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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원 May 04. 2022

One and All (2) 그들의 개인 활동

3부, 날줄, 전민조성 (3-2)

 MIRROR의 활동 가운데 개인 활동의 비중이 큰 만큼, 한 차례를 따로 떼어 그들 개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는 홍콩 대중문화 전부가 아닌 칸토 팝을 살펴보고자 하기에 모두에 대해 다루기보다는 음악 활동이 많은 이들을 골라서 보고자 한다. 그러므로 댄서 출신으로 음악활동이 거의 없는 멤버-프랭키, 알톤, 록만, 스탠리, 앤슨 콩-들과 아직 발표한 곡이 적은 제레미와 타이거는 이번에는 잠시 미뤄두고자 한다.    

 

멤버들의 기본 정보

 컹토는 “전민조성”에서 1위를 차지했던 멤버이다. 출중한 외모 외에도 실력도 겸비하고 있어, 방송 진행 내내 홍콩인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전에 중국 대륙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30강까지 진출했던 경험은 다른 참여자들에 비해 훨씬 성숙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이게 했다. 이에 “전민조성”을 방영하던 Viu TV는 프로그램 진행 중에 자사 드라마에 배역을 맡기기도 했다. 본격적인 솔로 활동은 2019년부터였다. 멤버들 가운데 가장 빨랐다. 그는 6월부터 3달 간격으로 총 세 곡을 발표했다. ‘1번 씨앗(一號種籽)’, ‘아틀란티스(亞特蘭提斯)’, ‘매일 조금 더(一天多一點)’ 세 곡은 모두 알엔비 비트를 더한 발라드곡으로 모두 발표 즉시 차트 상위에 올랐다. 각종 연말 시상식의 신인상은 당연히 휩쓸었다.


컹토

 2020년에 발표한 ‘입은 가렸지만, 사랑한다고 말할게(蒙著嘴說愛你)’는 그를 가장 인기 있는 가수로 올려놓았다. 마스크와 제한 조치, 그리고 좌절된 꿈들로 갑갑했던 홍콩인들은 시의적절한 가사와 밝은 곡, 컹토의 표현에 빠르게 매료되었다. 이듬해인 2021년부터는 자신의 솔로 곡에도 안무를 더했다. ‘Master Class’, ‘스파이 콤비(特務姜肥)’ 등과 같이 비트가 동반되는 음악이 아닌 발라드 ‘Dear My Friend,’에도 안무가 더해졌다. 발라드에도 안무가 있다는 것은 칸토 팝 발라드 전통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이었다. 이와 같은 그의 활동은 앞으로 칸토 팝 발라드 전체에 큰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0년과 2021년 두 해 모두 “질타”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가장 사랑받은 남자 가수상을 수상했다. 홍콩 역사에 전례가 없이 빠르게 떠오른 스타이다.     


