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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원 May 02. 2022

One and All (1) K 팝과 닮으면서도 다른

3부, 날줄, 전민조성 (3-1)

 MIRROR는 독특한 그룹이다. 분명히 K 팝 그룹의 형식을 따르고 K 팝의 영향을 받은 곡을 부르지만, 그 활동 방식은 다르다. 함께 곡을 발표하며 데뷔했지만, 그들의 활동 방식은 처음부터 각자도생이었다.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각자도생이란 한 그룹이 데뷔한 지 4~5년이 지난 후, 그룹 전체의 인기가 시들해진 후에야 일어나는 현상인 것과 상반된다. 오래된 그룹의 멤버가 그간 그룹 활동 시기의 인기와 경험을 바탕으로 솔로 가수, 연기자, 방송인 등으로 변신하거나 소규모 유닛으로 이합집산이 진행되는 것을 자주 보았던 필자로서는 당황스러운 장면이었다. 이들의 활동방식은 K 팝 스타일과 같지 않았다.

"One and All" 앨범 표지

 이들의 첫 앨범인 "One and All(2020)"은 두 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었다. 한 장은 전체가 부른 곡이었으며 한 장은 멤버들의 솔로 곡을 모은 것이었다. 처음부터 솔로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2년이 지나가는 지금, 많은 멤버들은 자기의 색이 아주 뚜렷하다. 어떤 멤버는 그룹 전체와 함께 부른 곡보다 솔로로 부른 곡이 더 많지만, 또 어떤 멤버는 솔로 곡을 전혀 내지 않았다. 전민조성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아이돌이라는 단일 목표로 참가자들을 모은 것이 아니었지만, 아이돌 그룹이 구성되면 전체의 활동이 돋보여야 할 것 같았다. 그것은 칸토 팝 시장이 그간 그룹에게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여러 명의 가수가 함께하는 팀을 악기를 사용하는 경우 ‘밴드’, 그렇지 않은 경우 ‘그룹’으로 나누어 부른다. 영미권에서는 대체로 ‘band’라고 부른다. K 팝의 맹위에 비 영어권 영어 화자들을 중심으로 ‘group’도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쓰임이 미미하며 장르가 분명한 경우 ‘team’도 쓰인다. 홍콩에서는 ‘組合’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이는 좁게는 한국인이 ‘그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용례와 같으며, 넓게는 ‘밴드’와 ‘그룹’을 모두 포함한, 단체 활동을 하는 가수들을 의미한다.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으나 80년대에는 남녀 가수의 듀엣에도 이 표현이 사용되었다. 미국에서 ‘band’라는 단어가 주로 사용된 것은 우리의 ‘그룹’에 해당하는 음악 팀이 잘 없었기 때문이다. 홍콩도 같다. 여러 가수가 함께하는 것 자체를 보기 힘들었기에, 이를 표현해줄 단어가 발달하지 않았다.     


 칸토 팝에서 ‘그룹’이 잘 형성되지 않았던 것은 첫째로 경제적인 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 시장의 규모가 협소하던 홍콩에서 음반 판매 수익은 한 명에게 돌아가기에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음반사들도, 스타 지망생들도 단체보다는 개인 활동을 선호했다. 둘째로 홍콩인들은 단체보다 뛰어난 개인을 선호했다. 중화권 문화에서는 전통적으로 뛰어난 개인에 대해 찬탄했다. 어떤 무리를 짓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무리를 지어 이름 부르는 것은 개인으로 나서기에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처럼 여겨졌다. 무엇보다, 음악 팀이 개별 활동 가수에 대해 가지는 차별점이 없었다.     


 아래 표는 1983년부터 2020년까지 한해 최고의 곡을 10여 곡 선발하는 “십대경가금곡”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한 곡 가운데 그룹 활동을 한 가수들의 곡을 정리한 것이다. 1983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년 10곡을, 2013년부터는 매년 20곡을 뽑아온 경가금곡에 겨우 6팀의 16곡만이 뽑혔다는 것은 홍콩 대중에게도 그룹 활동 가수들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성 음악이라는 뚜렷한 색채를 지녔던 C All Star만이 2010년대 음악 다양화와 더불어 그룹으로서는 유일하게 오랜 기간 사랑받았다.                         

 이와 같이 단체 활동에 우호적이지 않은 홍콩이었기에, MIRROR는 K 팝 아이돌 식의 단체 활동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일부만을 선별해서 사용할 뿐이다. 같이 곡을 발표하고, 콘서트나 팬 미팅 등에 행사에 나서며 독자적인 예능을 촬영하기도 한다는 점은 같은 시대의 K 팝 아이돌 그룹과 같다. 특히 멤버들이 친하게 지내며 협력하는 모습이 K 팝 팬들에게 매력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기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요소들도 그대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단체 활동만큼이나 개인 활동이 중요하다. 가수로써 솔로 곡을 발표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들 모두 스타일이 다르다. 개인으로는 음악 활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댄서나 배우,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데뷔 3년이 되어가는 지금, 각자의 활동이 그룹에 대한 관심을 오히려 더 키우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를 보면 MIRROR는 음악 활동에서 K 팝 영향을 크게 받은, K 팝의 현지화 현상으로 등장한 그룹이라고 간주해야 할 것이다. 주로 댄스곡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발라드를 중심으로 발전한 동시대의 칸토 팝보다는 K 팝을 더욱 참고하게 되었다. ‘One and All’(2020), ‘Warrior’(2021), ‘BOSS(2021)’ 등이 대표적인 곡인데, 이들은 모두 전환이 빠르고 전자악기 음이 많이 사용되는 K 팝 스타일의 선율로 전개되고 있다. 가사에서도 문아하고 참신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시되던 작사의 관습이 약화되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짧은 가사와 삽입된 다량의 영어 구절 등은 K 팝의 가사 모습이다. 뮤직비디오 촬영에서도 K 팝의 촬영 구도나 색감이 많이 차용되었다. 그러나 춤을 추는 장면의 비중은 줄고, 멤버 개개인을 보여주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는 멤버들의 군무가 K 팝 아이돌에게 덜 완벽한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One and All’ 뮤직비디오


 그렇다면 이들의 첫 정규앨범 타이틀 ‘One and All’은 단순한 곡 제목이 아니라, 칸토 팝 음악인들의 형태와 K 팝 음악인들의 형태 사이의 만남을 어떻게 이뤄갈 것인지에 대한 제언이라고 볼 수 있을까? 후속 그룹들의 등장 여부, 성장 형태, 그리고 MIRROR의 발전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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