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한 프로그램은 후속 시리즈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전민조성”도 많은 후속 시리즈를 낳았다. 첫 후속작은 2019년 하반기에 방영된 “전민조성 2”였다. 99명을 선발하고 그들을 점점 떨어뜨리는 시스템은 같았으나 전작으로 구성된 MIRROR의 멤버들이 두 번째 라운드부터 전부 참여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총 48명의 참가자를 남긴 뒤, 각각 4명씩 나누어 MIRROR의 멤버들과 한 조를 이루어 경연하게 했다.
"전민조성 2"에 출연하여 경연을 선보이는 앤슨 로(왼쪽)와 컹토(오른쪽), 유튜브 댓글은 대체로 이들을 보러왔다는 내용이지 "전민조성 2"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
방송의 특성은 전작과 달랐다. 전작에서는 무엇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불분명하였으나, “전민조성 2”에서는 K 팝 식의 아이돌 그룹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로 설정되었다. “전민조성 2” 제작진은 K 팝 아이돌의 특징을 모두가 기량이 아주 훌륭하여 멤버들이 모두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한 것 같다. 방송 전체에서 그룹 경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으며 다른 팀원보다 돋보이려고 하는 멤버에게는 질책이 가해졌다. 능력이 돋보이는 개별 참가자에게 호평이 쏟아지던 전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목적은 프로그램 흥행을 위해 MIRROR를 투입하며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본래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속 시즌에는 전작의 우승자들이 등장하여 코치해주는 에피소드가 관행적으로 있긴 했으나, “전민조성 2”처럼 프로그램의 반 이상을 함께 하는 경우는 유례가 없다. MIRROR는 그때까지 아직 본격적인 단체 활동을 개시하지 않은 상태였다. 기획사에서는 대부분의 멤버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에, 그룹이 결성만 된 채 반년 정도의 훈련기간을 거쳤다. 이 사이에 멤버들은 큰 성장을 보였는데, 실력에서 “전민조성 2”의 참가자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전민조성 2” 참가자의 팬들은 “전민조성 2”가 MIRROR를 위한 방송이 되었다며 비평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 방송을 통해 홍콩 대중의 MIRROR에 대한 관심은 상승했고, “전민조성 2” 참가자들은 MIRROR와의 실력차로 인해 기대가 줄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의도한 ‘아이돌 그룹의 탄생’이 새로운 그룹의 탄생이 아닌 MIRROR의 완성이었다면 성공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실패였다.
"전민조성 2"가 배출한 스타들-MC(왼쪽)과 마이크(오른쪽)
“전민조성 2”의 방영이 끝난 후, MIRROR의 소속사인 다이궉문화(大國文化)에서 참가자들을 모아 P1X3L이라는 그룹을 결성했지만,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방송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계속 낮은 평가를 받았던 MC(MC Cheung Tinfu, 張天賦, 장천부)가 이 프로그램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그는 이미 훌륭한 보컬 실력을 지닌 채 “전민조성 2”에 참가하였는데, 소울 음악의 색이 너무 짙고 솔로 활동을 더 선호하였기에 방송 중 멘토나 팀과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종 경연에서도 낮은 점수를 기록하였는데, 정작 시민 투표에서 28%를 기록하여 최종 2등에 오른다. 이는 시민 투표 2등을 한 참가자가 받은 득표율의 2배였으며 “전민조성”에서 컹토가 받은 15%보다도 훨씬 큰 수치이다. 그는 P1X3L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벌써 칸토 팝 시장에서 공고한 위치를 다지고 있다.
그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 해 발표한 ‘막을 수 없어요(反對無效)’와 ‘추억은 베개 속에(記憶綿)’은 모두 홍콩 차트 1위를 기록하였으며 ‘막을 수 없어요’는 “질타” 연말 시상식 연간 10대 명곡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곡은 대체로 칸토 팝 발라드의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막을 수 없어요’는 소울 스타일을 추구하는 싱어송라이터 제이 풍(Jay Fung, 馮允謙, 풍윤겸)이 작곡한 곡이었다. 앞으로 MC가 제이 풍, 카호 훙(Kaho Hung, 洪嘉豪) 등 홍콩 음악인들과의 교류 속에서칸토 팝 발라드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평단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Uptown Funk’를 부르며 큰 인기를 끌었던 마이크(Mike, 曾比特, 증비특)도 솔로 발라드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발라드곡 ‘나는 그렇지 않아요(我不如)’가 큰 인기를 끌었다.
‘막을 수 없어요’ 뮤직비디오. MC는 칸토 팝 발라드의 새로운 스타로 환영받고 있다.
2020년, “전민조성 3”가 방영되었다. 전작들에서 참가자들의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는데, 이를 개선하고자 참여에 제한 조건을 두었다. 연예기획사의 추천을 받거나, 방송 경력이 있을 것. 그러나 이는 오히려 홍콩 각 기획사의 무명 연예인과 연습생들이 무리하게 참여하는 결과로 이어져 실력 제고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칸토 팝의 처참한 인재 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이었다. 이에 홍콩 대중은 이미 데뷔한 MIRROR와 다른 가수들에게 눈을 돌렸다. 혼성으로 진행되었고, 여성 참가자가 탑3에 들기도 했지만, 충분한 화제가 되진 못했다.
시즌 4 ‘프리퀄-스타의 역’ 편
시즌 4 ‘프리퀄-시작의 역’ 편, 일본어 제목, 한국 대중음악적 구성, 홍콩 연습생-이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걸까
2021년, “전민조성 4”가 방영되었다. 이번에는 자격조건을 다시 폐지하고, 여성만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MIRROR와 같은 여자 아이돌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분명히 하였다. “전민조성”의 참가자들을 멘토로 투입하여 화제성도 높였다. 무엇보다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프로그램 시작 전 공개된 뮤직비디오였다. “전민조성”에서는 매 시리즈의 시작 전에 모든 출연자가 등장하는 ‘프리퀄(前傳)’이라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였는데, “전민조성 4”에서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인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다. 한국 아이돌 기획사들이 수용한 일본의 청순 이미지를 재현했다. 곡에도 K 팝이 사용하는 EDM 사운드가 첨가되며 더욱 풍성해졌다. 그 결과 이전 시리즈와 큰 형식적 차이가 없었음에도 홍콩인들의 관심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었으며, 걸그룹 탄생에도 성공했다.
등장한 걸 그룹의 이름은 COLLAR로 8인으로 구성되었다. 금년 1월 13일, 첫 곡인 ‘Call My Name’을 발매하였으며 홍콩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칸토 팝 시장이 여가수보다는 남가수에 더 관심을 주었고, 그룹보다 개인 활동을 선호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미래에 낙관적인 기대만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모두 극복한 것이기에, MIRROR만큼이나 칸토 팝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