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처음맞은 시어머님 수술 날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by 사공리셋

"어머님 왜요? 어디 안 좋으세요?"

"어, 이전부터 귀가 좀 안 좋았는데 이번에 보시더니 (의사선생님께서)수술을 하자고 하시네"

"아...그래요...그럼 수술날짜는 잡혔어요?"

"응, 다음 주 화요일 2시"


중이염으로 좀 고생하셨었는데 이번에는 수술을 하자고 하신 모양이다.

'다행히 오후네. 오후 반연차 내고 가면 되겠다'

'내가 가야 하나?'라는 고민 대신 이런 생각이 먼저 든 건 그냥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내 엄마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시아버님도 오시겠다 하셨지만 일터가 병원이었던 나는 그냥 내가 보호자로 나서는게 좋겠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어머니, 제가 반연차 내고 가면 그래도 1시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뭐하러! 괜찮다, 니까지 안와도 된다! 너희 시아버지가 올꺼다"

내가 안 가고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 도리를 다하는게 내 마음이 덜 불편해서...그리고 늘 엄마아빠께 들어왔던 말, "시부모님한테 잘해야 복받는다" 세뇌가 무서운법.

조금 더 의지가 되어드리고자 했던 그 마음 조금 보테서 출동하기로 마음 먹었다.


가족회사에 함께 일하는 남편은 시아버님이 출동하신다니 처음부터 "나는 퇴근하고 가봐야지" 아주 간단명료 하다.

언제나 그렇듯 ' 뭐 지엄마니까 그럴 수 있지'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고, 병원 퇴근하고 병원 가니? 새댁이 고생이 많네, 잘 다녀와"

"아... 하.... 네"


'수술이 2시라면... 적어도 1시에는 도착해야지 어머님 얼굴은 뵐 수 있겠다, 밥은 나중에 먹어야겠네, 지금 12시니까 버스 타고 도착하면 1시, 딱 맞겠다'

옆동네 병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새댁은 창가에 앉아서 온몸으로 받는 햇살이 너무도 따듯하고 기분이 좋아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중이다.

내가 지금 어디를 가든, 어디서 무엇을 할 예정이든, 그냥 지금 사무실 밖을 나와서 바깥구경하는게 룰루랄라 기분이 날아간다.


"다음 정거장은 oo대학병원입니다"

정신 차리고 후다닥 가방을 챙기고 내려서 시계를 보니 12시 50분이다.

가 정한 목표시간 1시때문에 병원 입구를 향해 전력질주를 한다.


병원 로비에 도착해서 두리번거리다, '아차! 어머님 병실을 안여쭤봤네'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헉, 전화를 받지 않으시네...계획에 차질이 생기는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버님께 전화를 걸었더니

"어, 지금 5층에 왔는데 수술 대기실로 가고 있다"

'으악!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계산 미쓰...어머님 얼굴 뵙고 손잡아 드리고 보내드리려 했건만...그럴려고 일찍온건데..'

엘레베이터 대기중이신 어머님을 옆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만나지는 쾌거를 이루었다.

'휴...타이밍 정말...최고다!그래도 얼굴뵙고 잠시나마 손잡아 드린게 어디야...잘했어 하하...자기만족'


병원 편의점에서 아버님과 간단한 요깃거리로 배를 채우며 병실에 앉아 시간을 떼우듯 기다렸다.

남편도 과연 내 엄마가 이런 상황이면 조퇴하고 장모님 병원에 쫓아올까?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그냥 나쁜 감정이 차오르기 때문에 애써 핸드폰 들여다보며 남편에게 상황보고만 한다)



수술은 잘 끝난듯 했고 마취가 깨어나실쯔음 저녁시간이 되니 남편, 도련님 차례로 병원에 도착한다.

"엄마, 괜찮아?"

"....."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또르르... 어머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가족이 모여서 너무 좋아서? 감동해서?수술이 끝난 안도감?...

그런데 어머님을 보고 있는 남편과 도련님 아버님은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눈물을 잘 안흘리시는 분이거나, 특별한 경우에만 눈물을 보이신다거나 세 명은 뭔가를 짐작하고 있는듯 표정.


"나는 내가 남편도 아들도 가족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 무슨 의미인지 몰라 혼자만 이상태였다.


내용을 들어보니 이러했다.

아버님도 내가 도착하기 직전 수술실로 이동하는 복도 침상에서 마주쳤고(정말 나와 간발의 차이로 오신듯), 나도 그때 막 도착했으니 병실에서 수술 대기실 들어가기 전까지 병동 직원이 도와주시고 이동을 돌봐주셨던 모양이다.

우와, 난 아까운 휴가 쪼개서 달려갔건만 불과 몇 분 일찍 도착 못해서 나의 계획과 달리 결국 애쓴 노력은 당연히 없는 게 되어버렸고, 시어머님은 가족들에 대한 섭섭함만 가득 남은 상태로 상황이 끝난듯 보였다.


'나 오늘 뭐한거니'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뜻. 밖. 이. 다


이 감정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 본다.

수술도 잘되었고 가족들이 모여서 병상에 누워계시는 어머님을 걱정해주는 마음만으로도 어머님은 감사해하실 줄 알았다.

가족이 네 명이나 둘러싸고 지켜보고 있는 포인트에 섭섭했던 마음만 한가득 드러내실 정도였다면 "내일 아버님이든 아들 둘 중에 한 명이든 며느리(나)이든 출근하지 말고 오전부터 함께 있어주면 좋겠어, 불안하고 무섭다"라고 표현해주셨으면 차라리 오전 반차를 쓰고 옆에 있어 드렸을 텐데, 어머님이 괜찮다고 하셨으니 눈치 없는 남자들은 더 신경 안 썼을 테고 나도 휴가 내는 거 너무 오버인가 생각까지 했었기에, 당연히 오후 반차 내고 달려간 것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마음이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휴가 내고 와주어서 고맙다, 앞으로는 일하는 너까지 이렇게 나서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수술하는 게 무섭고 불안해서 그런데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함께 있어주면 좋겠다.

솔직하게 표현을 해주셨으면 좋았을껄, 애쓰고 좌절한 느낌이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나를 위해 좋을까.

내가 상황에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된 거다.

상대가 만족하지 못했다고 내가 잘못한 건 아니다.

시어머님께 섭섭해 하지도 말고, 나를 토닥여주면 되는 거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머님 생각사전을 따로 마련해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 10년차 지금은 재해석해내는 통역사가 되었다.

가족이 되어가는데는 그래서도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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