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대커님들

대신 스피커

by 사공리셋

대커1. 시이모님

시어머님의 입원 첫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며칠 전화로만 안부인사를 드리고 지내던 중 주말이 찾아왔다.

여기서 놓친 포인트가 또! 있었다.

입원한 시어머님께안부인사를 드리면 안 되고, 퇴근하고 어머님이 입원해 계시는 병원을 오가며 병하시는 시아버님께도 드렸어야 했던 거였다.


토요일 아침 일주일 동안 미뤄둔 청소를 끝내고 남편과 함께 어머님이 입원해 계시는 병원을 향했다.

시이모님과 시이모부님이 병문안 와계신 줄도 모르고 털레털레 걸어 들어갔다가 깜짝!

어머님의 둘도 없는 동생분이라 결혼 후 그나마 친인척들 중에서 가장 자주 뵙긴 했지만 당시 새댁이었던 화인이의 눈에는 누구신지 정확히 구별해 낼 수 있는 지인일 뿐이었다.


어른 네 분이 함께 계시니 분위기 적막하고 멋쩍어 남편 옆에 서서 침상을 지켜보고 서있는데,

시이모님께서 갑자기 펀치를 날리신다.

"현수야, 너희 엄마가 입원하면 너희 아빠 밥은 누가 챙겨야 하노?"

"아.... 아빠 일끝 나시면 엄마 병원에 오시고 해서 따로 신경 안 썼는데... 요"

"아니, 아침말이야!"


시어머님 아무 말씀 안 하시고 계신다, 아버님도 아무 말씀 안 하시고 계신다.....

대신 말해줘서 고마운 건가....

어쩌면 우리가 오기 전에 이미 얘기 끝낸 화두일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들 녀석은 남자고 내 아들이라 그러려니 했을 테고 여자이고, 며느리이고, 새댁인 화인이가 입방아 대상이었을게 뻔한 상황이다...


' 시아버님 아침식사를 챙기라고?'

'우리도 아침 안 먹고 각자 해결하는데?'

'나는 7시 30분에 나가는데?! 그럼 이른 새벽부터 시댁에 내려가 아침을 차려드리고 출근하라는 거?'


같은 기와지붕 아래 함께 사는 조선시대 며느리도 아니고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산다는 것만으로도 화인이는 조선시대 며느리 역할을 했어야만 했던 거야?

화인이 본인이 현대판 며느리이고 싶었다면 그 자리에서 왜 똑똑하게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해보지 못했던 걸까?!


그냥 그게 나니까...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실. 망. 스. 럽. 다


이 감정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본다.

얼굴도 몇 번 보지 않은 지인인 타인에 의해 혼이 나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문제의 본질을 떠나 이미 짜증이 났다.

그런 부분은 서로 상황 뻔히 알아서 그냥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법도 하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이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아침을 챙기고자 하는 자식들의 관심이 중요했던 거라고 타인을 통해서가 아닌 부모님이 직접 알려주셨으면 우리 부부의 부족함으로 받아들였을 것은 물론 불만이 있었을지언정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반성이라도 했을 텐데 일방적인 혼남으로 끝나버린 상황이 되어버렸다.

현실을 보자고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나를 위해 좋을까.

시부모님을 생각하고 챙기는 마음, 어른들을 챙길 줄 아는 마음 그 본질만은 잊지말기를.

시어른들도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우리부부를 두고 직접 혼내는게 불편하셨을지도 입장 바꿔 생각해 볼 줄 아는 아량을 갖춘 며느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자.

조목조목 그때그때 상황에 생각을 전달 할줄 아는 사람이 되자.


대커2. 시숙모님


오늘도 퇴근시간이 다되어 시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 퇴근하고 숙모네랑 같이 밥 먹자"

"네"

같은 동네에 오밀 쪼밀 모여 살아서 밥 먹고 얼굴 볼 사람은 참으로 많다.

결혼하고 2년 차쯤 되어가니 이번에는 누구와 함께일까?!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일주일에 세 번씩도 함께 저녁식사를 나눠 먹던 때에 비해 한두 번으로 줄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한다.


"안녕하세요?"

"질부야, 잘 지냈나? 일하고 오느라 힘들제?"

(이번엔 시숙모님네구나... 시숙모님은 평생 맞벌이를 하신 분이라 그러신지 저런 인사말 조차 나에게는 진심으로 와닿는 인사말 같아서도 감사했다. 일하고 집에 가서 널부러져 있고 싶을텐데 여기 밥먹으로 오느라 힘들었겠다?!내맘대로 해석해서일테지만)

"하하"

'아니요'라고 말 못해서 그냥 웃기만 했다.


어머님, 아버님, 시삼촌 세분이 한 테이블에, 남편, 나, 시숙모님 한 테이블 이렇게 두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가 마무리되어갈 때 즈음 옆 테이블에 꼬맹이가 너무 시끄럽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근데 현수야 너희는 왜 2세 소식이 없니?"

"아... 뭐, 생길 때 되면 생기겠죠"

"일부러 안 갖는 건 아니제?"

(웬 오지랖이시지...이제 그만 하시겠지........)

"아, 네!"

시선이 나를 향한다.

"질부야, 혹시 니 몸에 문제 있는 건 아니가?!"

(그만하셨으면 했건만 길어진다)

내 귀를 의심하고 "네?..." 다시 되물었다.

"아니 왜, 여자들은 자기 몸에 대해서 잘 안다"

(우와..... 적응 안된다.... 방심하고 있다 한대 훅맞은 느낌...)

근데 눈물이 났다....

당시 노력해도 안 생기던 2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고, 임신에 대한 생각을 의식적으로 잊어버리려 애쓰고 있었기에 나에게는 큰 상처로 와닿았다.

이런 게 멘털붕괴라는 건가....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보다 눈물이 먼저 반응해서 나도 어쩔줄을 몰라하던 찰나였다.

"무슨 문제요?!"

현수 목소리가 평소보다 크다.

"아니..."

현수의 커진 목소리에 꽤나 당황하신 눈치다.

남편도 나만큼 스트레스가 컸을지도.


그자리에서 울어버리면 내 몸에 문제 있다고 인정해버리는 것만 같았고, 울음으로서 대응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고, 그 상황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자리를 자연스럽게 피해 화장실로 나가서 펑펑 울고야 말았다.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화. 나. 다


이 감정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 본다.

만약 진짜 내 몸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네, 저 몸에 문제 있어서 검사받고 있습니다! 치료받고 있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이며, 혹여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시삼촌 시숙모님께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실대로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었던 건지,결정적으로 애 안 생기는데 타깃이 왜 나인건지! 내 몸에 이상 유무를 묻는 자체가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내 마음이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예민한 부분은 서로 말을 아껴주는 게 상대를 배려하는 거다.

정말 행여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묻고 싶으셨다면 개인적으로 여쭤봐 주셨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나를 위해 좋을까.

우리 시부모님이 너무도 기다리는 2세라서 대신해서 우리의 대답을 들려드리고 싶었던 그냥 그 한가지 시숙모님의 마음이었다고 생각하자.

내가 어떤 상황이었던지 내 마음상태까지 상대방이 알 수 없다.

시숙모님도 나에게 상처줄 생각으로 물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노력중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힘든 상태라고 그냥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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