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부터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괴로움의 원인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다. "
내가 한의대 들어가고 싶은데, 들어가지 못하니 괴로움이 생겼고,
내가 무휴학 반수를 택했는데, 시간이 많지 않으니 괴로움이 생겼고,
한의대에 들어가도 원하는 만큼 관심과 사랑을 받지 않으니 괴로움이 생겼고,
라코스테를 입어도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니 괴로움이 생겼고
법륜스님의 유튜브를 보아도 내 뜻대로 내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니 나는 항상 괴로웠었다.
결론적으로 내 인생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늘 괴로웠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생각이 떠오른다. 멋있게 글을 써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라이킷을 받고 싶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ㅎㅎ )
명상을 하기 이전까지 내 인생은 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러니 괴로워졌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서 발견하게 된 건 내 인생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데, 하물며 내 마음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부좌를 하고 내 호흡을 관찰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정확히 2초 만에 오늘 저녁으로 먹었던 국밥이 떠오른다. 얼마 안 가서, 내일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공과금 등 생존과 관련된 금전적인 문제들이 내 머릿속을 파고든다. 여자친구와 결혼 준비하는 생각, 부모님에 대한 생각 갖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명상하고 있음을 알고 난 뒤 다시 돌아온다. 호흡을 한 번 하려고 할 찰나, 다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명상을 하고 난 뒤 화가 날 때도 많았다. 그냥 눈을 가만히 감고 내 마음속만 들여다보면 될 일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방황하는 것이지?
그래도 명상을 하면 내가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명상을 해 나갔다. 그러다가 뇌리에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다.
내 마음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데, 세상일이 무조건 내가 바라는 대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집착이 아닐까
이성적으로 우리는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이해하고) 있지만, 무의식적인 기저 바탕에는 내 뜻대로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새해만 되면 다이어리가 불티나게 팔리고 갖가지 결심을 다짐하는 글들이 올라오지 않는가? (나 포함...)
운동을 주 3회 하겠다. 술을 끊겠다. 담배를 끊겠다. 게임을 안 하겠다...
하지만 결론은 다들 아시다시피 내년에 똑같은 결심을 하고 있다.....ㅎㅎ
명상을 하며 내 마음을 관찰하면 요란하고 뒤죽박죽 롤러코스터를 탄다. 행복한 상상을 했다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드는 어떤 대상이 떠오르면 한 없이 곤두박질을 치고 영화 한 편을 찍는다. 명상을 하면서 나는 늘 내 인생의 영화를 몇 편씩이나 찍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버전, 부정적인 버전 등...
그러나 명상의 내용은 매일매일 긍정적이듯, 부정적이든 다르지만, 유일하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 딱 하나가 있다.
바로 호흡을 관찰하는 이 순간만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마음은 이리저리 변하지만, 내 호흡은 온전히 이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호흡을 통해서 내가 생각에 빠졌구나 하는 알아차림을 하는 순간들을 인식하게 된다.
내 마음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구나라는 것을 알 때 역설적으로 되려 마음이 더 편해진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조절하지 못하지만 다만 '알아차릴'수 있다.
'명상 수행의 핵심적인 역설은 자아가 통제권을 쥐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오히려 더 큰 통제권을 쥔다는 사실이다.' -불교는 왜 진실인가. 로버트 라이트 지음 이재석, 김철호 옮김. 130 p
나는 내 마음이 변화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것이 본래 아주 당연한 것임을 체득했다.
마음 챙김을 하고 난 뒤 두 번째 깨달음이다.
모든 일도 마찬가지다. 내 인생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말로 그렇다. 그리고 원하는 대로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훗날 원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원했을 때의 마음과, 훗날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고, 화장실 갈 때의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체험을 통해 알지 않는가?
지금 좋은 일이 나중에 나쁜 일이 될 수도 있고, 지금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생은 새옹지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하는 일들이 의미가 없으니,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집착하고 지나치게 애쓰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운이 좋게(?) 내가 원하는 대로 좋은 일이 벌어졌더라도 나쁜 일이 올 수 있으니 겸손해야 하고
늘 그렇듯이 내 뜻대로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기죽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다만 해 나가는 것이다.
인생에서 어떤 파도가 올진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파도를 타는 법은 배울 수 있다.
이 세상 많은 일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일들이 많다. 지금 당장 내가 쓰고 있는 브런치 북만 해도 그렇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브런치 북의 1화가
간절히 원하던 한의대에 떨어졌다. 괴로움이 시작되었다.
알고리즘을 타고 다음 대문에 올라가기도 해서, 1화부터 대박이 터지나?라는 마음으로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글들은 잠잠했다.
그래서 초심자의 운이었나 보다..라고 판단 할 때
글이 다시 또 알고리즘을 타고 대문에 실렸지만 지금은 또 잠잠하다.
다음의 대문에 실리고 라이킷을 받고 그것에 좋아하고 의기소침하고 하는 내 모습이 어쩌면 인생의 축소판이다.
나도 겸손하고, 기죽지 말자고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라이킷, 조회수를 신경 쓰고 있다. ㅎㅎ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은 명상 시간을 더 늘려야겠다. ㅎㅎ)
매주 화요일마다 올리는 글에 무엇을 쓸까 고민을 하다가 이 내용을 올리기로 하였다.
얼마 뒤 이 글이 좋은 평가를 받을지, 혹은 다음 대문에 걸릴지, 그냥 무심하게 잊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그것은 내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 말들을 주저리주저리 이 브런치 공간에 남긴다.
괴테의 말처럼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쉬지도 말고" 이 브런치 공간을 나만의 색으로 가꿔나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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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사진 출처 : © francisco_legarreta,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