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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으로 Oct 29. 2022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그 집이 있다

-작은 골목 안의 작은 이태리


사실 이곳 역시 앞의 카페처럼 제주도에서 살기 전 여행 중에 처음 가 봤었다. 이때만해도 내가 제주도로 이사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2019년에 휴가차 5년 만에 찾은 제주도에서 맛있는 파스타가 먹고 싶어 폭풍 검색을 하고 나름의 검증 절차를 거쳐 찾아간 곳이었는데 네비게이션에서 안내하는 거리가 줄어들수록 남편과 내가 서로 힐끔힐끔 눈을 마주치는 횟수도 늘어났다. 가면 갈수록 식당이 있을만한 곳은 도통 안 보이고 외진 시골 마을만 나왔기 때문이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낮게 지은 오래된 집들이 쭉 늘어서 있는 골목길에서 더 좁은 곳으로 좌회전을 하라고 하니 초행길인 우리는 슬슬 불안해졌다.  한 대만 지나갈만한 골목길로 접어들자 급기야 남편이 "이런 곳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중얼거렸고 여기를 가자고 제안한 나는 '문 닫은 곳인가? 최근 후기도 있었는데? 근데 길이 왜 이래?' 등등 수많은 생각의 깜빡이가 동시에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딸은 뒤에서 배고프다 노래를 부르고 남편은 자뭇 심각한 표정으로 네비게이션만 쳐다보는 상황에서 이곳을 주장한 장본인인 책임감에 초조해지기 시작했을 때 짜잔~하고 그곳이, 드.디.어  나타났다! 휴-.

돌담에 작게 있는 간판을 보고 좌회전 해 들어가자 제법 넓은 주차장이 나왔고 고맙게도 그 앞에 유럽의  고풍스러운 가정집 같은 레스토랑 등장!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살짝 어둡고 중후한 분위기의 실내가 눈에 들어왔는데 문 하나 차이로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마치 고풍스러운 취미를 가진 주인이 꾸민 유럽 어느 별장에 초대받아 온 듯한 느낌이었다.



가족들도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지 오는 길이 다소 험난(?)했던 것은 잊고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화덕 피자와 보말 문어 파스타 등등 제주의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들을 다양하게 주문해보았다. 사실 치즈 덕후인데다가 피자는 화덕 피자만 먹는 나에게 신선한 자연치즈 듬뿍 올라간 화덕 피자는 오늘 먹고 내일 또 먹어도 좋은 음식!


피자 도우를 화덕에서 구워 만든 식전빵은 그 기대감을 더욱 높였고, 뒤이어 나온 음식들은 역시 훌륭했다. 제주도에서는 갈치조림이나 회를 먹어야 한다며, "파스타를 왜?"라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남편마저 만족한 시간이었다. 평소 빵이나 피자, 파스타 별로 안 좋아하는 딸이 여기 음식들은 다 욕심내며 먹을 만큼(엄마 흐뭇) 가족 모두의 눈도장, 맛도장을 제대로 받은 첫 만남이었다.


그래서인지 제주에서 살게 된 후에도 집에서 40분 거리이고 집 근처에 다른 화덕 피자 전문점들도 있지만 우리 가족은 여기를 '찾아' 갔다. 근처에 가게 된 김에 들리는 것이 아니라 이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는 것이다.

사실 꼭 이곳이 아니어도 제주의 식재료를 활용하여 만든 요리들을 만날 수 있는 레스토랑은 참 많다. 그렇지만 이곳은 제주에서는 흔하다면 흔한 제주산 재료들이 셰프의 창의력과 만나 더욱 제주다운 이탈리안 음식을 선보인다. 또한 질좋은 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활용하는 것이 느껴져 잘 대접받은 느낌을 받기까지하니 발길이 저절로 향하게 되는 법.


 제주 속 작은 이태리.  정겨운 돌담길을 돌아가면 그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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