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화.
"그래서 명상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뭐가 달라졌어요?"
흰머리가 약간 있고, 나이가 지긋한 안경 쓴 원장님이 된장찌개를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나에게 묻는다. 얼굴은 작고 안경을 쓰셨음에도 눈이 크고 맑다. 소싯적에 외모가 대단하셨을 것 같다.
나는 곰탕 한 그릇의 맑은 국물을 후루룩 들이켜 본다.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온다. 약간 고소한데 달짝지근한 맛이 있다. 국물의 온기에 온몸이 따뜻해진다. 기분이 좋다. 텁텁하고 고소한 고기를 다 씹으며 생각한다.
명상을 오랫동안 해서 좋은 점? 당연히 이것밖에 없지.
"요새 그냥 다 행복하고 감사해요."
내 대답에 물은 원장님이 흠칫 놀란다. 주변의 다른 선생님도 놀라는 눈치다.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어요. 로또 1등에 당첨되었어요.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려나?
"와.. 진짜요? 그거면 대박인데요.."
"오 진짜로요?..."
'행복'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든 관심을 끌기 좋은 주제다. 이 단어가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다른 선생님이 한 마디를 거든다.
"제가 행복 척도 주제로 논문도 쓰고 했는데 그게 참 어렵던데.."
나도 곰탕을 다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은 뒤 답한다.
"그런가요. 명상하고 나서 그냥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전쟁이다 뭐다 세상은 살기 더 힘들어지고, 한의계의 미래는 더 불투명해지고.. 외부의 상황은 그렇긴 한데.. 명상을 하다 보니 그런 것 상관없이 더 행복해지네요."
내 말을 듣고 나보다 인생 경험이 훨씬 많을 것 같은 샤프하게 생긴 원장님의 동공이 커진다.
'요즘 살아가는 게 행복해요.' 내가 한 말을 다시 곱씹어본다.
이 말을 하기까지의 기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십몇 년의 시간.
한의대에 떨어져서 괴로웠고
한의대에 입학해도 괴로웠고
장학금을 받아도 괴로웠고
좋은 브랜드의 옷을 입어도
무슨 일을 해도 괴로웠던 내가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행복하다'는 말을 하기까지 그렇게 걸렸다.
그 시간들이 방황을 했던 게 아니었구나. 그 모든 시간들이 나에게 필요했던 시간이었구나.
24년 10월 27일 오늘
한의사를 대상으로 경희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에서 맡고 있는 '한의학 정신건강센터'의 강연이 있었다.
'의료 명상의 임상 적용'을 주제로 내가 한 파트를 맡아서 발표를 진행하게 되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환자들에게 적용했던 명상 기법을 소개하고 환자들의 반응, 임상 효과를 발표했다.
아직 명상을 의료 현장에서 접목하고 있는 곳이 많지 않기에 원장님들의 질문이 많았다.
그분들의 질문에 내가 아는 선상에서 성심껏 대답을 해드렸다.
감회가 새로웠다.
괴로웠던 내가 살기 위한 방법으로 명상을 접하고,
명상을 하다가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하고,
환자들을 지도해서 고통과 괴로움을 덜게 하고,
이제 그 괴로움을 덜어낸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있었다.
왜 우리는 명상을 시작해야 하는가 브런치 북을 거의 다 썼지만 마지막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꽤나 많은 고민이 되었다.
그렇기에 8월 말에 거의 막바지까지 썼지만 마지막 마무리를 못했던 터였다.
그런데 오늘 강연을 하고, 점심시간에 명상을 접해보지 않은 원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명확하게 정리되었다.
내가 명상을 하고 어떻게 변했나?
나는 정말 행복해졌고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 만으로도 우리가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는 행복하고 감사하기 위해 명상을 시작해야 한다.
혹시 나처럼 괴로워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명상을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들 에게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글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