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키오스크> 긍정적인 '올가'의 삶을 응원하며

<키오스크> 아네테 멜리세 글.그림/ 김서정 옮김/ 미래아이

    


       이번에 소개할 그림책은 <키오스크>다. 아네테 멜레세 글.그림/ 김서정 옮김/ 미래아이에서 출판했다. 작년에 신간이 출판되었을 때 홀딱 반에서 여러 경로로 만나는 지인들에게 추천해줬던 그림책이기도 하다. 2021년 그림책 중 굳이 순위를 매긴다면 1위를 주고 싶다. 그만큼 내 마음에 제대로 울림을 준 그림책이다.  


     2021년에도 2020년처럼 그림책테라피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청소년, 그리고 일반 성인,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그림책으로 만났었다.

그 중 '도란도란작은도서관' 동아리 활동을 하는 '도심'에서 중년을 위한 그림책테라피 “그림책으로 나를 만나는 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때도 선택한 그림책 중 한 권을 <키오스크> 했었다. 참여자들과 그림책을 함께 읽는데 그때도 역시 반응이 좋았다. 많이 공감하며 ‘올가’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고 놀라워하고, 그런 그녀의 성격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 그림책은 작년 6월에 출간되었다. <키오스크>는 표지부터 제목까지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림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보랏빛과 분홍빛 색감이 가득한 그림책. 키오스크 안에서 몸집은 나처럼 큰 여인이 “TRAVEL(여행)”이란 잡지를 보며 쿠키를 먹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인 그림책이었다. 마치 그림책 표지 보랏빛 키오스크가 나를 끌어당기듯 그림책은 내게로 왔었다.


     '키오스크?' 우리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서양에서 키오스크와 우리나라 키오스크 의미는 다르다. 우리나라 ‘키오스크(KIOSKS)’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단말기를 의미한다. 무인·자동화를 통해 주변 정보 안내나 버스 시간 안내 등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무인 정보단말기이다. 이러한 무인 단말기는 패스트푸드점, 카페, 대형 마트, 휴게소 등에서 물건값을 계산할 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서양에선 길가에 있는 작은 매점이나 간이 판매대인 ‘가판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림책 <키오스크> 주인공 ‘올가’는 간이 판매대인 작은 매점에서 일하는 여성이다. 아니 작은 매점인 ‘키오스크’는 ‘올가’의 전부이다. 키오스크는 그녀의 직장이면서 생활공간이다. 올가는 덩치가 크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매우 큰데도 불구하고 그 비좁은 ‘키오스크’라는 공간에서 밝게 웃으며 과자를 먹고 있는 표지 그림만 보더라도 그녀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 건 당연했다.        