 그 다음으로 사랑받는 멤버는 앤슨 로다. 댄서 겸 댄스 강사로 활동하던 그는 “전민조성”에서 10강에 들지는 못 했지만,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댄스 가수”가 따로 없었던 홍콩에서는 그의 춤 실력을 보고 크게 놀랐다. 사람들은 K 팝에서나 볼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2019년 방영된 “전민조성2”에서는 MIRROR 멤버들과 참가자들이 같이 훈련하고 평가받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는 “전민조성”에서보다 노래 실력도 발전시켜 등장함으로써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홍콩인들의 뇌리에 자신을 각인 시킨다. 이어서 2021년 7월에 발표한 발라드 ‘선생님을 사랑할 수는 없겠죠(不可愛敎主)’와 9월에 발표한 댄스 곡 ‘Megahit’로 컹토에 버금가는 지위에 올라선다. 발라드(情歌)와 댄스 곡(快歌) 모두로 활동하는 모습은 2000년대 초 이전 홍콩 사대천왕의 활동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앤슨 로의  ‘Megahit’는 특히 주목할 만한 곡이다. 이 곡이 한국 Mnet에서 주관하는 음악 시상식인 MAMA에서 수상했다. 이 곡에서 앤슨 로가 보여준 발성이나 안무 등 실력이 K 팝 유명 아이돌 수준을 보였으며 뮤직비디오의 영상미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칸토 팝의 전통을 대체로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 이 곡을 더 주목하게 한다. 음악적 구성에서는 클래식 악기나 중국 전통 악기보다는 전자악기가 더 사용되었으며 곡 안에서 빠른 분위기 전환이 여러 번 이어진다. K 팝 곡의 전형적인 구성이다. 가사에서는 전통적인 각운법이 크게 퇴보했다. “Oh”와 같은 감탄사로 각운이 대체되거나, 자주 환운(각운을 다른 운으로 바꾸는 것, 잦은 환운은 중국 운문에서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이 일어났다. 오히려 K 팝에서 주로 사용되는 의미가 불분명한 음성상징어의 반복, 영어 구절의 돌발적 삽입이 나타난다. 이 곡과 뮤직비디오에서 홍콩적인 것은 무엇일까? 광둥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뿐일까. 뮤직비디오에는 홍콩식 유머가 더해졌으며 로날드 쳉(Ronald Cheng, 鄭中基, 정중기)과 조이스 쳉(Joyce Cheng, 鄭欣宜, 정흔의) 같은 칸토 팝 스타들이 특별출연하였다. 이러한 요소는 K 팝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이 곡을 홍콩 대중에게 익숙하게 했다. 과연, 이러한 요소 없이도 홍콩 대중이 K 팝 풍의 댄스 곡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인가? 이와 같은 창조적 파괴를 칸토 팝 음악권에서 소화할 만한 가수는 현재까지 앤슨 로와 컹토 정도이다. 그들의 활동을 주목하는 것은, 그들이 만들어갈 칸토 팝의 새로운 전통이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Megahit'의 뮤직비디오. 뜯어볼 만한 요소가 아주 많다.


 라우잉텡, 이안, 에단은 댄스보다는 음악에 집중하는 멤버들이다. 보컬 겸 베이스 연주자 출신인 라우잉텡은 상당한 가창력과 곡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개성 있는 음악 세계를 선보인다. 그의 솔로곡은 그와 프로듀서 칼 웡(Carl Wong, 王雙駿, 왕쌍준), 작사가 시우학(小克, 소극)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곡들은 연작의 형태를 취하여 대중이 그의 세계,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고 있다. 연작들은 하나의 주제로 집중되며 가사가 서로 이어진다.

라우잉텡

 2020년에 발표한 “이야기 3부작(物語三部曲)”은 죽음이라는 상상을 통한 자기 탐색을 주제로 한다. 첫 곡인 ‘물고문 이야기(水刑物語)’는 죽음의 직전, 다음 곡인 ‘반사된 빛 이야기(迴光物語)’는 죽음의 경험, ‘유령 이야기(風靈物語)’는 죽음 이후를 컨셉으로 하고 있다. 2021년의 “부활 3부작(重生三部曲)”은 “이야기 3부작”을 이어가 더 높은 차원으로의 승화를 추구한다. ‘광인일기(狂人日記)’는 ‘반사된 빛 이야기’에 대응되며, ‘모래 그릇(砂之器)’은 ‘유령 이야기’에 대응된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사람들의 위대한 순간들(人類群星閃燿時)’는 홍콩 밴드인 Supper Moment가 작곡해준 곡으로 희망으로 연작을 귀결하고 있다. “이야기” 자기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는 점은 싱어송라이터 주노 막(Juno Mak, 麥俊龍, 맥준룡)을 떠올리며 심오한 주제와 다양한 분위기를 소화하는 능력은 2000년대의 발라드 황제 이슨 찬(Eason Chan, 陳奕迅, 진혁신)과 닮았다. 칸토 팝의 전통을 새롭게 계승하고 있는 그는, 2021년 “질타” 연말 시상식에서 연간 10대 명곡에 그의 곡 ‘광인일기’가 선정되는 등 홍콩 대중의 사랑을 크게 받고 있다.      


