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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으로 Oct 29. 2022

나가는 글

제주를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습니다. 

얼떨결에 살게 된 제주였고, 2년이 채 되지 않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은 지금도 그립고, 맛있는 음식들은 꼭 이곳을 가야만 하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주는 막상 살아보니 택배에는 무조건 추가비용이 붙고, 내 마음에 딱 들지 않아도 배송 가능한 물건으로 주문해야 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었습니다. 또한 대형 쇼핑몰이 없어서 직접 보고 사고 싶은 옷이나 신발 같은 제품들의 선택권이 육지보다 많은 편은 아니었죠. 

또한 우리나라에서 태풍이 가장 먼저 지나가는 곳이다보니 태풍이 올라오는 날이면 창문을 꼭 닫고, 에어컨도 끄고 불안한 마음으로 뉴스속보만 지켜보았습니다. 제가 지내는 동안 태풍이 세 번 지나갔는데 다행스럽게도 저희집은 정전이나 단수는 되지 않았지만 그 여파로 채소같은 일부 식재료 수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자주 찾는 마트의 채소 진열대가 반 이상 비어있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의 생활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남편과 저는 서울에서는 미처 몰랐던,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는 법, 숲속길 산책이 주는 행복, 나를 비우는 법,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춰 생활할 때 오는 편안함, 구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등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제주도가 나에게 '쉬어도 돼.', '천천히 가'라고 속삭이듯 것만 같았죠. 


이번 여름 휴가 때 다시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편도가 아닌 왕복으로 비행기표를 사야 했죠.  짧은 일정이었지만 다시 가고 싶은 곳, 재방문해 맛볼 곳, 꼭 봐야 하는 분들과 함께한 행복하고 그리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서울에서 자라서 그런지 '고향'이라는 곳이 주는 느낌을 잘 몰랐던 나는 제주도를 내 마음대로 고향 같은, 아니 '제2의 고향'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머무른 시간은 짧지만 추억과 애정은 그만큼 깊은 것이죠.


다시 제주를 찾을 날을 기다리며 오늘의 일상을 알차게 채워가겠습니다.

독자님의 일상을 응원하고, 제주도에서 힐링을 느끼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제주도를 떠나기 전 마지막 주말. 지미봉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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