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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혼 Aug 19. 2024

사람은 기본적으로 수동적입니다.

Remind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은 의례 적극적으로 행동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게 훨씬 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몸은 자신이 더 오래 생존하는 법을 찾으려 하고 또 이를 요구합니다. 생각을 더 하거나 몸을 더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뇌나 몸에 에너지를 더 쓰는 행위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행동하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개인 입장에서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자신이 생존하는 것이 모든 일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행동이 팀을 이뤄서 행동할 때에도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팀을 이뤄서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각기 다른 사람들을 모아 놓으면 시너지보다는 서로 의견 일치가 되지 않아서 잘 움직이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조직은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고 그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게끔 프로젝트 관리자들을 집어넣게 됩니다. 


 그렇게 들어온 프로젝트 관리자는 맡은 일을 진행하기 위해 서로의 논의를 주관하고 각자 할 일을 정리하여 배분합니다. 그리고 다음 주가 되어 다신 논의를 시작했을 때, 아주 놀라운 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분명히 서로가 자신의 일을 배분 받아 확인하여 말해주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자신의 일을 완료하지 않은 것입니다. 더 놀라운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


 왜 하지 않았나요라며 추궁하고 싶지만 나에게는 그럴 권한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나는 프로젝트의 관리자일 뿐, 함께 일하는 분들의 조직 관리자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마다의 사유를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가 참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내가 믿지 못하게 돼버린다면 서로 간의 신뢰를 해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다음 주의 논의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또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목표했던 일정을 지연시키게 되고 나는 내 할 일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위의 이야기는 제가 제 주변의 일들을 보고 가상으로 엮어본 상황입니다. 가상으로 엮었지만 아주 발생하지 않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할 것입니다. 실제로 하나의 프로젝트에 엮인 각 유관부서 분들은 저마다의 일을 하느라 바쁩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는 자신의 판단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알아서 움직여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생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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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움직이길 원한다면 내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생각 속에 있는 일의 우선순위가 조정될 수 있게 잘 알려줘야 합니다. 이 일이 매우 급하기 때문에 빠르게 봐주셔야 하다고 한다면 상대방은 내 일이 정말 급하다고 인식하고 우선순위를 높여서 대응해 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급하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급하지 않구나라고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할 일이 많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머릿속에서 필연적으로 휴식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급함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머리가 이를 지워버리고 다른 일로 덮어씌울 수가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만큼 어필하지 못해 각인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업에 대해 다시 알려주고 또 확인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 일이 귀찮은 것은 맞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일을 또 하게 되어서 그만큼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모한 에너지만큼의 가치를 하기 때문에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불어 넣어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반사적인 대답에 의한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인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쉽게 그렇지 못했어라고 이야기 못하는 부분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피력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의 경우는 위와 같은 환경을 맞닥뜨렸을 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이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답변을 선택하게 됩니다. 저는 프로젝트 관리자라면 이 상황을 눈치채고 확실하게 이해했는지를 다시 되짚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당자에게 물어본 적절한 질문 하나가 잘못 이해된 상태로 흘러간 시간만큼을 아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일반적으로 수동적입니다. 충분히 신뢰가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일이 바쁘면 대응이 느릴 수 있습니다. 또, 각자는 서로 다른 사람들입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서 같은 방향으로 가게끔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더라도 알려주고 또 확인하고 점검하고 물어봐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사람과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사람이기 때문에 확인해 줘야 합니다. 그게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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