에단(왼쪽)과 이안(오른쪽)

 이안은 “전민조성”에서 2위에 올랐던 멤버이다. 소년미가 두드러지는 외모와 과장 없는 창법,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작곡에도 상당한 열정을 보이고 있는데, 지금까지 발표한 11곡 중 8곡의 작곡에 참여하였으며 2021년에 발표한 ‘고래의 죽음(鯨落)’ 등은 자신이 작사와 작곡을 전부 맡았다.


 에단은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룰 줄 알아 홍콩 대중에게 그 음악성을 기대받는 또 한 명의 멤버이다. 그는 발라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독특하게도 덜렁거리는 성격을 자신의 이미지로 밀어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 이미지로 만들어진 ‘에단 선생의 불행한 삼각관계(E先生連環不幸事件)’(2000)이라는 발라드 곡은 감동과 재미를 모두 잡아 호평을 받았다. 방송에서는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아재‘s 러브(大叔之愛)”에서도 실수를 연발하는 역할의 주연을 맡았으며 예능에서도 이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에단 선생의 불행한 삼각관계’, 코믹한 뮤직비디오가 인상 깊은 발라드 곡이다


  MIRROR의 단체 활동이나 컹토, 앤슨 로 등의 활동에서는 K 팝의 영향이 짙게 확인된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의 솔로 활동 곡에서는 선배 칸토 팝 가수들의 모습이 더 느껴진다. 그들의 솔로 활동에서도 이들의 뮤직비디오나 안무, 꾸밈 등은 K 팝에서 활용되는 색채와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 많지만, 그러나 곡 자체에서는 칸토 팝 전통을 따르는 발라드도 상당히 많다. 이는 한국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자국에서 활동한 가수들이나 중국의 아이돌 그룹이 K 팝의 모방에 그쳤던 것과는 큰 차이이다.

    

 물론, MIRROR의 활동이 칸토 팝 전통을 퇴색시키고, 한국 문화에 모든 것을 내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앤슨 로의 ’Megahit‘가 특히 이와 같은 우려를 일으켰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막 떠오르는 홍콩 싱어송라이터들이 그들에 의해 다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와 같은 우려는 K 팝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방송 차트에서 아이돌 그룹이 대부분 1등을 차지하는 현재, 아이돌 등장과 비슷한 시기에 인디 음악 등 다양한 조류의 음악이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게 되었던 경험 등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기우로 여긴다. 현재를 살펴보라. 우리나라에서 다른 음악이 모두 사라졌는가? 아이돌 음악이 주류 음악으로 성장하였지만, 발라드도 꾸준히 나오며, 최근 몇 년 동안 트로트 열풍이 일기도 했다. 홍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엔, 칸토 팝 주류의 자리를 K 팝 스타일의 아이돌 음악이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칸토 팝 발라드가 자리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필 람 작곡이며 컹토가 부른 ‘Dear My Friend,’ 2021년 "질타" 최고 인기곡으로 선정되었다


 게다가 MIRROR 멤버들이 홍콩 싱어송라이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K 팝 스타일이 칸토 팝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임을 보여준다. 이들 멤버들의 솔로 곡 가운데는 필 람(Phil Lam, 林奕宏, 임혁굉)이 작곡한 것이 유독 많은데, 컹토의 ‘고독병(孤獨病)’(2020)과 ‘Dear My Friend,’(2021), 에단과 대만 가수 추펑저(Kenny Khoo, 邱鋒澤, 구봉택)의 듀엣곡 ‘수많은 천재들(一表人才)’(2021)이 모두 그의 곡이다. 또 다른 싱어송라이터 에만 람(Eman Lam, 林二汶, 임이문)은 ‘전민조성 2’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멤버 중 한 명인 이안은 직접 작곡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2000년대 발라드 가수들의 흐름, 2010년대 싱어송라이터들의 흐름이 MIRROR로 이어지고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점차 아시아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K 팝의 현지화는 홍콩에서는 자국의 기존 음악적 전통을 쇠퇴시키기보단 활력을 더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날줄이 씨줄에 꿰여, 훌륭한 옷감을 이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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