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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진 Jul 10. 2024

비오는 수요일에

좀 전 밤샘 근무를 마치고 새벽에 나오니 비가 퍼붓고 있더라? 나 그거 은근 좋아해. 캐나다는 눈이 많은 데였지 비는 별로였었거든. 와도 소리가 나도록 오지 않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우산을 별로 쓰지 않는 것이 참 특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근데 요즘 변화가 느껴질 정도로 비가 잦네. 잦은 정도가 아니라 맞으면 흥건해 질 정도로 비오는 건 여기선 흔치 않은 일이었는데. 


아 어쩌지 하다가 얇은 외투를 머리에 뒤집어 썼어. 영화장면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같이 두 손 쳐들고 희희낙낙 하며 빗속을 함께 뛰어가더만, 쩝. 그건 영화얘기고~ 사실 내 사정이야 '젖은들 어떠하리 생쥐가 된들 어떠하리 찬비맞고 고뿔들어 앓아 눕지만 않으면' 였지만 말이지. 


각설하고. 오늘은 퍼붓는 속에 내게 확 다가온 것은 말이지, 바로 빗소리였어. 아, 빗소리는 참 지구 어디나 같고나... 내가 사랑했던 그리고 익숙한 빗소리를 듣는듯 했다니까. 그런데 수요일이지 않겠어? 비온다? 수요일이다? 자동으로 뭔가가 튀어나오지 않아? 아 뭐라고라? '수요일엔 빨간장미를' 이라고라? 허면 지는 '빙고'를 외쳤불랑게라~~ 


오래전, 그런 노래가 있었드랬었었지. 


슬픈 영화에서 처럼 비내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코트깃을 올려 세우며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지금도 어쩌면 라디오같은 데서, 오늘 여기같이 마침 수요일에 비가 오면 엄청 선곡이 될지도 모를일이야. 근데 말야, 요즘 비온다고 어줍잖게 낭만가객같은 타령하고 있으면 눈총좀 받을 일이겠어. 온라인 기사에서 보니 한국에 비가 그렇게나 많이 온다며.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는 물론 토네이도 허리케인 등 에휴~ 


이제 어쩌면 말야, 비가 오는 날 감성이 어쩌고 빨간 장미타령, 커피타령, 하다못해 막걸리 파전 타령같은거 하면 어지간히 현실감각 없는 사람 될만하지 않겠어? 지금 때가 어느 땐데 한가하게 낭만타령이나 하느냐며 비난받을 날이 올지도 몰라. 아, 기후위기 걱정이야 증말. 


비 얘기가 나왔고 노래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사실 비가 나오는 노래는 엄청 많은 거 알아? 내가 비 들어가는 노래중 으뜸으로 꼽는 노래는 단연 송골매가 부른 '빗물'이지! 


돌아선 그대 등에 흐르는 빗물은 빗물은

이 가슴 저리도록 흐르는 눈물 눈물

초라한 그대모습 꿈속이라도

따스한 불가에서 쉬어가소서

그대 몰래 소리없이 흐르는 빗물은 빗물은

끝없이 솟아나는 차가운 눈물


지구촌 어딘가에 있을 비 피해로 낙심한  이웃들 생각해서 경건(?)하게 있을라 했는데 아무래도 이 노래만큼은 이 비오는 수요일에 살짝 들어줘야겠당. 무한반복같은 건 안할게, 그 노래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비노래 막 찾아듣고 하지는 않을게. 

정말 때문에 삶에 지장받는 이들이 없기를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을게. 

글고, 적당히 내린 다음 비 그친 뒤에도 습기를 너무 남기지 말고 물러가라고 주문을 외울게. 


자 그럼 송골매 큐~ 

돌아선 그대 등에 흐르는 빗물은 빗물은... 


음...내는 이기 억수로 좋은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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