     ‘올가’는 키오스크 안에서 신문, 잡지, 과자, 껌, 사탕, 초콜릿, 음료, 물 등을 판매한다. 그녀는 종일 키오스크 안에 앉아 물건을 판매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일을 싫어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녀는 친절하기까지 하다.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손님이 어느 시간에 올지 이미 알고 적시에 손님이 원하는 것을 주는 그녀는 일도 즐겁게 잘하고 있다. 그래선지 단골손님도 많다. 그런 그녀가 하루를 마감하고 저녁이면 즐겨보는 잡지가 있다. 바로 여행 잡지다. 그녀는 키오스크 안에서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을 때면 여행 잡지를 읽으며 꿈을 꾼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해변 사진을 오려서 벽에 붙이고 그곳을 여행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런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이는 올가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렇게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신문 뭉치가 평소보다 문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 주우려는데 소년들이 과자를 훔쳐 간다. 놀란 올가가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직이는데 기우뚱하다 그녀는 키오스크와 함께 넘어진다. 그녀의 세상이 뒤집힌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키오스크와 한 몸처럼 당황하다 간신히 일어서고 그때 알아챈다. 키오스크를 들어 걸을 수 있음을 말이다. 그러자 다시 환한 미소로 키오스크를 안고 산책에 나선다. 그때 단골손님과 강아지를 만나고 강아지가 반가워하며 올가 발목 주변을 빙빙 돌다 강아지 목줄에 발목이 엉키며 올가는 강물에 풍덩 빠지고 만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 그녀는 괜찮다. 그저 강물에 몸을 맡긴 채 물장구치며 강물 따라 흘러간다. 그렇게 흘러가는 세상은 새로운 세상이다. 강물은 올가를 어느 바다로 데려가고 파도에 밀려 바닷가에 도착한다. 그녀가 그렇게 꿈꾸며 가고 싶어 했던 바닷가를 오게 된 것이다. 매사에 긍정적이라 그런지 그녀는 현실에 적응하고, 키오스크 안에서 바닷가에 놀러 온 피서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그리고 일을 마친 후 저녁노을을 보며 행복해한다. 아침, 저녁으로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보며 행복할 것 같은 올가는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또 다른 여행 잡지를 보고 있다. 하얀 눈이 덮인 산봉우리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산을 배경으로 한 잡지를 보며 또다시 꿈을 꾸는 올가의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작년에 이 그림책이 눈에 들어왔던 건 밝은 색깔과 입체적인 표지 때문이었다. 마치 키오스크 창문처럼 표지 가운데에 정사각형으로 네모창처럼 뚫려 있다. 그런 표지를 넘기면 덩치가 큰 주인공 ‘올가’가 쿠키를 먹으며 여행 잡지를 보고 있다. 그런 그녀가 조금 불편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여행 잡지에 빠져서 쿠키 부스러기를 흘리는지 너무나 맛있어 맛에 취해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는 걸 모르는지 그녀의 표정만은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며 그림책을 읽다가 ‘아이고…’ ‘휴…’ ‘아…’ ‘재밌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림책을 다 읽고 책을 덮으며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는 그림책이기도 했다. 처음 가졌던 답답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올가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멋진 여성인지 내 옆에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어떤 어렵고 힘든 상황이 와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놀라웠다. 그런 ‘올가’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꿈을 현실화시킨 것이지 않을까.    

            

     그런데 나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올가의 모습을 불편해했을까.      

  ‘저 뚱뚱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살찌는 과자만 먹으며 잡지나 보고 있으니 살이 찌는 거 아냐? 근데 왜 그리 밝은 표정이지? 너무 속없어 보이는 거 아냐?’     

  겉모습만 보고 그렇게 판단하고 편견으로 똘똘 뭉친 내 얄팍한 심지가 부끄러웠다. 허를 찌르는 그림책이었다. 주인공 ‘올가’는 천성이 밝은 사람이다. 비좁은 키오스크 안에서 일하며 생활하지만 불평하거나 불만이 있지 않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키오스크 안에서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올가다. 그러면서 그녀는 꿈을 꾼다. 언젠가 키오스크를 벗어나 여행을 할 그날을 꿈꾼다. 해변가를 거닐고, 햐얗게 부서지는 파도 위를 서핑하고,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해변을 여행하는 꿈을 꾸며 자신의 삶에 충실한 올가. 그런 그녀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키오스크를 들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산책을 한다. 얼마나 즐거워하는 표정이던지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또다시 사고가 일어나고 강물로 떨어지며 강물 따라 바닷가에 도착했던 올가는 그곳에서 자신이 하던 일을 하며 또 다른 꿈을 꾼다.      

              

