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넌 맨날 바빠

영심이는 오늘도 달린다

by 비온뒤

보고 싶고 듣고 싶어 다니고 싶고 만나고 싶어 알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 영심이


꽤 어릴 적부터 내 별명은 영심이었다. 뒤로 질끈 묶은 머리카락이나 처진 눈, 이리저리 쏘다니는 모습이 닮았다고, 성격이 드센 것과 이름자까지 비슷해서 어른들은 종종 날 영심이로 부르곤 했다. 정작 나 자신은 영심이의 막무가내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싫어했지만 꽤 오랫동안 어른들이 나를 부를 땐 영심이가 되었고, 어느 순간 나도 영심이라고 불리는 내 모습을 이해하게 되어버렸다.


하반기가 되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코로나는 많이 잠잠해졌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끼고 일상을 이어갔다. 코로나 시국에도 다행히 한국은 삐걱삐걱 돌아가고 있고, 멈추었던 여러 취미생활들도 시작되었다. 온라인/오프라인 동시 수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강의도 정착되었다. 그 말인즉슨, 그동안 미뤄두었던 내 강의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시작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래, 아마 코로나 시국에 일과 가족 말고 다른 것으로 바쁜 사람은 많이 없었을 거다. 평소와 같이 야근 근무를 끝내고, 친구들은 이번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조용히 방콕 할 수 있을지를 떠들기 시작했다. 노란 애플리케이션 위에 빨간 숫자가 쌓여가서, 나도 한 마디를 보탰다. 이번 여름에도 할 일이 태산이다. 집에서도 너무 바쁘다 같은 말을 했더니(반쯤은 농담이었다), 다양한 채팅창에서 들려오는 답변이 다들 비슷했다.


"넌 정말 바쁘게 사는 것 같아. 안 힘들어?"


그런가? 하고 생각해 봤다. 사실 생각할 것도 없이, 부정할 것도 없이 나는 바쁜 편이다. 7월이 되고부터는 더욱. 여름을 그토록 싫어했는데, 요 몇 년 간은 여름마다 잔뜩 할 일이 생긴다. 여름의 장점은 해가 길다는 것뿐이고, 벌레와 에어컨 바람, 뜨거운 햇빛 때문에 나는 늘 고생하는데도 결국 내가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계절은 늘 여름이다.


사실 힘들다. 일주일 내내 꽉꽉 찬 스케줄 표와, 쉼 없이 나가는 강의료라던가, 여러 사람들에게서 오는 연락, 어른들이 많은 강의가 있으면 은근히 주눅이 들기도 하고. 취미를 지속하는 것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결국은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너무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역시 쉽지 않다. 가끔 나 자신이 눈을 가리고 정신없이 달리는 말이 된 것처럼.


이제는 고삐를 조금 당기고, 밸런스를 찾으면서 조금씩 내 취미 기록을 정리해 보려 한다. 꽤 깊이 빠진 취미도 있고, 살랑살랑 간만 보는 취미도 있지만 다 나의 얕고 넓은 삶에 경험이 되어 주고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