 완화 명상을 통해 일단 살고 보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응급한 상황에서 벗어났다면 자비 명상을 통해 타인에 대해서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역설적이게도 타인에게 연민을 가지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가장 큰 이득을 얻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tomzzlee, 출처 Unsplash
우울한 사고에 대한 실험에서는 연민 명상 집단이 대체로 더 행복하다고 보고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공유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분이 우울해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울증 척도를 설계한 에런백 박사가 말했듯, 다른 누군가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자신들의 문제는 잊게 된다.

명상하는 뇌,  대니얼 골먼, 리처드 데이비슨 ,김완두 김은미 옮김 186-187
우리는 달라이라마가 연민심의 혜택을 가장 먼저 받는 사람은 연민심을 가진 바로 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명상하는 뇌,  대니얼 골먼, 리처드 데이비슨 ,김완두 김은미 옮김 190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 행복하기를, 평안하기를,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 현재 이 시간에도 세계 반대편에서는 서로가 총을 겨누고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을 결심한지도자들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지만, 그 명령을 따르는 수 십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서로를 죽이며 괴로워 하고 있다. 세계 지도자들이 타인에게 연민의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문사진 출처 © specna_arms_4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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