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곳은 제주도로 발령나기 1년 전 여름 휴가 때 처음 찾아간 곳이었다. 애월에서 협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타고 내려가며 제주 바다를 충분히 즐기다가 '오션뷰 조용한 디저트 카페'를 가고자 폭풍 검색하여 방문했었는데, 첫인상부터 '오! 좋은데!.'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들을 볼 수 있는 미니 소품 코너가 입구 앞에 자리잡고 있고 그 안쪽으로 카페가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커다란 통창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바로 눈 앞에 때로는 연초록으로, 때로는 짙푸른 빛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바다와 비양도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프랑스 소녀 같은 느낌의 여자 사장님이 정성껏 만드신 당근케이크와 에그타르트는 말이 필요없는 맛. 제주도에서 살게 되면서 다양한 카페에서 당근케이크를 먹어봤는데, 지금 현재까지 나의 '당근케이크 맛집'은 딱 두 곳이고, 그 중에 한 곳이 바로 여기일 정도로 사장님은 베이킹 금손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남자 사장님이 내려주시는 커피 맛은 함께 방문한 여러 지인들이 칭찬하고, 다시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을만큼 훌륭해서 한 입 베어 물면 따끈한 크림이 스르르 흘러나오는 갓 구운 에그타르트를 한 입 양껏 베어물고 연이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그냥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처럼 경치와 분위기, 맛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다보니 집에서 거의 50분 거리에 있음에도 한 달에 1-2회는 주기적으로 찾는 단골집이 되었고 사장님과 짧은 안부 인사도 나눌만큼 가까워졌는데, 알면 알수록 사장님 부부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되어 자석에 끌리듯 더더욱 자주 찾게 되었다.
딸이 예쁜 소품을 갖고 싶다고 하여 계산하려 하면 "공부 잘 하라는 선물이야."라고 하시며 그냥 주시기도 하고 에그타르트 서비스는 물론 심지어 내 생일에는 케이크 문의했던 것을 기억하시고(픽업이 어려워 주문은 하지 않았는데) 향초를 따로 주문하시면서까지 챙겨주셔서 정말 정말 감동받았고 그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뿐이다.
또한, 이곳은 나에게 '바다 멍' 명당이었다.
비오는 날, 흐린 날의 바다가 얼마나 멋있는지를 이곳에서 처음 느꼈고, 가을 바다의 그윽한 빛과 겨울 바다의 매력 또한 여기에서 알았다. 마음이 힐링되고 잡념이 사라지는 그 순간이 좋아서 찾고 또 찾았는데, 정말 그저 내가 이 곳에서 씻어가는 것이 많아서 찾았을 뿐인데 이처럼 넘치는 마음을 보여주시니 어느새 이곳은 따뜻한 아지트 같은 곳이 되었다.
어느 날, 인사하고 문을 나서려는 나에게 사장님이 예쁜 미소와 함께 "할머님이 직접 농사지으신 건데 차에서 드세요."라며 갓 구운 고구마 여러 개를 주셨다. 이날도 역시 난 드린 것 없이 받기만 한 것이다.
그날 차에서 껍질을 벗겨 한 입 베어 물은 고구마에는 갓 구울 때에만 느낄 수 있는 달달함과 함께 마음의 온기가 더해진, 최고의 맛이었다.
덧붙임 : 올해 초 카페 이름과 인테리어 그대로 사장님이 바뀌었다. 저와 안면이 있는 사장님은 제주 시내에 작은 디저트 가게를 여신다고 하셨는데, 사장님의 새출발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