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백과에 따르면 ‘과민성 방광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질환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과민성 방광 환자가 당뇨 환자보다도 삶의 질이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과민성 방광은 수면 및 주간 활동을 방해하고, 불편감, 수치심, 자신감 상실 등으로 환자를 고립시켜 정신적 및 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한다. 우아하게도 적어 놓았군.
나는 반 년가량 과민성 방광에 시달렸다.
자다가 오줌 때문에 깬다. 신경안정제에 취해 오줌 싸러 갈 기운도 없는데 비틀비틀 화장실로 간다. 오줌이 나오기 전 다리 사이에 배뇨 컵을 끼우고 오줌을 받는다. 양을 체크해서 배뇨 시각과 함께 배뇨 일지에 적는다. 배뇨량, 배뇨 횟수, 절박뇨 정도, 요실금 여부. 배뇨 일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배뇨 횟수 칸에는 분(minute)을 적는다. 예를 들어 오전 6시 10분에 소변을 보고 50분에 또 소변을 보았다면, 10분/50분이라고 적으면 된다.
비뇨기과에 내원하기 전 3일 동안 기록해 의사 선생님께 보여준다. 그러면 배뇨 상태를 평가받을 수 있다. 소변 횟수가 잦아졌네요. 방광에 소변이 30ml 밖에 없는데도 절박뇨가 있었군요. 정상인은 방광에 소변이 350~400ml가량 있어도 참을 수 있단다. 그러나 나는 방광에 소변이 한 모금(더러운 비유)만 있어도 요의를 느꼈다.
절박뇨에 관한 설명은 이미지에 상세하게 나와 있으니 읽어보면 된다. 나는 고작 30ml의 소변 때문에 하던 활동이나 업무를 중단하고 화장실에 가야 했다. 화장실에 간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진 않는다. 30ml의 소변을 방광에서 짜내는 것 또한 일이다. 정상인은 30ml 따위로는 요의를 느끼지 않으므로, 방광도 ‘얘가 미쳤나? 왜 지금 오줌을 싸려고 하지?’라는 느낌으로 소변을 내보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절박하게 요의를 느낀다!
그러면 무슨 수로 오줌을 싸느냐? 계곡 물이 흐르는 상상을 하며 배에 힘을 주고 때로는 아랫배를 손으로 누른다. 변기에 앉아 10분 넘게 그 짓거리를 하다가, 포기하고 나오기도 한다. 나와서 방광에 소변을 채우려고 물을 마신다.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서 방광과 요도와 요도구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일련의 과정을 하루에 십수 번 거치며 건강한 정신을 갖긴 힘들다. 아마도. 건강한 정신을 가져본 지가 하도 오래전이라 잘 모르겠지만.
일과 중에 저 염병 천병을 떤다고 생각해보세요. 나는 휴학생이었지만, 당시 일주일에 2번은 콜센터에 출근하고 있었다. 인바운드(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일) 콜센터는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무지 싫어한다. 대기 중인 고객(님들이 듣는 멘트: 지금 모든 상담원이 상담 중이므로…)이 쌓인 피크 타임에는 전체 쪽지가 존나게 날아온다. 이석 하지 마세요. 휴식 풀어주세요. 휴식 인원 많습니다. 이석 자제해주세요.
대기 중 고객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방금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언니에게 ‘저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을 뭐라고 부르지?’하고 물어봤더니, 업계 전문 용어로는 ‘콜존나많네’라고 한다. 전문 용어란 무엇인가.
하여간 그런 긴박한 상황에 나는 긴박한 요의를 느끼고, 수십 명씩 쌓인 대기 고객을 내버려 둔 채 화장실로 간다. 엄청나게 눈치가 보인다. 4시간 내내 말을 하자면 목이 타들어가는데, 물을 마시면 화장실을 10분에 한 번씩 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물을 마시지 않으면 목소리가 갈라진다. 목소리가 갈라지면… 창피하다. (나는 단순 아르바이트라서 콜 품질을 따지지는 않았다.) 이런 개 같은 상황에 주 2회씩 꼬박꼬박 놓였다.
약을 먹으면서도 그랬다. 애증의 베타미가정. 약에 관해서도 이야기하자면. 이 약물은 변비와 입 마름 등의 부작용이 (드물게) 나타나는데, 나는 늘 그랬다시피 (드물게)에 당첨되어서 입이 더럽게 말랐다. 변비는 정신과 약 때문에 항상 있어서 모르겠음. 약 부작용으로 오는 입 마름은 평범한 갈증과 차원이 다르다. 입 안의 모든 점막이 바싹바싹 갈라지고 타들어간다. 입 안에 물을 머금고 있어도 입이 마르다면 이해가 갈까?
하소연만 해도 글이 이렇게 길어진다… 나는 다시금 의문에 빠진다… 대체 우리 엄마 말고 누가 이걸 읽느냐는 말이야…
3개월 넘게 약물 치료를 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자, 의사는 요역동학 검사를 제안했다. 요역동학 검사 후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신경인성 방광(과민성 방광)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방광 보톡스도 고려해봐야겠다고 했다. 10월 말에 요역동학 검사 일정을 잡았다.
나는 내 몸이 차차 붕괴해간다고 느꼈다. 영화 <인셉션>의 림보 속 폐건물처럼. 오직 나만 이상을 느끼게 점진적으로, 천천히 여기저기 망가지면서,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콜센터는 10월 초순에 그만두었다. 퇴근길, 도보 10분 거리의 지하철역까지 걸을 수 없어서 회사 앞으로 택시를 부른 날. 골반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할 만큼 했으니 그만두자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