    '올가'는 매우 건강한 여성이었다. 물론 처음에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저 언젠가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꿈만 꾸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게 다였다.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개의치 않게 여기며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을 때 그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매우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렇게 자신의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이 꿈꾸던 석양이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일하고 삶을 즐기며 또 다른 꿈을 꾸게 되었지 않은가. 그런 그녀는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게슈탈트 형성이 잘 이뤄진 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알아차리고, 통찰하며 극복하려 노력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더 나은 삶을 사는 과정이 멋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전경'과 '배경'을 갖고 있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다. 그래서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른 장면으로 인식하거나 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 올가에게 키오스크는 어떤 의미였을까? 왜 그녀는 키오스크를 벗어나지 못했을까?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생활하는 그녀를 보며 안타깝고 답답하고 숨이 막히려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달랐다. 남이 뭐라든 비록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것 같지만 나름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긍정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을까?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도 잠시 혼란을 겪지만 바로 적응하고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올가였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게슈탈트를 선명하고 강하게 형성한다고 한다. 반대로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스스로 선택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르거나 끌려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게슈탈트(Gestalt)란 심리학, 철학 등에서 '부분이 모여서 된 집합체가 아니라 전체가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서의 유기체로 형상된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인간은 경험하는 유기체로서 자신의 사고, 감정, 행동을 통해 내적, 외적으로 야기되는 사건과 접촉을 한다. 이런 경험 현상을 매 순간 자각하고 수용하며 사는 것은 유기체의 인지 기능에 대한 신뢰가 근간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유태계 독일인 출신의 정신과 의사 프리츠 펄스(Fritz Perls, 1893~1970)에 의해 창시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펄스는 인간이 주체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환경 지지를 버리고 자기 지지를 바탕으로 자신을 신뢰하고 책임지고 살아갈 것을 강조하였다. ‘사람의 뇌는 모든 것을 완전한 하나의 형태로 인식한다.’는 이론에서 비롯됐다. 사물을 보고 이해할 때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감 개개의 감각적 부분이나 요소들이 따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작용해 하나의 통일된 전체적 구조로 보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키오스크>통해 나를 보게 되었다. 나는 어떨까? 무엇을 선택할 때, 무엇을 결정할 때 전경과 배경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지 게슈탈트가 형성되면 해소하며 미해결 과제는 없는지 나를 살펴보게 하는 좋은 그림책 <키오스크>에 올가는 정말 멋진 여성이다. 그녀의 삶의 태도가 부럽다. 나에게 있어 키오스크는 무엇일까? 사랑하고 아끼며 내게 행복을 주지만 그럼에도 때로 자유가 억압되기도 하는 가족이고, 남편이지 않을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때로 해야 할 일이 있고, 물론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배려하지만 그래도 혼자 사는 것과 달리 자유롭지는 않다. 그러기에 내게 키오스크는 가족, 남편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다행히 나는 게슈탈트를 잘 형성하곤 한다. 하는 일에서 또는 타인과 관계 속에서 과부하가 걸리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고 세상에서 탈피하고 싶을 때면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간다. 또는 독립영화관을 찾아 영화에 심취하기도 한다. 전시회가 있으면 전시장에서 미술작품에 빠져 내가 아닌 화가가 되어 보기도 하며 스트레스를 그렇게 날리며 나에게 기운을 북돋아 준다. 그러다 보면 걸림돌이던 문제들도 해법이 보이고 문제도 해결된다. 그렇게 나를 깊게 들여다보며 더 나은 따뜻하고 현명하며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가려 노력한다. 그러기에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보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올가’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림책 작가 아네테 멜리세는 라트비아 출신이다.  원래는 디자인 회사를 다니며 '올가'처럼 일과 집만 알았던 가 보다. 그러다 회사를 퇴직하고 다시 대학에 입학하여 애니메이션 공부를 했고 2014년 졸업 작품으로 원작인 애니메이션 <키오스크>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 그림책은 속지에 큐알코드가 있다. 큐알코드로 원작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게 배려를 했다. 그림책을 먼저 보고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길 추천한다. 꼭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해야 재미가 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작가는 그림책을 출판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그림을 다시 그렸다고 한다. 그만큼 그림책에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

                      


  그림책 읽고 발문 및 활동하기


- 표지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주인공은 어떤 사람같나요?(성격이나 일)     

- 그림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나 문장은 어느 부분인가요? 왜 그런지 이야기해주세요.     

- 책을 읽고 주인공 ‘올가’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해 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 올가에게 키오스크는 무엇과 같은가요?     

- 올가는 왜 키오스크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일까요?     

- 키오스크가 넘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올가의 삶은 어땠을까요?     

- 만약 여러분이 올가라면 키오스크 안에서 어떻게 살았을까요?     

- 여러분에게 키오스크는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도전하지 못하고 꿈만 꾸고 있는 것이 있나요?      

- 여러분의 버킷리스트 10가지를 작성해 보세요. 이유도 분명하게 서술해야 합니다.



                                 #그림책  #그림책마음테라피  #키오스크   #노원화

매거진의 이전글 <동백꽃이 툭,> 동백꽃에 희망을 이야기 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