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이 많이 올랐다는 기사를 보았다. 세계적으로 생산지들에서 생산량에 변화가 생겨서 그렇단다. 환율이나 생산국의 경제 상황, 국제 물류 사정같은 요인말고도 기후 위기가 주 원인이 있다고 한다. 가뭄이 들고 폭염 폭우로 품질과 생산성 저하가 나타난다고.
기사를 접할 때는 그렇구나 하고 조금 떨어져서 받아들였다. 커피집에서 온갖 화려한 이름이 길게 붙고 커피잔에 예술을 구현한 커피보다는 주로 일상에서 커피를 주로 마시는 나는 크게 느껴지지 않던 일인데 요즘에는 장을 볼 때 확인이 된다. 정말 커피값이 점점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는다.
가격의 결정은 수요와 공급이 두 축이 되는데, 커피의 경우 브라질이나 베트남같은 생산지들에서 기후 변화때문에 생산량이 줄었고 전체적으로 수요가 늘었다고 했다. 수요가 느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은 바로 중국인들.
'tea person' 이나 'coffee person'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차보다는 커피를 선호하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차에 심취하는 사람들로서 둘다 다 마시는 경우는 잘 없지 않나 싶다. 나는 차도 즐기고 싶은데 선택의 순간에 결국 커피를 선택하고 마는 어쩔수 없는 'coffee person'이다.
세계적으로 전형적인 'tea people'인 중국인들중 커피 애호가가 150% 증가했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에 중국시장에 대한 일종의 신화(?)가 있었다. 이른바 중국 시장을 뚫으면 무조건 '대박'이란 공식. 그때의 논리는 '중국 사람한테 한 개씩만 팔아도 그게 얼마냐' 하는 단순한 산술이었다. 당시 기업들에서 중국과 계약을 체결했다거나 중국시장에 진출한다 하면 주식시장에서 통하는 그런 시절의 이야기.
자 그런 식으로 커피를 바라보자. 중국인들이 한 잔씩만 마셔도 그게 얼마냐... 세계적으로 커피 수요가 급증한다는 이야기가 담박에 이해가 됐다. 수요보다 공급이 적으면 가격 상승은 자명한 일일터.
그런데 커피는 대체가 가능할까. 한 기사를 보니 과거에는 보리, 치커리, 버섯, 무화과 등을 활용해 대체 커피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AI기술과 세포배양 기술을 접목한 '실험실 배양 커피'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원두없이 커피 성분을 적정한 비율로 배합해 인공 커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대표. 한국일보 기사)
소셜 미디어 등에선 커피를 저렴하게 즐기는 방법도 제시되는가 보다. 생 커피 원두를 구입해 집에서 로스팅하기, 적은 양의 원두로 추출하는 콜드 브루나 프렌치 프레스 방식(나는 뭔 이야기인지 하나도 모른다)으로 전환하기, 집에서 오트밀크를 가져가 에스프레소 더블 샷을 주문한 다음 얼음을 부어 마심으로써 커피집에서 오트밀크 아이스 라떼를 주문한 것보다 1/3정도의 가격에 즐기기 등.
커피 없으면 못사는 나는 어떡할 것인가. 지구 종말의 날을 대비하듯 마음의 준비를 해놓기로 했다. 커피는 커피지 다른 것으로 커피를 삼을 수 있겠는가. 구수한 치커리 차를 마시면서 '아 구수하다. 잘 우러난 치커리 차 열 잔 커피 안부럽다' 하면서 자가 세뇌해본들 커피는 커피, 치커리는 치커리가 아닐까.
커피 마시기 위해 돈 번다, 나는 소중하니까! 비확행, 비싸지만 확실한 행복! 오커완, 오늘 커피 완료! 소셜 미디어에선 커피 마시는 사진이나 과시들이 더욱 넘쳐날지도 모른다.
자 다시 내게 질문해본다. 커피가 날로 비싸지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 안된다. '못'마시는 쪽을 선택해야지. 기후 위기때문에 생산량이 줄어서 그렇다는데 지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손해를 넘어 피해를 감수해야지 별 수 있겠는가. 인류가 오랜동안 그렇게나 그 콩열매를 사랑하였지마는 이 땅에서 허락하지 않는데 굳이 최후까지 즐기다 떠난 승자같은 지구인이 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