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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Apr 23. 2024

잘하려고 하지 않아야 '잘' 할 수 있다.  

명상에는 성공과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명상 지도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 사고의 과정은 흐르듯 흘러갔는데, 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어야지 하는 것처럼 자연스레, 명상 지도자가 되어야지 하고 '알게' 되었고, 내 몸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한국명상학회에서 명상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여러 가지 과정이 존재하고, 그중에 하나는 7일간 연속해서 명상을 하고 난 뒤 명상 일지를 작성해서 다른 지도자 선생님께 슈퍼비전(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매일 명상을 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이 과정이 그리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에 내가 하던 명상과, 7일간의 명상일지를 작성하는 명상의 딱 하나 큰 차이가 존재했다.


 바로 내가 명상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명상을 멋지게 잘해서 지도자 선생님들께 7일간 명상을 '잘'했다고 보이고 싶었고, 명상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명상했을 때 느꼈던 좋았던 반응과 경험들을 끄집어내려고 애썼다.


 그러자 명상은 하나의 '고문'처럼 다가왔다.

 호흡은 엉망이 되었고, 몸을 가만히 있기가 어려웠다. 내 심장 박동이 심해져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다가 급격한 졸음이 몰려왔는데, 졸다가 정신을 차리면 졸았다는 생각 때문에 다시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멋지게 '잘'해 보이고 싶었던 명상 기록은, 심장 박동이 심해진다. 졸음이 몰려온다. 호흡이 엉망이 되었다.라고 기록이 되었다. 명상 지도자를 준비하는 사람이 맞나?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적은 것들을 통해 지도자 선생님께 화상 채팅 ZOOM을 통해 지도를 받았다. 수련일지를 꼼꼼히 선생님은 단 한 마디로 말씀하셨다.


'아이고 선생님 너무 애쓰셨네요.'


 "마음챙김 명상의 7가지 태도 중의 하나는 '지나치게 애쓰지 말라'인데 명상을 하면서 너무 애쓰신 거 같아요. 애쓰시게 되면 명상은 더 힘들어집니다. 아마 수련일지에 기록을 한다고 생각하시니 더 힘이 많이 들어가신 것 같네요. 명상에는 성공하고 실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선생님은 명상을 할 때 불편함을 수용하는 것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그런 답답한 마음이 밀려올 때 거부하기보다, 우리 몸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세요. 짜증이 밀려오고 내 몸을 움직이고 싶을 때, 내 심장의 두근거림, 미간의 움직임. 그것을 관찰하고 내 몸을 통과하게 내버려 두면 그 마음도 점차 수그러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에서와 돌이켜 보자면 저 때 내가 솔직하게 적은 것에 참 '잘했다'라고 생각한다.


명상일지를 적으면서 너무 명상이 잘 되지 않은 것만 적어서 초보처럼 보이면 어떡하나, 명상 지도자가 되기에 자질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 상황의 피드백을 통해서 실제로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이후로도 명상을 하면서 내 뜻대로 내 몸이 되지 않는 상황들이 종종 찾아온다. 그때 선생님들이 말씀해 주신 것들을 떠올리고 적용해본다.


 갑자기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기도 하고, 그냥 명상을 끝내버리고 싶은 생각, 눈을 떠버리고 싶고 온몸을 미친 듯이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때 그 마음이 어디에서 솟구치는지 한 번 알아차린다.


알게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내 얼굴, 턱에 들어간 긴장. 뻐근하게 느껴지는 목, 어깨


' 아, 나는 긴장하고 스트레스받을 때 이런 부분들이 활성화되는구나.'


 내 몸의 감각들을 인지하자 그 감각들이 내 몸을 통과해 나간다.


 내 몸과 마음은 잠잠해져 가고 깊은 내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guillotulum1, 출처 Unsplash


 수영을 배울 때 물에 떠오르기가 어려우니 우리는 키판을 잡거나, 구명조끼를 입고 배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물에 뜨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면 혼자 물 위에 떠야 한다.


 명상에 대해서 성과를 생각하는 것은 수행을 하는 초반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습관을 들여야 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되는지 알기 위해서다.


 호흡을 관찰하며 수 세기 명상을 하는데, 몇 번을 하는지 내가 머릿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그 뒤로 명상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고 관찰하는 것이 잘 되었다면 성공에 대한 생각을 내버려 두어야 한다.

 

 거센 물결을 힘차게 박차고 나아갈 때 키판이 있으면 오히려 방해가 되듯, 명상의 성과에 대해 집착하고 애쓰는 태도가 지금 현재의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명상할 때 명상의 성공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성공에 관한 생각 자체가 성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명상에서 정말 '성공'을 거두면 당신은 자연스레 성공에 초연한 마음의 프레임을 새롭게 갖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장래의 세속적인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지금-여기를 더 자각하게 될 것이다.
불교는 왜 진실인가 29p, 버트 라이트, 이재석 김철호 옮김  




당신의 목표를 성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과를 얻으려고 허둥거리는 노력을 거두고 그 대신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를 사려 깊게 보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규칙적으로 수련해 나가면 저절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진행이 바로 당신 안에 내재하고 있는 힘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것이다.
마음챙김명상과 자기치유 102p, 존 카밧진, 김교헌, 김정호, 장현갑 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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