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내를 사랑합니다.
제 아내는 참 예쁩니다. 외모가 수준급이죠. 속물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회생활하는데 준수한 외모는 적지 않은 도움을 줍니다. 아마 부정하기 힘들 테지요. 능력도 있습니다. 졸업도 하기 전에 제1 금융권에 취업했지요. 한투, HSBC, 하나은행을 두루 거쳤습니다. 손재주는 또 어떤가요. 플로리스트로 변신해 청담동 일대에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이런 아내가 아이 둘을 낳으니 꼼짝없이 전업 주부가 되어야 했습니다. 능력도 외모도 손재주도 아까웠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다른 방도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면서도 아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마다 수영장으로 향했습니다. 아마추어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했지요. 장거리 달기기까지 더해 '아쿠아슬론 대회'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지요. 십수 년이 지난 후 지금, 아내는 수영 강사로 세컨드 라이프를 힘차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선수 출신이 아닌 탓에 아내는 수업 준비를 엄청 열심히 합니다. 수영 관련 서적도 읽고 유튜브도 열심히 찾아봅니다. '감'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새벽 수영을 위해 5시에 기상합니다. 초콜릿 복근을 얻는 대신 '외모'를 잃었지만 아내가 행복하면 전, 전, 뭐 괜찮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부족한지 아내는 종종 꿈에서도 수업을 합니다. 발차기는 이렇게 하고 손동작은 저렇게 해야 한다 열심히 가르칩니다. 때로는 화도 내고 때로는 어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아내가 안쓰러워 머리를 쓰다듬곤 했습니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예 물속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며칠 전 일입니다. 피곤한 아내가 먼저 잠들고 저는 맥주 한 잔 마시며 영화를 보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잠든 아내가 "이렇게 해야지!" 하고 외치더니 침대를 가로질러(분명 세로로 잠들었는데) 자유형 시범을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발차기와 손동작까지 아주 정확하게 구사하더군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이불 위 물살을 헤치며 수영하는 아내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요. 잘 자고 있는 사람을 왜 깨우냐고 투덜대던 아내는 바로 다시 잠들었습니다. 잠깐 헷갈렸습니다. 아내가 꿈을 꾼 것일까요, 제가 꿈을 꾼 것일까요. 그날 밤, 아내의 콧소리가 루빈스타인이 연주하는 슈만의 '사육제' 피아노곡처럼 경쾌하게 들렸습니다. 이런 아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침대를 가로질러 수영하던 아내는 어쩌면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못난 남편이 바칩니다. 'Imaginear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